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재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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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사람은 도박장의 손님이 되고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것이었다. 일년의 반이 훌쩍 지나가고, 2/3이 다 끝나가는 지금도 읽지 못하고 있다. 『노름꾼』은 훌륭한 작품성과 함께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 관계도에 대한 예행 연습으로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야 겨우 읽었다. 읽는 내내 난무하는 러시아 이름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과연 올해가 가기 전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을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걸작이라 불리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보다 『노름꾼』이 더 큰 흥미를 끈 이유는 분량이 더 적기도 하지만, 『노름꾼』이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실제로 룰렛 도박에 상당히 중독되어 있었고, 당장 출판사에 새 소설을 납품하지 않으면, 그가 쓴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9년간 출판사에 귀속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노름빚 앞에서 절망한 도스토옙스키는 타자수를 고용해서 약 한달동안 구술로 소설을 써내려가는데, 그게 바로 『노름꾼』이라고 한다. 또한 이 타자수는 훗날 도스토옙스키와 결혼을 하는 안나다.


『노름꾼』을 다 이해했느냐, 하고 물어보면 솔직히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통에 나는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이 상당히 현란하고 매혹적이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나도 같이 미쳐가는 것만 같았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도박장에 같이 있는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나도 그런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모든 인물들이 광기에 서려 있다. 도박이 모두를 그렇게 만들기도 하거니와, 도박과 비슷한 짜릿함을 주는 사랑에 미쳐있다. 장군이나 주인공 알렉세이가 그렇다. 특히나 주인공이자 화자인 알렉세이는 도박과 사랑 모두에 사로잡혀 있어서 정말로 따라가기가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될 지가 궁금해서 따라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노름꾼』이 엄청난 걸작이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인물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모든 걸 기세와 분위기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긴 하지만 정작 다 읽고 나면 "광기" 밖에 느껴지는 게 없다. "광기"가 곧 작품에서 추구한 바인 것 같아서 실패한 작품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용감한 사람은 도박장의 손님이 되고, 똑똑한 사람은 도박장의 직원이 된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는데, 정말 『노름꾼』의 인물들은 모두가 돈을 잃을 걸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다. 그 모습은 아마도 도스토옙스키 본인의 모습이었으리라. 이러한 자신의 부끄러운 면모까지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믿음과 흥미를 키우는 부분이다. 또한 나는 아이러니는 사랑하는데, 『노름꾼』이 노름꾼이었던 도스토옙스키의 노름빚을 갚기 위해 쓰여졌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키운다.




인물관계도



1.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소설의 서술자이자 장군 집안의 가정교사.


장군의 의붓딸 뽈리나를 맹목적이고 광기 어린 감정으로 짝사랑하는 중. 뽈리나의 부탁과 환심을 사기 위해 룰렛에 손을 댄다.


2. 뽈리나 알렉산드로브나


장군의 의붓딸. 장군의 전처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 뽈리나의 동생들은 장군과 전처(뽈리나의 생모) 사이에서 얻은 아이들.


알렉세이의 맹목적인 사랑을 알면서도 냉담하고 가학적으로 대하지만 내면에는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 양부의 빚 때문에 드 그리외 후작에게 얽혀 있으며, 미스터 에스틀리와도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한다.


3. 장군


퇴역 러시아 장군이자 알렉세이의 고용주.


도박과 방탕한 생활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드 그리외에게 저당 잡힌 상태. 모스크바에 있는 부유한 백모(할머니)가 사망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기만을 기다리며, 젊은 프랑스 사교계 여성 블랑슈와의 재혼을 꿈꾼다.


4. 안토니다 바실리예브나 (할머니)


장군의 부유한 모스크바 백모이자 가문의 실질적 기둥.


모두가 유산을 위해 사망 소식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5. 마르키 드 그리외


프랑스인 고리대금업자이자 가짜 후작 행세를 하는 야심가.


장군의 채권자로 일가를 쥐락펴락하며, 뽈리나를 빚으로 옭아매 정부로 만들었다.


6. 블랑슈


신분 상승과 돈을 노리는 프랑스 출신 사교계 여성.


장군이 목을 매는 사교계의 여성.


7. 미스터 애스틀리


여행 중 만나게 된 영국 신사.


알렉세이의 친구이자 관찰자. 뽈리나와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하며, 알렉세이와 그와 얽힌 이들에게 곧잘 호의를 베푼다.




화폐단위



소설에는 다양한 화폐 단위가 나오는데, 이를 제미나이를 통해 정리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화폐들 중 가장 가치가 낮은 러시아의 보조 동전 '꼬베이카(Kopeck)'를 1로 잡고, 1860년대 당시 환율을 바탕으로 각 화폐의 상대적 가치를 정리해 드립니다.


최하위 단위(꼬베이카) 기준 환산표


1 꼬베이카 (러시아 동화): 최하위 기준 단위

1 프랑 (프랑스 은화): 약 25 꼬베이카

1 굴덴 / 플로린 (남독일·오스트리아 은화): 약 60 꼬베이카

1 탈러 (북독일 은화): 약 95 ~ 100 꼬베이카

1 루블 (러시아 기본 통화): 정확히 100 꼬베이카 (1루블 = 100꼬베이카)

1 프리드리히스도어 (프로이센 금화): 약 500 ~ 525 꼬베이카


한눈에 보는 교환 비율 (근사치)


1 프리드리히스도어 (최고액 금화) = 약 5 탈러 = 약 5 루블 (500 꼬베이카) = 약 8.5 굴덴 = 약 21 프랑




*작중 알렉세이가 한 번에 20만 프랑을 따는데, 이를 현대적 가치로 환산하면 이렇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



1860년대 20만 프랑의 현대 원화 가치 환산


19세기 중반(1860년대)의 통화를 현대 화폐로 환산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3가지 경제학적 기준으로 20만 프랑을 직접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순금 실물 가치 기준 (약 70억 원)


1860년대 프랑스는 '프랑 제르미날'이라는 철저한 금본위제 화폐를 사용했습니다.

1프랑의 법정 순금 함유량: 약 0.29032g

20만 프랑의 순금 무게: 200,000 x 0.29032g = 58,064g (약 58.06kg)

현대 원화 환산: 현재 국내 순금 시세(1g당 약 12만 원 기준)를 적용하면 58,064g x 120,000원 = 69억 6,700만 원 (약 70억 원)


2. 소득 및 사회적 경제력 기준 (약 70억 ~ 85억 원)


당시 사람들의 소득 수준과 비교해 그 돈이 가진 '사회적 위력'을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1860년대 프랑스 소득 수준:

일반 도시 노동자 연봉: 약 1,000 ~ 1,200 프랑

부유한 부르주아 신사의 1년 생활비: 약 4,000 ~ 5,000 프랑

20만 프랑의 가치: 일반 노동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약 170~200년간 일해야 버는 돈. 유한계급이 40~50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치스럽게 살 수 있는 거금.

현대 원화 환산: 현재 한국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약 4,200만 원)을 기준으로 170~200년 치 소득을 계산하면 4,200만 원 x 170~200년 = 71억 4,000만 원 ~ 84억 원



3. 단순 장바구니 물가(CPI) 기준 (약 13억 ~ 15억 원)



프랑스 통계청(INSEE) 및 경제사학계의 역사적 소비자물가지수(CPI) 환산율을 적용한 방식입니다.


1860년 1프랑의 현대 유로 구매력: 약 4.0 ~ 4.5 유로 (19세기에는 공산품과 식료품의 생산 단가가 지금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에 단순 물가 배수는 낮게 나옵니다).

20만 프랑의 유로 환산: 약 80만 ~ 90만 유로

현대 원화 환산: 1유로 당 1,6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850,000유로 x 1,600원 = 13억 6,000만 원


4. 부동산 및 실제 사치 규모 (약 80억 ~ 100억 원)


1860년대 파리 부촌(8구 등)의 최고급 저택 한 채 매매가가 약 10만~20만 프랑이었습니다.

파리 중심가의 대저택이나 서울 핵심지의 고급 주택 1채 가격이 현대에 80억~120억 원을 호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블랑슈가 저택을 빌리고 최고급 마차와 보석을 쓸어 담으며 한 달 만에 태워버린 20만 프랑의 파괴력은 약 70억~100억 원 규모의 벼락부자 당첨금으로 보는 것이 소설의 맥락에 가장 잘 들어맞습니다.



요약


단순 식료품/생필품 구매력(CPI)으로만 보면: 약 13억 ~ 15억 원

순금 실물 가치(금본위제)로 보면: 약 70억 원

부동산, 노동 가치, 실제 사치 규모로 보면: 약 70억 ~ 1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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