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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팝니다, T마켓 -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앵글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어렸을 적, 우리는 종종 미래에 대한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은 그러한 상상을 구체화한 흥미로운 소설로, 시간을 사고파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경제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경제학자인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가 집필한 이 소설은, 시간을 작은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소설의 주인공 TC는 평범한 회계사로, 가정과 직장 생활 속에서 꿈꾸던 적두머리개미 연구를 포기한 채 살아갑니다. 어느 날, 자신의 인생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TC는 국가로부터 35년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이 빚진 시간 때문에 평생 개미를 연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그는, 아내를 설득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사업이 바로 '시간을 파는 것'입니다.
TC는 작은 소변용기에 5분이라는 시간을 담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간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용기를 열어 5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얼토당토않은 이 사업은 뉴스에 보도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TC의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시간이 돈이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소설에서 모든 등장인물은 약어로 표기됩니다. 주인공 TC는 보통남자(Tipo Corriente)를 줄인 이름입니다. 이는 저자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부분으로, 소설의 분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점이 독특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이름을 축약함으로써 전체 서사의 비중을 줄이고 사회실험에 초점을 맞춘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납니다.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은 서사보다는 사회실험에 비중을 둔 소설로, 시간을 판다면 어떤 사회적 현상이 발생할지를 인과관계로 탐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 형식으로 전개되지만, 말도 안 되는 설정 속에서도 '내가 시간을 산다면 어떨까?'라는 흥미로운 상상을 자극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시간=금'이라는 논리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돈과 시간이라는 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엉뚱하면서도 실험적인 이 소설은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의 결말 역시 작가다운 엉뚱하고 기발한 모습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을 팝니다 T마켓>은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을 넘어서, 독자에게 경제학적 통찰과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시간을 사고파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며, 경제와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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