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원고에서 먼저 찾을 실수 5가지
200개를 한 번에 다 고칠 수는 없습니다. 초고를 한 편이라도 끝낸 분이라면, 아래 다섯 가지부터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항목 이름은 원서에 소개된 표현을 제가 풀어 옮긴 것이라 한국어판 표기와 다를 수 있습니다.
① 의미심장해 보이는데 아무 일도 없는 전개
주인공이 수상한 편지를 발견합니다. 독자는 긴장합니다. 그런데 그 편지는 끝까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저자들은 이런 전개를 '양성 종양'에 빗댑니다. 무언가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닌 덩어리라는 뜻이죠. 체크 방법은 간단합니다. 원고에서 복선처럼 보이는 장면을 모두 표시한 뒤, 각각이 뒤에서 회수되는지 확인하세요. 회수되지 않는다면 삭제하거나 회수할 장면을 새로 써야 합니다.
② 작가의 신념을 액세서리처럼 걸친 인물
바이킹 전사가 갑자기 현대적인 채식주의 논리를 펼친다면 어떨까요. 인물이 그 시대, 그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작가 본인의 대변인이 되어 버린 경우입니다. 좋은 가치관을 인물에게 입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아온 세계에서 그 생각이 자라날 수 없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내 주인공이 하는 말 중 "이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 대목을 찾아보세요.
③ 공처럼 튕기는 시점
앞의 엉터리 단락에서 민지와 세준의 속마음이 번갈아 나왔던 것, 기억하시나요. 한 장면 안에서 시점이 테니스공처럼 왔다 갔다 하면 독자는 누구에게 몰입해야 할지 모릅니다. 장면 하나에는 시점 인물 하나, 라는 원칙만 지켜도 원고가 훨씬 단단해집니다.
④ 대사보다 시끄러운 대사 태그
원서 소개글부터가 이 실수를 패러디합니다. 인물이 그냥 "말했다"로 끝나지 않고 협박하듯, 훈계하듯, 의견을 피력하듯 말하고, 거기에 부사까지 붙습니다. 한국어로 치면 "절규했다", "일갈했다", "속삭이듯 외쳤다" 같은 표현입니다. 감정은 대사 안에 담아야지, 태그에 떠넘기면 안 됩니다. 원고에서 '말했다'가 아닌 대사 태그를 전부 찾아 절반 이상 '말했다'로 바꿔 보세요. 생각보다 원고가 조용하고 선명해집니다.
⑤ 조사한 걸 다 보여 주고 싶은 욕심
이 책은 자료 조사도 따로 다룹니다. 열심히 조사한 내용일수록 버리기 아깝고, 그래서 이야기와 상관없는 정보가 문단 사이에 끼어듭니다. 앞의 단락 마지막 문장, "이 도시는 1897년에 세워졌고"가 바로 그 예입니다. 조사는 빙산의 아랫부분이어야 합니다. 독자에게 보이는 건 장면에 필요한 한두 조각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