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한국의 왕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14
박영수 지음, 노기동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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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14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한국의 왕>

박영수 글 · 노기동 그림 
 

  
 
이 책은 영교출판사에서 펴내는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시리즈 그 열네 번째 책인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한국의 왕> 편이다. 참고로, 이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한국사 일주'다. 우리 역사를 알고자 할 때, 한국사 일주가 역사의 흐름 중심이라면 한국의 왕은 약간 에피소드 중심이라고 해야 할까. 두 권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먼저 보고 한국사 일주를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통치자의 인간적 면모를 살펴보면서 그 지도력의 핵심을 다뤘습니다. 바꿔 말해 개인적 감정과 국가적 이성 사이에서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혹은 어찌하여 한 쪽에 치우치게 됐는지 등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반드시 성공한 국왕만이 아니라 실패하거나 뭔가 부족한 군주까지 다룸으로써 반면교사의 지혜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요컨대 우리나라 군주 중 나름의 색깔을 지닌 국왕 중심으로 역사를 대략이나마 한눈에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 머리말에서 지은이 박영수
 
한국의 왕이라고 하면 자칫 위대하고 영웅적인 면만 부각했을 것 같지만, 머리말에서 지은이가 친절하게 알려주듯이 이 책은 그들의 뛰어난 면과 그렇지 않은 부족하고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절하게 소개해 주어서 누구에게나 용기와 재미 둘 다  충족시켜줄 수 있을 듯싶다. 내가 자란 어린 시절에는 전기문도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잘나고 뛰어난 인물만 소개했던 것 같고 그래서 감히 따라 해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사실, 책을 안 읽고 살아서 잘 모름. -.-;) 그리고 단군 이야기도 곰이랑 호랑이가 마늘이랑 쑥 먹고 며칠을... 무슨 허무맹랑한 얘긴지 뭔지, 대충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처음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정체'를 신화와 실제가 혼동되지 않게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신화로만 생각하면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다양한 상징이 숨어있는 까닭입니다. 그렇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단군이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단군은 두 문명사회의 결합을 통해 태어난 새로운 지도자입니다. 당시로써는 발달된 선진문명인 청동기 사회의 한 부족장이 한반도에 와서 신석기 사회의 부족 중 곰을 숭배하는 집단과 힘을 합친 뒤 강력한 통치국가를 세운 임금인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
     "단군은 정말 1908세까지 장수했을까?"
     그에 대한 의문은 단군왕검이 특정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지배자 호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여러 지배자들이 대를 이어가며 단군왕검이란 호칭을 사용한 것이니까요.
     정리해 말하자면 단군은 농경사회를 이루면서 계급사회를 이룬 초기 국가의 지도자였습니다. 단군은 유능한 통치력을 발휘하여 사회를 안정시켰고, 자신은 하늘의 보호를 받는 신성한 존재임을 강조했으며 이는 후에 신화로 남겨져 우리에게 '단군신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2-14쪽)

 
얼마나 명료하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이것 말고도 신라 진평왕의 세 딸 가운데 선화공주를 사랑하게 된 서동(←백제 무왕, ?-641년)이 아이들에게 퍼트린 노래[서동요]는 아직도 아리송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며, 왕이나 우리 엄마·아빠는 학교에서 누구누구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아이들 마음과 똑같이 얼레리 꼴레리 사랑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들을 마음껏 상상해도 좋지 않을까. 그 밖에도 토끼와 거북이의 지혜를 전해준 신하 선도해의 이야기와 일부러 붓을 떨어뜨려서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책사 최응의 이야기는 왕 혼자서 모든 걸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정말 많은 왕의 이름과 업적·실수담, 유래, 사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조금은 지루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초등학교 과정에서 3학년 때부터 사회 교과를 배운다. 사회를 배운다는 것은 나 중심에서 벗어나서 차츰 주변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 고장(3학년) -> 우리 지역, 시 · 도(4학년) -> 세계 속의 우리나라(5·6학년)
 
아마도 4학년 2학기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를 언급하면서 역사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초등학교 4·5학년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처럼 역사 공부가 어수룩한 사람도 눈치 볼 것 없이 봐두면 참으로 유익하고 좋다. 
  
  
   


*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시리즈의 장점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하나는, '나무'를 보고 '숲'을 볼 수 있다. 
학교 교과 과정의 단점은 전체 역사를 너무 토막 내서 배우고 잊어버릴 정도돼서 다시 배우게 되니까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수가 있다. 꼭 이러한 책으로 전체 역사 흐름을 익혀두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백과사전류처럼 딱딱한 줄거리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옛날이야기를 들어볼 수는 없지만 잘 찾아보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재미난 책이 많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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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사전 - 365일 날마다 새로운 서울 발견!
김숙현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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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날마다 새로운 서울 발견!
<서울Seoul 여행 사전>
이 책을 쓴 사람들_김숙현 · 김우선 · 김희은 · 박동식 · 유연태 · 유정열 · 이동미 · 정철훈 · 황교익
초판 발행일자_2010년 2월 25일, 향후 쇄를 거듭하면서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며 꾸준히 수정·보완할 계획이라고 함.



    ↑비닐 포장이 되어 있다. 한 손에 약간 넘치는 크기지만 가지고 다닐만 함. 

 

차  례...............................................................................................

서울, 어떻게 여행할까?

     1 이 책의 구성 / 2 서울의 관문 / 3 서울의 교통체계 / 4 관광정보

Ⅰ웅숭깊은 역사와 전통의 도시

     01 궁궐 · 문화재 · 왕릉 · 사찰 / 02 근대건축물 · 종교건축물

Ⅱ감성을 채우는 문화예술의 향기

     03 박물관 · 미술관 / 04 공연장 · 예술영화상영관 / 05 어린이 체험 · 교육 나들이

Ⅲ 걸으며 쇼핑하며 서울 누비기

     06 걷기 좋은 길 · 골목길 · 테마거리 / 07 시장 · 쇼핑몰 · 전문상점

Ⅳ 자연과 함께 숨 쉬는 휴식과 놀이

     08 산 · 강 · 공원 / 09 레포츠 · 축제

Ⅴ맛있고 즐거운 오감만족 서울

     10 음식점 / 11 카페 · 전통찻집 · 베이커리 / 12 나이프 라이트

추천 숙박업소

지역별 찾아보기

............................................................................................................

 

이 책은 365일 날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곳 365곳을 소개하는 사전이다. 크게는 Ⅰ~Ⅴ까지 다섯 테마로 나뉘고, 다시 세부적으로 더 잘게 나누어서 비교적 다양한 공간을 충실하게 소개하고자 하는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대개는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면 좋을 곳들이다. 자동차가 편하고 익숙해진 분들은 네비게이션을 참고하면 될 것이고, 이 책에서 알려주는 '찾아가는 길' 정보는 대중교통을 기준으로 한다.   

 

첫째 테마에 들어가기 전, '서울, 어떻게 여행할까?'라는 장에서는 이 책의 구성 설명과 함께 대중교통 전반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가득 담고 있다. 서울 이곳저곳에 있는 역(서울역/영등포역/용산역/청량리역), 터미널(서울고속버스터미널/센트럴시티터미널/동서울종합터미널/서울남부터미널/상봉터미널), 공항(인천, 김포, 제주, 김해, 청주, 대구, 양양, 무안, 광주 등 9곳의 국제공항과 군산, 여수, 포항, 울산, 원주, 사천 등 6곳의 국내공항), 지하철(총 14개 노선-서울지하철은 9개 노선), 버스(파란색 간선버스/초록색 지선버스/빨간색 광역버스/노란색 순환버스/마을버스), 택시(일반/모범/오토바이 택시), 서울시티투어버스, 한강 유람선, 수상택시(뭐지? "복잡한 교통상황과 상관없이 한강시민공원과 인접한 곳 어디든지 30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37쪽)이라고 하네.)에 대한 최신 정보-각 대중교통수단의 특징과 주소·전화번호·홈페이지, 철도노선까지-와 실질적인 요금체계를 알려주므로 여행시 시간관리랄지 주머니관리에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머릿속으로 이동경로를 그려볼 수 있도록 한 아기자기한 그림지도(서울/광화문/삼청동/인사동/강남 지역/명동/홍대)도 눈에 쏙 들어온다. 심지어 관광안내정보와 응급상황시 대처법, 주요 분실물센터 홈페이지까지 차곡차곡 실어주니 길치는 물론 서울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에게 초보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실 분들에게 알짜 정보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림지도  


사실 요즘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데다 실제로 이곳저곳 여행 다녀오신 분들이 자신만의 여정과 느낌을 블로그에 너무나 풍성하고 예쁘게 담아내 주어 적당한 대리만족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에 있어서 누구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옹골찬 전문 필자들이 체계적으로 서울을 소개하므로 꼭 오늘 당장 어디로 떠나기 위해서만이 아닌, 서울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오감 만족을 위해서도 가까이 두고 곱씹으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아니, '곧') 떠나는 거지 -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팔짝! ♪"


↑친절한 여행가이드가 되어줌 -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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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노후력
와시다 고야타 지음, 김정화 옮김 / 와우라이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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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노후력>

중년들이여! 불평하지 마라!
돌파구는 여기 있다!
'정년의 남자를 위한 교과서'   - 이 책표지에



이 책에서 저자 와시다 고야타는 인간의 생애(生涯)를 이렇게 보았다. 

     소년기=0~20살, 중년기=21~60살, 노년기=61살 이상(초로(初老)=61~70살, 중로(中老)=71~80살, 고로(古老)=81살 이상)로 일단 구분해 본다. 이것은 '평균치'이다. 개인에 따라 실제로 늙어가는 정도는 크게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구분이다. (241쪽)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위의 구분에서 중년기는 청년기(20·30대)와 중·장년기(40·50대)로 다시 세분해서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만히 보면, 남자들은 중년기와 노년기, 두 번에 걸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것 같다. 먼저, 중년기인 40대에 들어서면 "내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이 뭐가 있지?" 내지는 자기 실력이나 주제는 생각하지 않고 막연하게 일정 이상 지위나 명예를 지니고 싶다는 야욕에 불타서 몹시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제 죽음과 가깝기도 한 노년이 남았다. 아무리 수명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체로 60세에 들어서면 노년이라고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이에 크게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정년퇴직을 경험한 바 있으며 60대도 한참 지난 60대 후반의 나이(1942년생)에도 일을 꽤 열심히 하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이즈음 자신이 이미 거쳐왔던 노년의 곤혹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노후(=퇴직 후)의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을 이 시대의 남자들을 위해서 "(으랏차차!!) 노후력을 보여-줍-시-다!!"라는 취지로 이 책을 집필하셨을 거라고 믿고 싶다. 목차를 주욱 살펴보면서 언뜻 이 시대의 지치고 불안한 노년에게 큰 힘(力)을 전해주는 책이 될 거라 믿었으니까. 또한, 자기계발서류를 보게 될 때 대개 그렇듯 현실적인 조언도 어느 정도는 기대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아 이런 글들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의아했다.

    "인간을 말(언어)의 존재로 파악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론의 근본이며 내가 노인론(老人論)을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0쪽)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라면, 의식(자기의식=사유=정신)이 있다는 거고, 이 의식은 '언어(말)'가 있어서 가능하다는데 그거랑 노인론이랑 무슨 관계지?

    "노인에게 '야심을 가져라'라니, 무슨 쌩뚱맞은 소리를 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야심'이란 '세속적 성공'과 관련되지만, 생뚱한 것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35쪽)

'뭐지?'

죄송한 얘기지만, 이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의 앞날개를 보고 나서 쉽게 풀릴 수 있었다.
 

    와시다 고야타

    오사카대학 문학부 철학과 졸업. 동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철학, 윤리학으로 교편을 잡았다. 저서로는 『신 대학교수되는 방법』 『처음 하는 철학사 강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사전』 『노후에 대비하지 않는 신 철학』 『인생의 철학』 등.


자기 줏대도 없이 갈팡질팡 흔들흔들 난리도 아닌 이 시대에 철학을 배우는 것은 분명 굉장히 유익하고도 유익한 일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간혹, 정말 아주 간혹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철학과 학생을 만나볼 수 있다. 와시다 고야타라는 분도 약간 그 비슷한 느낌이시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년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단호한 레이저를 쏘고, 죽을 때까지 일을 하라고 채찍질 아닌 채찍질을 하신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노후력(力)은 바로 "일을 하라. 일을 멈추지 마라"라고,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나쁘지는 않다. 여기서 말하는 일이라는 게 꼭 돈을 벌자는 일만은 아니니까.

전반적으로,  

황비홍 못지않은 취권을 구사하시며-그 연세에도 최신 발명품에 굉장히 관대하시다(텔레비전, 핸드폰,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라고 함)-일본 특유의 개방적인 성(性) 개념을 지니신 분으로서 나와는 사고방식이 대단히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거 하나는 건졌다고 해야 내 마음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자식한테 신세지는 것은 당연한 일

    "절대 자식들한테 신세지지는 않을 테야"라고 다짐하듯 말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무섭기도 하고 상당히 무모하게 들린다.

(...)

    부모가 자식을 돌봐주는 것은 '의무'이고, 자식이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권리'이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부모가 자식한테 신세지는 것 또한 '권리'가 아니다. 이처럼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의무'와 '권리'의 관계로 파악하다니, 서글프지 않은가. 문제는 서글픔 즉, 심정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부모가 노후에 자식에게 기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고작 노인복지가 충실해졌다고 해서 인간이 유사(有史) 이래 유지해온 부모자식 간의 기생관계를 약화시키고 파괴해도 되는 것일까? 파괴해도 좋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모도 자식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는 니힐리스트이든가, 아니면 심각한 착각 속에 빠져 사는 사람일 것이다. (89-91쪽)


늙어가는 우리 부모와 나의 관계, 더 넓게는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에 뭔가 생각해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책이든 0.001%의 가치도 없는 책은 없겠지...없을 거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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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레인 -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게리 린치.리처드 그래인저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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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빅 브레인>

게리 린치(정신의학 교수) · 리처드 그레인저(컴퓨터과학, 심리학, 뇌과학 분야 교수) 지음 | 체릴 코드먼 그림 | 문희경 옮김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KAIST 겸임교수) 감수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정신과 육체 양면에서 탐구하는 것이 인간학인데, 현대 인간학의 큰 줄기는 뇌 과학이다. (...) 즉 인간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뇌 과학으로 귀착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뇌 과학에 대한 식견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과학도 성립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처럼 인문계열의 학문에서도 뇌 과학의 지식과 관련이 없는 학문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 엄청난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310-311쪽


인간을 알고자 할 때 흔히 이성과 감성, 머리와 가슴, 육체와 정신 그러니까 쉽게, 뇌와 마음으로 간추려서 보곤 한다. 모르긴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신 분은 마음(心)을 통해서 뇌까지 아우르며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얼마 전에 정신과 전문의가 쓴 <마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았다. 여기서는 인간을 아는 열쇠를 '마음'이라고 보고, 마음을 추적하는 데 있어서 꼭 뇌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놀라우리만치 새로운 정신이론학을 만들어내신다). 반대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은 마음처럼 실험에 응해주지 않는 것보다 물질로 이루어진 뇌(腦)를 온전히 이해하면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뭐가 맞든,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뇌를 알면 마음도 안다'이다. 그렇다고 뇌가 곧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다고 생각한다. 


....

이런 책을 보고자 하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책이 꼭 정답은 아닐지라도 답에 가까운 몇 가지 정도는 추려주어(←객관식 문제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사람의 폐해?) 나를 안심시켜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나 호기심인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부제-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를 보고 진짜 인간 지능의 뿌리와 발전과정을 똑부러지게 알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능'이라는 용어 자체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능의 역사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지능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1차원적 측정치가 존재하고, 여러 가지 측정치가 서로 상관되어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208쪽)

 
그렇다. 답도 나오지 않는 구덩이를 참 열심히 파고 또 팠다. 그래서 나는 까만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모양으로(실제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기도 했으니) 책표지를 지그시 바라보며 이 책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생각해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의 감수를 맡으신 이인식 교수님께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제는 부제처럼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이다. 저자들은 유전학, 진화론, 인류학, 컴퓨터 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집대성하여 인류의 뇌가 확장된 과정을 추적하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을 자상하고 성실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최근 국내에 뇌 과학 책이 시나브로 출간되고 있지만 이만큼 내용이 전문적이면서도 이만큼 설명이 대중적인 것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목차에 들어가기 전 '감수자의 글' 마무리)


"(이그...) 교수님, 거짓말쟁이!!" ㅎㅎ


도대체 큰뇌가 어쨌다는 건지, 잘 모르고 덤벼들었는데 학자들 사이에서 큰뇌는 진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뇌가 클수록 지능이 좋고 우월한 존재라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발굴된 두개골 화석을 통해 인류 진화의 역사를 알아보니 현재 인간의 뇌보다 더 큰 뇌를 지녔던 보스콥인Boskops이 존재했다는 것이다-1913년, 아프리카 내륙의 작은 마을 보스콥에서 지금의 인간보다 뇌가 훨씬 큰 두개골 화석이 발견됨. 이때는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지 50년이 지나, 과학의 정설로 받아들여진 시대라고 함. 과학적 연구에 발 빠른 유럽인들은 "아니, 감히 우리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가 있었다고? 그것도 아프리카에서? 말도 안 돼!" 이러면서 보스콥인의 존재 자체가 학계에서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빅 브레인의 존재를 게리 린치와 리처드 그레인저라는 두 과학자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뇌에 관한 여러 과학적 지식과 가설, 정보와 함께 우리에게 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다고 대두(大頭)였던 보스콥인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지능이 뛰어났을 보스콥인을 제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추적·조사하고 혹시나 신-보스콥인을 꿈꾸어 보기도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처음과 중간 내내 지긋지긋한(^^; 뇌의 출현과 구조·경로, 유전자, 생물의 종을 이야기하다가 약간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소설 같은 마무리를 접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씨익─ 번진다. 이건 꼭 마무리가 마음에 들어서만은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야만의 시대였다. 대량학살과 억압은 원시적이지만, 학교에서 호스피스에 이르기까지 현대적인 사회조직은 계몽적이다. 우리는 미래가 원시시대보다 계몽으로 향할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학습과 고귀함이 문명의 상징이라면, 인간의 뇌는 이미 크긴 하지만 원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성을 뿌리치고 계속해서 커지려고 할 것이다. 앞서 제시했듯이 불가사의한 문명을 이루었던 보스콥인은 야만적인 우리 인류의 조상과 맞서 싸우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현대에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 시대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50쪽)
 

예전 같으면 돌출 발언이 될 법한 것들이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고 있다. 그것도 온갖 학문을 버무려서 나오니 무식한 독자로서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아무튼, 이 책은 이인식 교수님 말씀처럼 대중적인 설명을 해주는 책은 아니지만 그랬기에 네이버 검색 로봇을 열심히 돌려주었고 뇌 과학과 관련하여 나름대로 공부 좀 했다. 그런데 작년 우리 아버지 말씀이 떠오르면서...(씁쓸)


"아빠가 너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봤잖니. 네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서 넘들한테 똑똑하게 보인다 한들... 행복할 것 같으냐. 그냥 모르는 척, 무식한 척... 상대방이 네 머리 위에 올라 있다고 느끼게 해주면서 사는 게..." -.-;;;


신-보스콥인의 밝은 미래는 아직 아직 멀은 것 같다. 그것보다 현실적으로 인간 뇌의 완벽한 재현이 가능하긴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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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최의신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 진선아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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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Incredible Cross-sections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스티븐 비스티(영국의 대표적인 역사·과학 그림책 작가) 그림 | 리처드 플라트 글 | 최의신 옮김

 

책을 받자마자 입이 '쩍-' 벌어진다. 나는 무슨 액자나 달력을 주문한 줄 알았다. 흔히 보는 그림책보다 조금 더 큰데 대충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A3 용지만 할까... 책장을 넘기면 오밀조밀한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크로스 섹션[Cross-sections, 가로·세로로 자른 단면]이 공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가득 펼쳐진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 책 크기에 놀라고 섬세한 그림들에 또 한 번 놀라면서,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잘생긴 왕자님의 키스를 받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감각이 예상치 못한 방문을 받고 부스스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건축물과 교통기관은 다음과 같다.

성 / 천문대 / 갤리온 / 크루즈선 / 잠수함 / 탄광 / 탱크 / 해저유전 / 대성당 / 점보제트기 / 자동차 공장 / 헬리콥터 / 오페라하우스 / 증기기관차 / 지하철역 / 트롤 어선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 우주왕복선


우리는 어쩌다 공항이란 곳에 발을 딛고 기껏 큰 건물이어봤자 동네 대형마트나 20층을 웃도는 아파트 주변을 기웃거릴 뿐인데 여기서 볼 수 있는 구조물들은 그런 크기가 아니다. 사람을 압도하는 크기일 뿐만 아니라 가로나 세로로 자른 단면이 꽤 복잡하고 다채롭다. 시대적으로도 14세기 유럽의 성에서부터 현재까지 미개척분야이기도 한 우주를 노니는 우주왕복선까지를 마음껏 가로지른다.

유치원 아이들, 초·중·고등학생, 심지어 건축이나 기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꼭 아이들만 보는 그림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아이들이 본다면 숨은 그림 찾기도 하고 평소에 좋아하는 탱크랑 비행기, 잠수함을 실컷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이 머리가 다 큰 사람도 무척 흥미롭게 보았고 이왕이면 "이런 책! 스무 살 때 볼 수 있었으면 좀 좋아!"라는 투정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구조물의 설계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 ·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신나게 놀다 올 수 있는 짜릿함도 맛볼 수 있으며, 텔레비전만 보는 2차원적 인간을 뛰어넘는 3차원 그 이상의 감각을 발견하게 되는 놀라움까지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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