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나누듯 공포도 서로 나누었다는 것은 가치관과 목표가 같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기쁨도 슬픔도 나누는 것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 무엇도 나눌 수 없다.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낸다는 것은 어쩌면 큰 뜻이 있거나 기백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지 모른다.
무섭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신앙을 가졌다 하더라도, 육체의 공포는 의지와 관계없이 엄습해 오는 것입니다. 가르페가 있을 때는 빵을 두 개로 나누듯이 공포도 서로 나누었습니다만, 앞으로는 혼자서 이 밤바다의 추위와 어둠을 모두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공포의 떨림은 일본에 온 모든 선교사들이 느꼈던 것일까? 그들은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자 왠지 겁에질린 쥐처럼 작은 기치지로의 얼굴이 가슴에 안겨 왔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성화를 밟고 사라져 버린 그 겁쟁이 말입니다. 만약 저도 사제가 아닌 한 사람의 신도였다면, 이대로 도망쳤을지 모릅니다. 제가 이 어둠을 뚫고 나가는 것은 다만 사제로서의 자존심과 의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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