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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레인 -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게리 린치.리처드 그래인저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빅 브레인>
게리 린치(정신의학 교수) · 리처드 그레인저(컴퓨터과학, 심리학, 뇌과학 분야 교수) 지음 | 체릴 코드먼 그림 | 문희경 옮김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KAIST 겸임교수) 감수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정신과 육체 양면에서 탐구하는 것이 인간학인데, 현대 인간학의 큰 줄기는 뇌 과학이다. (...) 즉 인간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뇌 과학으로 귀착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뇌 과학에 대한 식견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과학도 성립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처럼 인문계열의 학문에서도 뇌 과학의 지식과 관련이 없는 학문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 엄청난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310-311쪽 |
인간을 알고자 할 때 흔히 이성과 감성, 머리와 가슴, 육체와 정신 그러니까 쉽게, 뇌와 마음으로 간추려서 보곤 한다. 모르긴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신 분은 마음(心)을 통해서 뇌까지 아우르며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얼마 전에 정신과 전문의가 쓴 <마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았다. 여기서는 인간을 아는 열쇠를 '마음'이라고 보고, 마음을 추적하는 데 있어서 꼭 뇌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놀라우리만치 새로운 정신이론학을 만들어내신다). 반대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과학자들은 마음처럼 실험에 응해주지 않는 것보다 물질로 이루어진 뇌(腦)를 온전히 이해하면 마음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뭐가 맞든, 이 책의 기본 전제는 '뇌를 알면 마음도 안다'이다. 그렇다고 뇌가 곧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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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보고자 하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책이 꼭 정답은 아닐지라도 답에 가까운 몇 가지 정도는 추려주어(←객관식 문제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사람의 폐해?) 나를 안심시켜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나 호기심인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부제-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를 보고 진짜 인간 지능의 뿌리와 발전과정을 똑부러지게 알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능'이라는 용어 자체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능의 역사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지능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1차원적 측정치가 존재하고, 여러 가지 측정치가 서로 상관되어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208쪽)
그렇다. 답도 나오지 않는 구덩이를 참 열심히 파고 또 팠다. 그래서 나는 까만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모양으로(실제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기도 했으니) 책표지를 지그시 바라보며 이 책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생각해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의 감수를 맡으신 이인식 교수님께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제는 부제처럼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이다. 저자들은 유전학, 진화론, 인류학, 컴퓨터 과학,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집대성하여 인류의 뇌가 확장된 과정을 추적하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을 자상하고 성실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최근 국내에 뇌 과학 책이 시나브로 출간되고 있지만 이만큼 내용이 전문적이면서도 이만큼 설명이 대중적인 것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목차에 들어가기 전 '감수자의 글' 마무리)
"(이그...) 교수님, 거짓말쟁이!!" ㅎㅎ
도대체 큰뇌가 어쨌다는 건지, 잘 모르고 덤벼들었는데 학자들 사이에서 큰뇌는 진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뇌가 클수록 지능이 좋고 우월한 존재라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발굴된 두개골 화석을 통해 인류 진화의 역사를 알아보니 현재 인간의 뇌보다 더 큰 뇌를 지녔던 보스콥인Boskops이 존재했다는 것이다-1913년, 아프리카 내륙의 작은 마을 보스콥에서 지금의 인간보다 뇌가 훨씬 큰 두개골 화석이 발견됨. 이때는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지 50년이 지나, 과학의 정설로 받아들여진 시대라고 함. 과학적 연구에 발 빠른 유럽인들은 "아니, 감히 우리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가 있었다고? 그것도 아프리카에서? 말도 안 돼!" 이러면서 보스콥인의 존재 자체가 학계에서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빅 브레인의 존재를 게리 린치와 리처드 그레인저라는 두 과학자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뇌에 관한 여러 과학적 지식과
가설, 정보와 함께 우리에게 내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다고 대두(大頭)였던 보스콥인을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지능이 뛰어났을 보스콥인을 제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추적·조사하고 혹시나 신-보스콥인을 꿈꾸어 보기도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처음과 중간 내내 지긋지긋한(^^; 뇌의 출현과 구조·경로, 유전자, 생물의 종을 이야기하다가 약간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소설 같은 마무리를 접하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씨익─ 번진다. 이건 꼭 마무리가 마음에 들어서만은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야만의 시대였다. 대량학살과 억압은 원시적이지만, 학교에서 호스피스에 이르기까지 현대적인 사회조직은 계몽적이다. 우리는 미래가 원시시대보다 계몽으로 향할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학습과 고귀함이 문명의 상징이라면, 인간의 뇌는 이미 크긴 하지만 원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성을 뿌리치고 계속해서 커지려고 할 것이다. 앞서 제시했듯이 불가사의한 문명을 이루었던 보스콥인은 야만적인 우리 인류의 조상과 맞서 싸우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현대에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 시대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50쪽)
예전 같으면 돌출 발언이 될 법한 것들이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고 있다. 그것도 온갖 학문을 버무려서 나오니 무식한 독자로서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아무튼, 이 책은 이인식 교수님 말씀처럼 대중적인 설명을 해주는 책은 아니지만 그랬기에 네이버 검색 로봇을 열심히 돌려주었고 뇌 과학과 관련하여 나름대로 공부 좀 했다. 그런데 작년 우리 아버지 말씀이 떠오르면서...(씁쓸)
"아빠가 너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봤잖니. 네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서 넘들한테 똑똑하게 보인다 한들... 행복할 것 같으냐. 그냥 모르는 척, 무식한 척... 상대방이 네 머리 위에 올라 있다고 느끼게 해주면서 사는 게..." -.-;;;
신-보스콥인의 밝은 미래는 아직 아직 멀은 것 같다. 그것보다 현실적으로 인간 뇌의 완벽한 재현이 가능하긴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