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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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올해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업가나 사기꾼이나 매한가지긴 해.

근데 사업가가 사기꾼이랑 다른 게 딱 한 가지 있어.


시작은 허풍일지라도 끝은 아니라는 거지.



모든 성공한 기업들에는 대체로 이 말을 적용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차고에서 윈도우 개발을 시작했을 때, 제프 베조스가 인터넷으로 도서 배송을 시작했을 때,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을 매각하고 테슬라를 사들이고, 스페이스X를 창업했을 때.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정주영 회장이 갯벌 사진을 들고 그리스 선박업주 리바노스를 찾아가고, 영국 은행에 찾아갔을 때. 너무 먼 이야기인가? 김병훈 대표의 APR 사례도 있다.


그들의 비전은 남들이 보기엔 허풍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등 각국 경제에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이 되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남들 눈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게 '기업가 정신' 아닐까.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다르지 않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리니지 등의 열풍으로 인해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던 1990년대 젠슨황은 한국의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엔비디아가 생산한 그래픽카드를 팔기 위해서였다.


제품을 팔기 위해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발품 팔기를 마다하지 않던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이제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 되었다.


모티브에서 출간된 『엔비디아 DNA』는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출신인 유응준이 직접 이런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성장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




CPU와 GPU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 레전드 시연회




『엔비디아 DNA』에서 저자가 수차례 강조하는 지점은 젠슨 황의 유연한 판단, 그리고 변화에 대한 과감한 베팅이다. 엔비디아의 기존 주력 상품은 그래픽카드였다.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면서 팔려고 했던 제품도 그래픽카드였다. 그러나 현재의 엔비디아의 핵심 상품은 그래픽카드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GPU다.


반면 진짜 통찰을 가진 리더는 시장이 아직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는 숫자도, 사례도, 확신도 없다. 대신 기술의 방향성과 구조적 필연성만 존재한다. 젠슨 황은 늘 이 필연성에 베팅해 왔다.


『엔비디아 DNA』, 21쪽.



저자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본 후에야, AI 시대가 열렸음을 깨달았고 그동안 젠슨 황이 강조했던 방향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고사양 게임을 돌리기 위한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만 알려진 엔비디아가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 건 3가지 사건이 있다. 비트코인 채굴 열풍, 테슬라 자율주행 시연, 생성형 AI의 등장.


이 셋 모두 고성능 GPU를 필요로 하고, 이에 맞춰 젠슨 황은 재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통해서 엔비디아를 성장시켰다. 『엔비디아 DNA』에서 특히 강조되는 젠슨 황의 2가지 사고 방식이 있다.











1. TOP 5 Things





엔비디아 회의에서 젠슨 황은 "Top 5 things"를 강조한다고 한다. 이는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한해서 당장 "집중해야 할 5가지 목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해서 몰두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당연하게도 비슷한 규모의 대기업들을 상대하는 기업이고, 두 대기업 간의 이해관계를 모두 따지다보면 업무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공룡 기업은 필연적으로 관료제적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엔비디아 DNA』에 자주 보여지는 젠슨 황의 면모는 경직된 분위기를 타파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데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2. 실패를 두려워 말고 실패에서 배워라.





마찬가지로 회의에서 젠슨 황은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Good. Now we know."


『엔비디아 DNA』, 90쪽



이러한 젠슨 황의 태도를 저자는 "지적 정직성"이라고 표현한다. 직원들이 실패했을 때는 문제 삼지 않지만, 그 실패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이 시작되면 젠슨 황은 질책한다고 한다. 실패에 대해 변명하기 시작한다면, 실패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없고, 실패를 두려워해 소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들었다.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젠슨 황은 직원들을 질책하기보다 이제 문제를 더 정확히 알았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에디슨이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작동하지 않는 1만 개의 방식을 알았을 뿐이다."라고 한 말과 겹쳐진다.


이러한 "지적 정직성"이 이 회사를 급격히 변하는 기술, 경제 상황 속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한 회사로 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이 회사(엔비디아)는 항상 가장 먼저 성공한 기업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틀렸음을 인정한 기업이었고, 그래서 가장 먼저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기업이었다.


『엔비디아 DNA』, 42쪽.






하루마다 달라지는 시대





요즘의 시대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하루만에 모든 게 달라지는 시대 같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 코스피의 급격한 급등, 생성형 AI들이 점점 빠르게 장악하는 인간의 영역, 현대차의 아틀라스 등등. 하루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나만 빼고 전부 변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끔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엔비디아, 그리고 젠슨 황이 보고 있는 더 먼 미래를 독자들에게 살며시 보여준다. 이 지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엔비디아는 숱한 격변을 성공적으로 넘어온 기업이고,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GPU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그 자체다."


(…)


이제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회사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단순한 하드웨어 묶음이 아니다. 지식이 흐르고, 연산이 축적되며, 시간이 압축되는 구조다. 칩을 넘어 시스템으로, 시스템을 넘어 공장으로. 엔비디아는 이렇게 스스로를 재정의해왔다.


『엔비디아 DNA』, 108쪽, 123쪽.



이 모든 변화가 모이는 지점이 바로 AI Factory 개념이다. 젠슨은 데이터센터를 더 이상 IT 인프라가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정의했다. AI Factory는 GPU,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 냉각,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생산라인처럼 결합된 구조이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AI 토큰', 지능의 단위다.



『엔비디아 DNA』, 301쪽.





그래픽카드, GPU, 시스템, 피지컬 AI, AI 팩토리.


서두에 언급했듯이, 누군가는 허풍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허풍까지는 아니어도, 그게 과연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였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미래를 꿈꾸고 실현시키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다.



엔비디아가 B Player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AI 시대에는 평균이 곧 한계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DNA』, 74쪽.


AI 시대는 이미 열렸다. 엔비디아에선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B player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기업이 더 나은 직원을 뽑으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AI 시대에 오면서 평범의 기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전 시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 받고, 그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지 못할 것이라는 자극을 주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변화를 예견했기에 젠슨 황은 오래 전부터 이런 말을 해온 듯하다.



"나는 여러분이 충분히 고통받기를 바란다."


『엔비디아 DNA』, 29쪽.



끊임없이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고, 거기서 생기는 고통을 극복하는 것만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A Player가 될 길인지도 모르겠다.


성장하는 기업을 창업하고 싶거나, 엔비디아, 젠슨 황, 또는 다가올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가 궁금하다면 『엔비디아 DNA』가 상세한 해설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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