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얼마 전, 미치 앨봄의 최근작 『8년의 동행』을 읽고 언젠가는 태평하던 시절에 일독했던 모리 교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게 되기를 바랐다. 마침 기회가 왔다. 나는 이렇게 과제가 부과되지 않고 누군가가 경계의 끈을 꽉 조이라고 주의를 주지 않으면 전혀 무방비상태인 채로 중요한 일을 미뤄두기 일쑤인 사람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인생이란 선생은 종종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법으로 노크를 해준다는 것. '인생은 정말 아름다워'... 이런 환상에 젖어 있을라치면, 꼭 상처투성이 짐승 한 마리가 '웃기고 있네. 인생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아냐?' 딴지를 건다. 그러면 나는 '그렇지...인생은...' 전쟁터 한복판에 직면한다. 그런데 또 그럴라 치면 마음을 환하게 열어주는 이러한 책 한 권이 본래의 내 모습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이 책은 한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미치에게 루게릭 병으로 죽음에 직면한 모리 교수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일러주는 하나의 성공강의수첩이다. 


미치가 이룩한 전자의 '성공'이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고 오르고자 하는 고지라면, 모리 교수가 이야기하는 후자의 '성공'은 그렇게 비교적 손쉽게(?) 마음대로 조정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려 보아도 알 수 있는,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은 돈이나 명예, 권력으로 얻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 당연히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의 의미도 물질이나 권력과 전혀 관계가 없다. 기본적으로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죽을 때는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빈 몸으로 간다지 않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꾸 잊어버리고 만다.


이 책에서 미치가 모리 교수에게 "사람들은 종종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곤 하면서도 어째서 죽음을 믿지 않지요?"라는 질문을 한다. 답변인 즉슨, 사람은 너무나 근시안적이게도 자기한테만은 죽음이 오지 않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산단다. 죽음이 마치 전염병이라도 된다는 듯...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고 중요한 것들과 마주하기를 꺼린다. 

 
정말 중요한, '사람과의 인연(관계)'을 무시하고 소홀히 하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질질 짜질 않나, 심오하고 플롯이 복잡한 소설이 어떻고 저떻고. "무엇이 중요한 거지?" 묻고 싶다.  


내가 운이 없는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당신을 있는 그대로 귀한 존재로, 닦으면 자랑스럽게 빛날 보석으로 봐"(244쪽) 줄 스승이나 사람 따윈 하늘의 별따기라고 본다. 모리 교수처럼 자신을 친구로 여기기를 바라고 친근한 선생으로 여겨주길 바라는 교수는 만나봤다. 하지만 그 역시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그러한 시늉을 했을 뿐이었다. 행동은 엉망진창이다. 도저히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아서 "교수님, 교수님.." 대접은 해드렸다. 무슨 쓰레기 광고 문구 같지만 "나 하나쯤..." 하는 안이한 생각을 접고 "나 먼저 또는 나라도" 미쳐 날뛰는 사회를 가라앉힐 진정제 역할을 하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안다. 힘들고 참 책다운 얘기지. 


"모리 선생님은 신문사 파업에 대해 물었고, 언제나처럼 양쪽이 서로 쉽게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선생님처럼 똑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71쪽)


인생의 가치를 점검하고, 사람과 어우러져 사는 일에 대해(가족과 결혼, 그밖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 가득 기분 좋고 강한 에너지가 충전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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