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회 -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프강 조프스키 지음, 이한우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폭력사회>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폭력사회. 말 그대로 '나쁜 사회'를 이리저리 고찰해 보는 책이다. 이 책을 쓴 분은 독일 사회문명비평가 볼프강 조프스키Wolfgang Sofsky라는 분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앞날개를 찬찬히 살펴보니까 이전에 주로 테러, 전쟁, 강제수용소를 비롯한 인간의 나쁜 정신 상태인 공포, 정신착란, 불안 등을 넓고 깊게 연구하셨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도 그런 '사회문명비평'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인데 어떤 폭력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반 사람들에게는 많이 낯설고 거북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총 12장으로 나누어서 폭력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아무튼 모든 주제는  '폭력'과 통하게 된다. 

 
     질서와 폭력 / 폭력, 불안, 그리고 고통 / 무기 / 사형 집행 / 고문 / 학살

     폭력과 격정 / 전투 / 사냥과 도주 / 구경꾼 / 사물들의 파괴 / 문화와 폭력



먼저, '질서와 폭력'을 고찰하는 장에서 인간 사회의 탄생 원인을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고 배웠던 것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 역시 폭력과 통하는 얘긴데, 사회는 인간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뭉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왜 모였는고 하니, 인간들 하나하나의 육체는 잠재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폭력인간으로부터 폭력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뭉쳤으며 그들 나름대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질서와 법률, 대표자를 만들게 됐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아이러니이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폭력은 인류의 역사를 처음부터 속속들이 지배했다. 폭력은 혼돈을 만들고, (혼돈을 어렵사리 극복하고 만들어낸) 질서는 폭력을 만든다. 이런 딜레마는 풀어낼 길이 없다. 질서는 폭력에 대한 불안에 기초하여 스스로 새로운 불안과 폭력을 만든다. 이런 연유로 해서 신화는 역사의 종말을 알고 있다." (13쪽)

 
다시 얘기하지만, 결국은 '폭력'이다. 그것은 이 책이 '폭력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부제)'를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만약 평화사회라는 책이었다면 인간을 빛나는 존재로 예쁘게만 그려주었겠지만, 이 책은 정반대 극단을 달린다. 달리다 못해 개나 고양이, 사자가 으르렁거리고 쥐어뜯고 발정이 난 것을 보는 것처럼 잔인·극악무도하다. 군데군데 배치된 흑백으로 된 그림들은 저자의 이야기가 난해하다 싶을 즈음 머리를 식히기 위한 안식처가 아니라 "거봐, 사람들은 이래.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전체상을 볼 수 있도록 속도를 내서 읽었어야 하는 책일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참 더디 읽힌 책이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아니지 않은 인간 모습에 경악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특히 공감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폭력, 불안, 그리고 고통'을 고찰하는 장이다. 얼마 전에 본 알랭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에서보다 훨씬 명료하고 너무나 리얼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이는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을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폭력의 희생자가 되면 한 인간의 삶은 정말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 끝없는 고통의 세계가 바로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지옥이라는 곳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1960~80년대에 자행된 구속·고문·사형·학살의 상처를 직접 몸으로 겪으신 분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할까. 그 시대에 고문을 당하고 살아남으신 분이 쓴 에세이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자신은 할 도리를 다 했으니 이제는 쉬어야겠다(보호해 달라? 후회와 피해의식이 섞인?), 뭐 이런 식의 글을 보고 작게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사람은 역시... 진부한 얘기가 되겠는데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


      폭력은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낙인처럼 남긴다. 폭력을 당한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하는 데 종종 수년 동안의 배려가 필요하기도 하다. (...) "고문을 당한 사람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안온하게 살 수 없다." (112쪽)


이런 비평 책을 보고 폭력을 둘러싼 인간과 사회의 장이 너무나 끔찍하다는 일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원격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는 사람이 더 한다는 말... 참 아이러니이자 딜레마다. 적절한 문제제기와 대책이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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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Sex & Sensibility
한승억 지음 / Socks Puppet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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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집 『여자』<Sex & Sensibility>

글 한승억, 기획 사라 김, 디자인 송지연

 

  
여성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책,

정작 남성이 읽어야 할 필독서,

내용상 직설적인 성적 묘사와 선정적인 사진,

판매와 구독을 23세 미만에겐 금지.



이런 수식어들이 이 책을 접하기 전, 내가 (이 책과 관련하여) 본 것들이다. 직설적·선정적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노골적이라는 듯. 직장 내에서도 보면, 남자들의 노골적인 농담을 마냥 재미있다고 맞장구쳐줄 여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비추어보면 나 역시 '굳이 이걸 봐야 하나' 싶으면서도 일단은 책 속에 담긴(실은 내 안에서) 팔딱거리는 호기심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역시나 투명한 비닐로 곱게 싸여진 이 책... 책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어두침침하다. >.< 이게 뭔 일인가... (이상햐) 어? 여느 책들처럼 책 앞날개고 뒷날개고 그런 거 없다. 까만 바탕에 목차를 보여주고 이 책을 쓴 '한승억'이라는 분의 필모그래피가 보이는 것 같고(침침해서 잘 보이지도 않음) '들어가는 글'이라고 해두어도 좋을 두 쪽 분량의 짧은 글과 글쓴이 한승억, 기획 사라 김, 디자인 송지연 - 이 책을 엮은 분들의 소개글이. 특이하신 분들 같다. 책 자체에 대한 호기심에 묻혀서 사실 이 책을 누가 썼는지 궁금해할 틈이 없었는데 예상치 않게 선글라스 끼고 머리 너저분한(-죄송. 사진이 그렇게 보였어요) 남성분을 맞닥뜨리자 조금 놀란 것은 둘째치고 '엉뚱한 것에 열정을 쏟는' '여자의 성을 이야기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남자, Dr. Love'. 푸히히-


이 책 첫 느낌은 별로다.

칙칙한 디자인에 사진도 선정적이라기보다 뭘 상상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초반에 나오는 이야기가 가족에 대한 이상에 가까운 글,

읽기 거슬리는 어쩔 수 없이 노골적인...

음핵, 내핵(G-Spot), 치골, 요도 입구, BJ - '이 사람, 계속해서 재미없는 용어 써가면서 나불거리는 거 아니야?' ;;


그래도 읽긴 읽어야 해서 보다가 밤꽃 얘기가 나올 즈음 처음으로 웃겼다.
 

   그 냄새에 익숙한 아낙들은 스산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방망이가 부러져라 빨래를 때렸을 법도 합니다. (52쪽)


예전에 일박을 겸한 어떤 세미나에서 여러 여자 선생님들과 밥을 먹으러, 좌우로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구름다리 위를 걷는데 (거기서 내가 거의 막내뻘이었다) 그분들이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 모를 거야. 이게 그... (으흐흐)" 이것 말고도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뭐가 마음에 안 들면 이를 앙 물고 빨랫감을 거의 던지다시피 한다든지... 그냥 말로 하면 될걸... (하긴 말로 먹히는 인간들이 거의 없는 건 사실이니...)


남자와 여자의 본성(특성), 네 부류로 나누어 본 성적 성향, 인성, 적성에 연계된 성품, 섹스, 이혼, 변태, 외도, 남자의 팬티... 중간중간 저자가 권하는, 생각하는, 웃겼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제야 이 책 앞표지에 적힌 '남녀관계에선 섹스가 가장 쉬운 일입니다'라는 글이 이해가 된다. 책을 다 봤다고 해서 내 정체성이 갑자기 확립됐다든가 남녀관계에 대해서 박사급이 된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자신의 고유 인성이 쉽게 변화되지 않듯이 그 사람만의 타고난 개성이라고 해야 할까,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그런 것들은 자신이 바꾸고자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강한 이미지를 바꾸어보기 위해서 성형을 시도하는 사람을 가까이서 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너무 심심한 이미지를 바꾸어보기 위해서 한때 약간의 노력을 해보긴 했다. 안 되더라...  또한, 사랑 없는 섹스를 즐길 여자는 '거의 없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과 이기적인 동물 남자. 지나간 버스는 후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책을 남자가 읽어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여자들이 읽고 자신만의 확고한 인생 패턴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난 놀이가 될 것 같다. 


   "성인이 된 남성은 후천적 인성마저도 변화가 어렵지만, 여성은 후천적 인성은 물론 출산 등을 통해서 선천적 인성마저도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 하지만 여성은 45%의 긍정적인 남성만을 통해서 진보적인 인생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관성의 본능이 있는 남성이 부정적이면, 변화의 속성을 가진 여성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화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216-217쪽)


관성의 본능이 있는 남성이라... 말이 좋지, 쉽게 말해서 똥고집이나 자뻑하고 비슷한데 혼자 똥고집을 부리든 자뻑을 하든 상관을 안 하는데 똥 눌 데 안 눌 데를 가리지 않고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꼴은 지켜봐주기가 곤란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떤 여자가 이런 얘기를 했냐에 따라 백인백색이니 단순한(?) 남자로서는 참 난해하기도 하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원하는 게 한 가지면 그 한 가지를 원하는 상대를 찾아가면 정확하다. 저자가 나이트클럽에서 왜 여자들이 웨이터의 손에 손목이 잡혀서 끌려다니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누구나 꿈꾸는 만인의 연인에 대한 동경쯤 될 것 같다. 사랑받고 싶고, 이끌림당하고 싶고, 예쁨 받고 싶고... 그런 것들. 아니면 가정에서부터 수동성에 길들여진 모습이랄지. 사실 비교적 확고하게 자신을 알지 못하면 그냥그냥 끌리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래가지고는 대등한 위치에서 진정으로 판타스틱한 행복감과 깊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나 싶은데... (이것도 저것도 잘 모르겠다) 남녀관계란 알다시피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것도 뭉뚱그려서 말할 수 있는 사람 대 사람이 아닌 개성이 있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라면 말이다. 


자칫 외설로 흐를 수도 있고 그 수위 조절이라는 게 쉽지 않은 책인데 끝마무리가 좋아서였는지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혼을 코앞에 둔 남녀 말고(결혼을 바로 코앞에 두고 이런 책을 읽으면 뭐하나. 응?) 적어도 결혼을 1~2년쯤 앞둔 25세 이상? 또는 결혼을 했지만 정체성 확립이 덜된 45세 미만의 남녀가 보면 좋겠다 싶다. 그렇다고 저자의 얘기들이 다 옳고 정답은 아니라는 점만 유의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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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s 2010-04-19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 저자입니다.
너무 독특하고 재미있는 서평에 서평만 두어 번 읽었습니다.
상세한 서평만큼 저의 마음도 푸근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거리에서 2011-05-06 04:36   좋아요 0 | URL
(어익후-)
보통 서평을 쓰면 저자분들은 얼씬도 안 하기에 막,
막 내키는 대로 썼는데 댓글 주시는 줄 알았으면
좀 더 멋지게 포장을 했을 것을요... (말이나마). ^^;;
제가 요즘 관심 있는 것은 사람들의 '솔직하지 못함'이라고 할까요.
너무 노골적인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요.
온갖 자기계발서들, 얕은 요령을 일러주는 텔레비전 등으로 기술만 늘어서는
서로 기술적으로 감추기 바쁘고 심지어 집에서도...
저희 집에는 엄마를 비롯해서 딸만 있는 집인데 저도 여자지만
여자들의 욕구표출방법이 짜증, 신경질을 부리는 식이어서
이게 어떻게 보면 여우짓하고도 통하게 되는데
'과연 남자와 소통하는 방법이 이래야만 하나?'
아무튼, 저는 아직 여자 정체성이 확립 안된 뇨자랍니다.
이 책 다시 잘 보겠습니다. 몸소 덧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야호! 춤을 추자 - 우리춤 야호! 신나는 체험 시리즈 3
이야기꽃.김지원 지음, 이지원 그림, 김찬복 사진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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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신나는 우리춤 체험 3
<야호! 춤을 추자>
어린이책 작가 모임 이야기꽃 · 김지원 글 | 이지원 그림 | 김찬복 사진   
  
   


 
청어람 주니어에서 펴내는 '야호!' 시리즈 그 세 번째 책인 우리 춤과 관련한 책이다.
 
춤에 대해서 잘 모르고 거의 몸치에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리듬을 타고 흥에 겨워한다. 그런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집어들었다고 해야겠다.
 
표지에 그림이 참 예쁘고,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라만 봐도 흐뭇할 거라는 느낌 하나만 믿고 책장을 넘겼는데... (으앗) 조금은 난해한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우리춤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서 무척 꼼꼼하게 소개해 준다. 가르쳐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왕의 건강이나 나라의 평화를 위해 격식을 갖추어 추었던 '궁중춤'
  -검기무, 처용무, 무고, 봉래의, 춘앵전, 학무
각종 종교의식 때 추었던 간결하고 평이한  '의식춤'
  - 일무, 나비춤, 바리춤, 법고춤, 무속춤
일과 놀이, 종교가 하나가 되었던 민중(피지배계층)의 춤인, '민속춤'
  - 탈춤, 살풀이춤, 승무, 태평무, 한량무, 강강술래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 문화를 수용하면서 전통춤을 각색한 '신무용'
  - 화관무, 장구춤, 부채춤 


 민속춤과 의식춤

 민속춤의 본질은 참여라 할 수 있어. 춤꾼과 구경꾼이 따로 없이 춤을 추지. 이와 달리 의식춤은 민중의 춤이 아니라 특정 종교 예인들의 춤이라 할 수 있어. 또한 종교의식이라는 전문성과 직업성을 가지고 있지. (74쪽)

 
 
아니,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이라고 보고 이 책을 휘- 휘- 둘러보면 좋겠다. 전시회에 가면 특정 전시회에 알맞은 각종 이론과 설명글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들을 굳이 다 볼 필요는 없는 거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이 책을 엮은이들이 조금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춤을 많이 보지 못한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욕심껏 설명과 이론들로 가득 채워진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볼만한 그림과 사진도 많지만 말이다. 내 생각은 그래서 이렇게 가볍게 보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연령대가 봐야 할 것인지 약간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산만한 구성과 긴 문장들, 어려운 춤 용어...
 
춤은 역시 직접 해 보고, 직접 관람해 보아야지 몸으로 느끼고 전율할 수 있는 것인데 요즘은 공부만 하고 컴퓨터 게임 등에만 치우쳐서 여유를 부리기 쉽지 않다. 나는 초등학교 때 부채춤을 재미나게 배웠고 중학교 때는 무용 시간을 아주 싫어했다. 내 몸 구조가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성인이 되어서 절에 가서 승무인지 바라춤인지를 보고, 길을 가다가 탈춤을 보고, 얼마 전에는 지하철 내에서 남자가 입술을 빨갛게 해가지고 두루마기 같은 옷을 입고 버선발로 춤을 추는데... '거, 뭔 춤이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서양의 춤과 다르게 펄럭거리는 옷 사이로 흐느적거리는 우리 춤의 매력을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런 책은 꼭 실제 춤을 같이 봐주어야 느낌과 감동이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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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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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이야마 만화경>
宵山万華鏡
 
      요이야마(교토 기온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레 행렬의 전날로, 7월 16일-옮긴이) (12쪽)
 
     거울에 짜 맞춰 넣은 원통에 색종이와 작은 유리 조각을 집어 넣는다. 한쪽 끝에서 들여다보며 원통을 회전시키면 온갖 도형이 생겼다가는 사라진다. 이것이 만화경이라는 완구인데, 메이지 시대에는 백색(百色) 안경이나 비단 안경이라고도 불렸다. (158쪽)
 ......................................................................
 
 
일본 교토에서 나고 자란 '교토작가', 모리미 도미히코(1979)의 작품들은 대부분 교토를 배경으로 한다. 이번 작품 역시 교토 기온이라는 곳에서 열리는 축제의 하루인 요이야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만화경은 내가 아주 어릴 때 학교에서 만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색종이를 조각내서 거울이 있는 종이통 속에 집어넣고 돌려서 보면 이렇게 저렇게 달리 보이는 황홀한 색감이 마냥 좋았던 것 같은 느낌? 정말 그랬을까?...내가 그렇게 봤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데 이 책에 나오는 6편의 이야기가 그런 식이다.
 
요이야마 자매
 스자키 발레 교실에 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자매. 호기심이 왕성한 언니는 요이야마 축제를 구경하고 싶어서 한눈팔지 말고 집으로 곧장 가야 한다는 선생님의 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겁 많고 소심한 동생을 이끌고 가다가 동생의 손을 놓친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질 즈음, 저녁 하늘로 끌려갈 뻔한 그녀의 두 발을 언니가 꼬옥 붙들고... 아, 아, 언니....
 
요이야마 금붕어
고등학교 동창 오토카와의 초대로 요이야마를 세 번째 찾은 후지타 군.  앞에 두 번은 말 그대로 속았다. 두 번 속고도 또 찾아오는 후지타 군은 어떤 괴물이야? 싶은데, 하는 행동마다 기기묘묘, 이상야릇한 오토카와 못지않게 용감무쌍한 후지타 군이 요이야마 법도를 어겨서 뜨거운 맛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는 피시식... 웃겨부러. 
 
요이야마 극장
오토카와 선배의 친구인 후지타 씨를 속이기 위해 가짜 기온제를 만드는 웃기는 멤버들.
- 번잡하고 귀찮은 걸 싫어하는 고나가이를 돌게 만드는 얍삽한 인간 마루오와 괴력의 여장부 야마다가와 아쓰코, 이들 배후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오토카와 선배.
장난인데 장난이 아니게 커지는 세트 제작...
   "상대방을 속이려면 스케일과 기세로 압도하는 수밖에 없다." (102쪽)
 
요이야마 회랑
15년 전, 요이야마 날에 사라진 딸을 쫓아 화랑 주인 야나기 씨가 건네준 만화경 속을 헤매다 요이야마의 불빛 속으로 사라진 삼촌의 이야기.
   "진정하십시오. 쫓아가면 안 됩니다." (172쪽)
딱히 정해놓은 계획 없이 딸을 잃은 삼촌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조카 지즈루를 부축해 주는 화랑의 야나기 씨.
 
요이야마 미궁
15년 전, 요이야마의 밤에 무남독녀 외딸을 잃은 고노 화백...
   "만화경을 통해 15년 전에 모습을 감춘 딸을 본 것이 이 끝없이 반복되는 세계로 들어오게 된 계기라고 했다." (215쪽)
1년 전, 요이야마 해질녘에 의문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야나기...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를 쫓아 오는 요이야마의 환영으로부터 달아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즉, 아버지도 나처럼 요이야마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기 전에 죽은 것이 아닐까." (211쪽)
아버지의 유품을 집요하게 찾는 기네즈카 상회 오토카와...
점점 알 수 없는, 알아내야만 할 것 같은 기억 · 의문의 소용돌이.
 
요이야마 만화경
다시 스자키 발레 교실이 파하고 요이야마 거리에서 손을 놓치게 된 자매 가운데 언니가 겪는 이야기.
 
처음 이야기의 끝과 마지막 이야기의 끝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그래서 마치 비디오를 보다가 누군가 자동으로 리플레이시켜준 것처럼, 6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는 아닌데 하나의 이야기라는 듯. 한참 만화경 속에 빠져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얘, 뭐하니. 이제 그만 놀고 저녁 먹어야지."라며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지. 뱅글뱅글 같은 곳만 돌고 있을 순 없잖아.
 
오늘도 내일도 눈을 돌리면 신기하고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이 즐비한 이곳, 이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현실의 삶에서는 나를 붙들어줄 야나기 씨도 언니도 없잖아.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어서 만화경 속에서 빠져나오라고, 축제의 현장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오라고 손짓할 수도 있을 거야.
 
굉장히 유치하면서 재미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한테는 좀 몽롱한 이야기였네. 모리미 도미히코의 다른 작품 <유정천 가족>이 엉뚱한 4차원이라면 이 작품은 몽롱한 4차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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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 - 개정판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이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The Path to Tranquillity

Dalai Lama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

  



    달라이 라마라는 칭호는 티베트어로 '지혜의 큰 바다' 혹은 '큰 지혜를 가진 스승'이라는 의미로, 티베트인의 정치와 종교 지도자를 말한다.  - 이 책 앞날개에


나는 한동안 틱낫한[1926~ , 베트남 출신의 승려·명상가·평화운동가이자 시인]이라는 분처럼 달라이 라마라는 분도 딱 한 분 계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 지음'이라고 적힌 책을 한두 권, 이번이 세 번째 정도 될까? 보다 보니까 달라이 라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이르는 말처럼 티베트인들이 스승으로 여기는 지도자를 이르는 칭호였다. 그리고 이 책을 지으신 분은 현재 제14대에 이른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1935~, 1940년에 정식으로 제14 달라이 라마에 즉위하였으며 현재는 인도에 망명 중 티베트인들의 자유를 위한 비폭력 저항을 실천하고 계시다 ]라는 분이다. 이분이 어째서 망명 길에 오르셨으며 그간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들 하며, 왜 이런저런 영향력이 있는지는 세계 속에서 티베트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면 좋을 것 같다. 



 ↑네이버캐스트>역사인물소개 http://navercast.naver.com/worldcelebrity/history/264 

(클릭하면 자세히 보임)


우리 역사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인지라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실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알려줘야만, 그나마 눈을 뜨고 실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며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치곤 한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세계는 점점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안에 갇혀서 자기의 모습에만 몰두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때에 특정 종교와 국가의 차원을 뛰어넘어 세계 평화의 구심점이자 햇살이 되어 주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말씀을 매일매일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이 바로 365일 매일 조금씩 한 말씀씩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된 명상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는 타 종교에서 자주 언급하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차원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오해는 마시길) 동정심, 연민, 연대감, 상호 의존성, 깨어 있음, 다른 이를 돕는 것 등을 강조한다. 특정 종교를 밝히는 책이라기보다 모든 종교가 본래 지니고 있을 좀 더 거시적이고 초월적인 지혜로 인도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고 꼭 심오한 말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어떤 날은 현 사회에서 "바보 멍충이"라는 소리를 듣을 성 싶게 만드는 윤희의 고리에 대해 말씀하시고-"그래 봐야 무엇하겠는가"(235쪽), 어떤 날은 엉망진창인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236쪽)고, 그냥 그렇게 말씀하신다. 또, 어떤 날은 "선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활동해야 한다"(215쪽)라며 마냥 마음을 갈고 닦고 앉아있기만을 바라시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비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그렇다고 평화를 위한 노력인 마음을 비우는 일을 전혀 생각하지도, 묻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가정에서 일어나는 싸움, 국가 간 전쟁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나와 너, 우리를 위해서 매일 조금씩 이러한 책과 함께 해보자.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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