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지혜를 품은 책 9
에다인 멕코이 지음, 박재민 옮김 / 좋은글방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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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al Projection for Beginners
<아스트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에다인 맥코이Edain McCoy(1957~ ) : 오컬티스트. 예술사 전공.

     10년 이상 주식 중계업을 한 독특한 이력이 있으며,

     린츠버그 심포니의 목관악기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 '저자소개' 가운데)

 

이 책의 원제는 <아스트랄 프로젝션>이라고 한다. 아스트랄이 뭔지 프로젝션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기만 하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 『소원을 이뤄주는, 마녀들의 행복 식탁』이라는 책을 봤는데 여기서는 음식을 주제로 '마법'에 대해 흥미롭고 재미나게 맛을 보여준다. 그보다 더 더 한참 전에 우연히 봤던 『신지학 ;초감각적 세계의 인식과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이라는 책에서는 다른 말이 필요 없이 "장난 아니다." 인간 본질이 그렇게 그렇게 복잡한 것인지... >.< 그나마 나는 나름 재미난 부분도 있고 해서 일독하긴 했지만, 주변에 다른 분들은 아예 보지를 않았다(못 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아무튼, 이 두 책의 중간 수준(?)이랄 수 있는 이 책은 아무나 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고 책 제목 그대로 아스트랄이 뭔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으며, 4차원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이라면 그럭저럭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너무 모르고서는 가까이하기엔 멀고 먼 책이 될 수 있으므로 몇 가지를 베껴봐야겠다.


     시간과 공간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세계다. 의식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 물질계와 평행 상태에 있으면서 동시에 상호작용을 하는 에테르 영역ethereal realm, 이곳이 바로 아스트랄계astral plane다. 
 

     아스트랄 프로젝션astral projection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식을 다른 장소, 세계, 그리고 시간으로 보내고, 그 경험을 완벽하게 기억한 채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이때 투사된 의식을 아스트랄체astral body라고 하며 여기서 아스트랄 프로젝션이라는 말이 생겼다.

     사람들이 아스트랄 프로젝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의어를 살펴보기로 하자. 멘탈 프로젝션mental projection, 마음 여행mind travel, 영적인 비전 여행traveling in the spirit vision, 감정체 여행traveling in the emotional body, 리모트 뷰잉remote viewing, 자각몽lucid dreaming, 두 영역을 동시에 의식하기bi-location 등이 동의어다. (이 책 '들어가며' 가운데)


     아주 오래된 오컬트 사상 중 몇몇 가르침에 따르면 살아 있는 인간은 뚜렷이 구분되는 네 개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육체physical body, 아스트랄체astral body, 즉 감정체emotional body, 멘탈체mental body, 영체spirit body, 즉 혼체soul body 등이 그것이다. 이들 네 개의 몸은 상반신을 지배하는 가장 밝고 영적으로 훨씬 진화된 몸과 상호침투하며 겹쳐져 있다고 대충 개념화된다. (67쪽)


 


육체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 주는 자극에 따라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아스트랄체인 감정체의 열림 · 확장은 저절로 그렇게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먼저 아스트랄 프로젝션 이해와 준비 자세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펼쳐보인다. 보조수단은 없어도 되는 '보조'수단일 뿐이라는 조언과 서두르지 말고 최소한 한 달 동안 매일 연습하기, 아스트랄 프로젝션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감정과 존재를 떼어내는 방법, 무엇보다도 누가 뭐라든 자기에게 맞는 결론을 내리라는 겸손한 조언은 역시 내 몸의 주인은 나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사회가 주입한 것들, 이 사회에 속한 내 주변 사람들이 주입한 온갖 것들에 구애받지 않고 시공간마저도 뛰어넘어서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보는 경험은 대단히 판타스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영화를 연상시키는, 엉뚱한 내용 같기도 한 책인지라 앞서 아무나 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 아무나 보기에는 조금 염려스러운 구석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너무 복잡하게, 성급하게 빠져들 것 없이 나 자신의 (영적) 성장과 자기 이해를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족할 것 같다.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전부인 줄 알고 있으며 물질 감각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재미를 덜 볼 수밖에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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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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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현장 법정에서 찾아낸 삶의 해답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 첫째_마음, 모든 것의 시작

   · 둘째_관계, 나만큼 소중한 너

   · 셋째_눈물, 가장 인간적인 소통

   · 넷째_성장, 진흙 속에 피는 꽃

 

이 책은 올해로 꼭 30년을 법관 생활을 해오신 윤재윤 판사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유와 희망을 전하는 글들의 모음이다. 월간 《좋은 생각》 등에 연재했던 글들인 것 같다.


그리 긴 세월을 살아낸 것은 아니지만,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우리는 상처투성이 전사들'

눈에 보이는 상처야 저절로 치유되곤 한다지만, 마음의 상처는 가만히 내버려둔다고 해서 저절로 치유되지 않더라. 상처를 치유할 줄 아는 용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도 없고... 크고 작은 상처를 싸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에게 아무 조건없이 그의 상처를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이도 거의 없고...


     남을 돕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그런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힘을 주고 그들의 생명을 지켜 준다. 거창한 선행이 아니라 작은 친절, 따뜻한 한 마디 말이 사람을 고양시키고 살 힘을 준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없다. 이러한 것이 것이 레비의 생명을 지켜 주었던 수줍은 포옹, 즉 연민과 사랑의 힘일 것이다. 나는 어떤가?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향하여 수줍은 포옹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145-146쪽)  

 
저절로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것은 아마 눈물의 현장 법정에서 낫낫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보다 세상 경험이 적었을 때는 각종 강간, 사기, 절도, ... 극단적으로 자신과 남을 죽이는 자살·살인 따위의 일들이 뉴스에나 나오는 남의 일만 같았다. 그런데 냉혹한 현실은 그러한 일들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살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는 건 나 자신을 비롯하여 이런 책, 저런 책,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세상에서 가장 상냥했던 여성이 거친 황소처럼 변하고 가장 관대했던 남성이 거짓말을 하고 돈을 숨긴다. 좋은 어머니와 아버지였던 사람들이 예의를 차릴 겨를도 없이 늦은 밤에 아이들을 대동하고 누군가를 찾아가 아이들이 듣고 있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배우자를 헐뜯는 일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유순했던 사람이 복수심에 불타 '원수에게 돈을 주느니 차라리 변호사에게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 데비 포드, 『혼자 걷다』, 118쪽


"내가 살아보니까 말이야."로 시작해서 별 시답잖은 인생경험세트를 내놓는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나 했더니,  '아, 이제 어렴풋이 알겠다'  


사랑받지 못해서 인정받지 못해서 이해받지 못해서

사랑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닌 것을... (나 이만큼 상처 받았다는 말)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 모두를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까이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울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대학 때, 나보다 너다섯 살씩 많은 복학생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처는 꼬리잡기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여겨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사회 물(=꾸정물?)을 조금 먹었더니 어느 건축 공무원이 법정에서 "사회가 이렇게 썩었는데 어떻게 원칙대로만 할 수 있느냐?"(310쪽)는 변명의 말에 마냥 콧방귀를 날릴 수만은 없게 되었다.


여기저기 칼날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바보인냥 마음을 지키고 자기의 소신대로 사는 사람이 왜 그렇게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지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 책 곳곳에 가슴에 와닿고 마음을 찌르는 문구들이 너무 너무 많다. 윤판사님 말씀대로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정말 만만찮은 일 같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사람이 치유해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러한 책으로라도... 책이 주는 치유의 힘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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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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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얼마 전, 미치 앨봄의 최근작 『8년의 동행』을 읽고 언젠가는 태평하던 시절에 일독했던 모리 교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게 되기를 바랐다. 마침 기회가 왔다. 나는 이렇게 과제가 부과되지 않고 누군가가 경계의 끈을 꽉 조이라고 주의를 주지 않으면 전혀 무방비상태인 채로 중요한 일을 미뤄두기 일쑤인 사람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인생이란 선생은 종종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법으로 노크를 해준다는 것. '인생은 정말 아름다워'... 이런 환상에 젖어 있을라치면, 꼭 상처투성이 짐승 한 마리가 '웃기고 있네. 인생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아냐?' 딴지를 건다. 그러면 나는 '그렇지...인생은...' 전쟁터 한복판에 직면한다. 그런데 또 그럴라 치면 마음을 환하게 열어주는 이러한 책 한 권이 본래의 내 모습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이 책은 한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미치에게 루게릭 병으로 죽음에 직면한 모리 교수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일러주는 하나의 성공강의수첩이다. 


미치가 이룩한 전자의 '성공'이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고 오르고자 하는 고지라면, 모리 교수가 이야기하는 후자의 '성공'은 그렇게 비교적 손쉽게(?) 마음대로 조정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려 보아도 알 수 있는,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은 돈이나 명예, 권력으로 얻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 당연히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의 의미도 물질이나 권력과 전혀 관계가 없다. 기본적으로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죽을 때는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빈 몸으로 간다지 않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꾸 잊어버리고 만다.


이 책에서 미치가 모리 교수에게 "사람들은 종종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곤 하면서도 어째서 죽음을 믿지 않지요?"라는 질문을 한다. 답변인 즉슨, 사람은 너무나 근시안적이게도 자기한테만은 죽음이 오지 않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산단다. 죽음이 마치 전염병이라도 된다는 듯...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고 중요한 것들과 마주하기를 꺼린다. 

 
정말 중요한, '사람과의 인연(관계)'을 무시하고 소홀히 하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질질 짜질 않나, 심오하고 플롯이 복잡한 소설이 어떻고 저떻고. "무엇이 중요한 거지?" 묻고 싶다.  


내가 운이 없는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당신을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로, 닦으면 자랑스럽게 빛날 보석으로 봐"(244쪽) 줄 스승이나 사람 따윈 하늘의 별따기라고 본다. 모리 교수처럼 자신을 친구로 여기기를 바라고 친근한 선생으로 여겨주길 바라는 교수는 만나봤다. 하지만 그 역시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그러한 시늉을 했을 뿐이었다. 행동은 엉망진창이다. 도저히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아서 "교수님, 교수님.." 대접은 해드렸다. 무슨 쓰레기 광고 문구 같지만 "나 하나쯤..." 하는 안이한 생각을 접고 "나 먼저 또는 나라도" 미쳐 날뛰는 사회를 가라앉힐 진정제 역할을 하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안다. 힘들고 참 책다운 얘기지. 


"모리 선생님은 신문사 파업에 대해 물었고, 언제나처럼 양쪽이 서로 쉽게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선생님처럼 똑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71쪽)


인생의 가치를 점검하고, 사람과 어우러져 사는 일에 대해(가족과 결혼, 그밖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 가득 기분 좋고 강한 에너지가 충전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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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시선 -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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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하는 신화 성찰하는 철학 질주하는 과학

<메두사의 시선>
   


     "신화는 즐겨 진리의 가면 놀이를 하고, 과학은 아직 천진난만하게 자연의 거울이기를 바라며, 철학은 현실의 베일을 끊임없이 벗겼다 덮었다 한다." (이 책 서문 '사족과 몽상' 가운데)

 




 뜨앗!

표지에 눈만 보이는 메두사의 시선이 섬뜩하다. 그 자리에서 얼어버릴 것만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이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구구절절 사연이 많은 괴물이고, 이를 직접 보는 사람은 무조건 돌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단다. 

"어잇! 뭐지? 나랑 누...눈싸움 하자는 거야?" 

평소 잘 접하지 않는 분야 - 신화 + 철학 + 과학 - 를 골고루 접목해 놓은 철학 에세이집이라 표지 핑계라도 대면서 미적거려본다. 책 읽기도 그만큼 더뎠다. 하긴 지지난 해까지 약 2년 반에 걸쳐서 철학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철학과 현실」에 연재한 '철학 노트'를 바탕으로 한 토막글들의 묶음 12편이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뚝딱 읽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읽어서 좋은 책도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재미있어서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겠다는 데야 누가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메두사의 시선'이다. 사람을 돌로 변하게 한다는 메두사의 시선은 불변의 법칙을 붙잡아두는(두고 싶어하는) 과학의 시선으로도 해석된다. 그러고 보면 과학은 참 편리하고 단순하고 깔끔한 것 같은데(←이런 점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좋아했던 것 순으로 나열해 보라고 하면, '과학 - 철학 - 신화'인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 학자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고, 통섭이니 통합이니 해서 과학을 과학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 현실에 봉착했다. 나무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가지만, 결국 든든한 기둥인 줄기에 모여드는 모습인 것처럼 자유로운 사고와 석고화된 법칙의 변주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갑자기 법칙도 뭣도 없이 사람 정신 사납게 만들었던 인문학자 한 분이 떠오르네. 그분께는 메두사의 시선 한 방 쏘아주고파. 


     유난히 아폴론적인 것에 경도된 점에서 그리스인들은 특별났는데, 이 기괴할 정도로 거친 디오니소스적인 힘 앞에서 "아폴론은 메두사의 머리를 방패로 삼아 그에 대항할 수 있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거인적이고 야만적인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 속에서만 그렇게 반항적이고 냉담하며 보루에 둘러싸인 예술 또한 가능했던 것이다. (169쪽)


엄청난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문화 콘텐츠를 구상하는 데에도 아폴론적인 힘과 디오니소스적인 힘이 둘 다 필요하다.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알고 있는 철학!

온갖 복잡한 신들과 인간이 얽힌 사랑과 전쟁의 서사, 신화!

교과서 업그레이드가 가장 힘들다는 과학!


이들을 똘똘 뭉쳐서 말 되는 이야기를 꾸며주신 철학자 김용석 님의 시선과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는 세 가지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철학이라는 모자와 신화라는 안경, 그리고 과학이라는 지팡이.


마지막으로, 세 가지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서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그곳 철학과 교수를 역임하셨다는 글쓴이님 머리도 메두사의 머리카락(배암~)처럼 마구 엉키고 꼬여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해본다. 철학이란 게, 신화란 게 보통 머리 복잡해야 말이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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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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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김원영_
   1982년에 태어났다.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이 책 '앞날개'에서)

 
책 제목 참 진하고 뜨겁다.
표지에 눈에 띄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하단에 잘린 휠체어를 통해 느껴지는 어떤 부자유함.
그러한 휠체어와 한몸인 사람이 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자못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뜨거운 욕망(→ 야한 장애인이 되는 것. 미리 말해둔다)'은 일반 사람들도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있는 그대로'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은 나와 일정 부분 닮은꼴이기에 조금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방식은 사람들이 썩 반기는 방식이 아니란 말이다. 또한, 연예계통 사람들 가운데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흘린 사람치고 이상하게도 나중에 사고 안 친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 어쨌든, 두려움·호기심·강렬한 인상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며(려 노력하며) 책장을 연다.
 
이 책은 장애를 지닌 청년 김원영이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회과학에세이다. 에필로그에서 스스로 밝히듯, 애초에 학문적인 글로 풀어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약간 학문적인 분위기를 풍긴 채 개인 경험을 위주로 장애를 둘러싼 시선과 불합리함,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고 강렬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역시 젊고 뜨겁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확실히 그들의 세상은 내가 전혀 모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세상이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평균 수명과도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여느 장애인과 조금 다른 저자의 위치나 상황 때문인 것 같다. "서울대 로스쿨에 다니는 장애인이다"라는 말에서 사람들은 으레 서울대 로스쿨? 어우, 대단한데. 그러면서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마치 장애인이 아닌 사람 취급하고 싶어한다. 좋은 것만 보고 싶어하고 사람 특성인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장애인이다. 며칠 전에 읽은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에서 본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에 관한 인터뷰 기사 첫머리가 딱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당신은 이제 영화 속의 슈퍼맨이 아니라 진짜 슈퍼맨이 되었다'라고 말할 때마다 저는 무척 언짢습니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슈퍼맨이라면 그래요, 전 슈퍼맨이지요. 그러나 환상 속이 아니라 현실 속의 슈퍼맨이 되는 것이 너무나 힘겹습니다. 왜 저의 상처에도 역할이 주어져야 하는지요."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44쪽)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졌을 때 부딪히게 되는 정체성 문제에 대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약자(=장애·질병·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특수교육기관이 아닌 곳에서 장애인이 일반인과 교육받는 것에 대해, 장애인 수용시설에 대해, 개인의 존엄성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어느 것 하나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이다. 또한, 개인의 생각(의견)만으로 개진되거나 변화되는 것들이 아니다. 저자가 지닌 장애가 누군가를 대가 없이 도와주려는 수많은 사람의 손길에 의해 조금이나마 극복 가능했듯이 위에 나열했던 문제들은 '서로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과 작은 행동들이 속속 모여줘야 그나마 나은 대안이 도출될 것 같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세대밖에 모르고, 자기가족밖에 모르고,...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하는데, 나부터 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무력한 이십대
그리고 88만 원짜리 장애인(물론 장애인 전체의 평균 임금은 44만 원에 더 가깝다)
     가족, 장애, 세대. 그것들이 주는 무게가 내 삶에 찾아온 기회들의 대가라고 생각해야 할까? 실제로 나는 대학 생활 내내 그렇게 생각했고, 그것은 나를 부자유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내 억압된 욕망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오롯이 집중하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장애인으로서의 정치적 실천에 몰입하지도 못했다. 이십대로서, 갇힌 세대로서 우리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고리를 끊어내는 일을 실천하지도 못했다. 그저 여기저기 어설프게 마음을 쓰며 끊임없이 진동할 따름이다. (254쪽)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내린 결론-더욱더 야해지는 것. 더욱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핫한' 존재가 되는 것...."병신 육갑한다"라는 오래된 명제에 온몸으로 저항해가는 것(221쪽)-이 썩 마음에 들지만 상처나 피해의식은 십분 덜어내고 '서로 잘 살고 싶은' 사람으로 거듭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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