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럴 프레젠테이션 - 대덕연구단지 과학자가 안내하는
조맹섭.신규상.조윤지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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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 과학자가 안내하는

파워 오럴 프레젠테이션

- 조맹섭 ·신규상 · 조윤지 지음

 
 
 

최근 미디어 관련 도서를 한 권 보았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것을 가볍게 가늠해 보기 위한 시도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말이나 글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어봤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적인 통화는 할 수 없고 - 실제 그랬다. 무선전화기로 어렵사리 내 방에서 통화를 한다 해도 어떻게 알고 다른 방에서 통화를 실수로 듣게 됐다는 등 - 컴퓨터도 개인 컴퓨터가 아닌 가족 모두의 화장실 변기와 같이 돌아가면서 눈치 봐가면서 써야 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보게 되니까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벌써 한 5년 전이 됐나 보다. 대학교수 두 분의 일을 돕게 됐다. 한 분은 40대로 컴퓨터의 활용능력이 유용하게 쓰일 줄 미리 예견하시고 신세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뒤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았다(자존심상 뒤에서 열나게 노력했다는 말씀은 못하시는 상황). 또 다른 한 분은 60대로 노력을 아예 안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간의 알바 비용을 들여서라도 능력 있는 학생을 시켜서 강의원고나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게 하셨다. 이럴 때 두 분의 프레젠테이션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하면 어느 분이 더 낫고, 더 나쁘다를 말할 수 없을 만큼 똑같았다. 왜냐하면, 앞의 분은 성격상 의심이 많고 아주 소심하게 '내가 박산데' 하는 우월의식이 있어서 자료 공개를 꺼리고 강의를 오버동작으로 커버하셨기 때문이고, 뒤의 분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적당히 강의안이나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실제 강의는 연륜으로 커버하셨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발을 디딘 후 반평생 넘게 대덕연구단지(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바뀜)에서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연구자들과 함께 직접 프레젠테이션 과정에 참여해 보고 청중이나 심사자의 자격으로도 참석해 보신 분이 '오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어서 내놓게 된 책이다. 내가 앞에 예로 든 교수들의 프레젠테이션이 강의 보조용으로 조금은 허술한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이 책 저자가 '오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을 침 튀기며 강조하고 싶게끔 만들었던 프레젠테이션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든 완전 폼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추측해 본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를 자연스럽게 접하지 못한 30대 후반(이상) 어르신들께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술과 기교를 남몰래 열심히 갈고 닦으셨다. 2000년대 들어서서, 그들의 실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오럴 프레젠테이션'이다.    

 

"구두발표(口頭發表)는 'oral presentation'의 우리말 표기이다.

'오럴 프레젠테이션'은 구두발표보다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이제는 외래어로 정착되었다." (14쪽)

 

오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이에 필요한 - 실내조명, 발표자의 위치, 강연대의 활용, 마이크 잡는 법, 자신감 북돋우는 방법, 말하기, 보디랭귀지(자세, 눈맞춤, 얼굴 표정, 제스처), 유인물 배포, 질의응답, 준비와 리허설 점검용 체크리스트 등 - 세심하고 필수적인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 모두 너무나 예리하고 구체적이고 요점 중심으로 실용적이어서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고 폼 잡고 계실 많은 분이 뜨끔해할 만한 내용이 많지만, 내가 특히 공감한 것은 감정 표현과 '적당한' 보디 랭귀지, 자세와 눈맞춤이다.

 

감정을 제대로 살리지 않고 밋밋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떤 열성 청중이라도 목석으로 만든다. 다른 얘긴데,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밋밋하게 교과서를 읽어댔는지 그런 과목은 여지없이 배우나 마나였다. 또한, '적당한' 보디 랭귀지는 알지만 잘 못하고 자칫 내가 앞에 예로 든 교수처럼 오두방정으로 흘러서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너무 오바를 하다가 청중을 향해 물건이 날아가서 자신의 권위를 떨어뜨림은 물론 직접적인 불쾌감을 준 일을 보고 뒤에서 얼마나 실소를 터뜨렸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보디랭귀지를 전혀 구사하지 않는 것도 문제시 되겠지만, 절제되지 않고 함부로 구사되는 보디랭귀지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72쪽)

 

다음으로 문제시되는 자세는 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친절한 그림으로 제시한다.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한 가지인데 흔히 사람들이 취하는 잘못된 동작은 어찌나 많은지... 참 재미있다. 남자와 여자 골고루 보여주어서 세심한 구성과 배려가 돋보인다.


 

눈맞춤에 대한 부분은 조금 의아했다.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눈맞춤은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동양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눈맞춤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것까지는 수긍이 갔지만, 눈을 더 잘 맞추지 못하는 성(性)이 여성이라는 것은 갸우뚱거려진다. 나는 남성이 좀 더 권위적이어서 눈맞춤을 잘하지 못한다(=소통을 잘 못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식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식상해질 정도로 정보의 바다에 발을 푹 담그고 있는 시대다. 그렇다고 해서 양질의 지식이나 정보를 누구나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옛날식으로 상아탑 속의 지식인은 물질적·정신적으로 아무런 수확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청중의 수준에 맞게 소통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이 책을 보기를 바란다. 어떤 면으로는 내가 얼마나 청중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시고 연륜으로 비교적 허술한 프레젠테이션을 소화해냈던 분도 이 책에서 일러주는 비법으로 조금만 변화를 시도한다면 권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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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목 아이들 - '만들어진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이 키우기
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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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목 아이들〉
'만들어진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키우기
Free-Range Kids
리노어 스커네이지Lenore Skenazy(칼럼니스트, 작가, 아들 둘 엄마) | 홍한별 옮김 




이 책의 저자는 전에는 기자였지만 지금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자유방목 육아 운동'을 펼치고 계신 분이다. 이 시대의 엄마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아이 키우기에 무척 관심이 많고 어떻게 하면 잘 키워볼까 고심하던 중 아이에게 때가 됐다는 생각에(실은 아이가 졸랐다고 함) 아홉 살 아이를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혼자 두고 지하철로 오게 했다는 기사를 쓴 모양이다. 이 기사 하나가 가지를 쳐서 방송에 출현하고 미국 엄마들을 경악게 하니 - "우리가 통제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우리가 제1세계라고 불리는 아주 멋진 차를 탓기 때문이다."(155쪽) - 또 다른 방송에 출현... 책까지... 요즘은 참 인터넷망(Web : 영어로 '거미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뭐 하나 터졌다 하면 대책없이 퍼져 나간다. 남 일에 뒷담화를 즐기고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아는 것이 많아졌다. 하지만, 앎이라는 건 양파껍질 벗기듯 알면 알수록 묘해지는 구석이 있는 것이기도 하며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일지라도 인터넷 반박글을 몇 번 접하다 보면 아주 기가 막히다. 그런 덧글놀이에 대한 내용도 이 책에 나온다. 고리타분한 옛날 교육서에 없는 요즘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제목에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시피

"부모들이여, 제발 전지전능의 꿈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놓아주자, 내버려두자, 자신과 아이를 믿자"는 소망을 담뿍 담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자는 건 아니다. 옛날 농부들이 가축을 기를 때, 울타리도 쌓고 연륜의 지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놓아기르듯이... 그렇게 아이들을 자유의 기쁨 속에 풍덩 놓아주자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알든 모르든 해오던 게 있는데 갑자기 "너 혼자 알아서 해!"가 아니라 조금씩 아주 사소한 일부터 아이를 놓아주는 연습을 하자고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은 진짜 위험과 과대포장을 구별하기 위한 책, 부모들에게(그리고 나 자신에게) 방어해야 할 것을 알려주고 대신 과장된 위협, 잘못된 정보, 도시 전설에 근거한 육아관련 경고들에 맞서기 위한 책이다. 또, 먼저 왜 우리가 이렇게 겁에 질리게 되었는지도 살펴보려 한다." (21쪽 - 이 책 '서론' 가운데)

이 책에서 알려주는 모든 것은 혹시나, 혹시나, 만약, 만에 하나, 일만 분의 일이라도, 아니 일억 분의 일이라도... 이런 과도한 걱정을 하는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위로문구와 같다. 이 시대 엄마들이 왜 유독 광분하고 강박적이며 과민반응, 과잉보호, 극성, 피해망상, 공포, 남의 눈 의식, 신경쇠약, 교육 강박관념(매 순간 뭘 하든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생각·태도), 지나친(미리) 걱정을 하게 되었는지(전문가, 뉴스, 범죄 드라마, 이웃집 엄마, 유아산업체... 아주 아주 많다)와 프로이트 이전 시대부터 지닌 육아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 시대, 내 나라 분위기에서 한발 물러서서 부모 역할을 되돌아보고 여유를 지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각종 매체와 교육서를 통해 일명 '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덫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오늘도 내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아주 끝내주게,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키워볼까 고민하는 부모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걱정도 취미처럼 하다 보면 안 하면 서운하고 해야 사는 것 같다는 사람이 은근히 있다는 것을 보면 이미 걱정 중독증에 걸려서 이런 책 따위, 읽고 구석에 밀어놓을지도 모르는 부모가 꽤 있을 것 같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다 낫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때때로 통제할 수도 대신 살아줄 수도 없을뿐더러 인생은 그렇게 대략 계획적이지도 않다. 엄마라는 '일'을 너무 크게 벌이면 괜히 잘못 없는 아이에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원망을 하기 쉽다. 믿어주고 믿어주고 믿어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인생 성적표를 함부로 매기려 들지도 말 일이다. 주변 부모들 생각, 우리 부모 생각이 나서 무척 재미나게 보았다. 

 

"육아의 목표는 아이들이 언젠가 부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르는 것"(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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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줄기세포 - 100년 건강의 비밀 성체줄기세포
라정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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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건강의 비밀, 성체줄기세포

고맙다 줄기세포〉

인간은 왜 늙고 병드는가? 

라정찬(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수의학 박사) 지음





지난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과학, 특히 생명공학분야에 무지하게 살다가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어리둥절하고 '이게 일인가?' 싶었던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을 거라고 위안 삼아보며... 그때 이후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 '줄기세포'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내가 '줄기세포'를 그냥 단어라고 한 이유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도대체 줄기세포stem cell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실 이 책을 다 봤는데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공자나 봐야 할 정도로 어렵게 쓰여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봤던 그 어느 책보다도 쉽게 쓰여졌다.


전체 220쪽, 전반 1/3 분량에 해당하는 1부 '질병, 노화 그리고 줄기세포'에서는,

질병과 노화에 대해 글문[←'말문' 대신]을 열고 곧이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줄기세포의 정체 - 줄기세포가 지, 줄기세포의 종류와 기능, 줄기세포의 역사, 여러 가지 줄기세포 만드는 방법, 여러 줄기세포의 장단점 - 를 밝히고, 줄기세포 치료의 원리를 컬러 그림까지 곁들여서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이러한 최신 과학연구가 어떠한 질병 치료에 적용 가능한지 알려준다. 놈의 치유 불가능한 병이 그리도 많은지 참 놀라웠고 몸이 아프면 온갖 부귀영화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불치병 · 난치병 · 암 · 퇴행성 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줄기세포는 출생 후부터 몸에 있는 여러 종류의 조직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s와 생명의 시초가 되는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로 나뉜다. (...) 줄기세포는 우리 몸이 스스로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세포를 유지, 관리하고 잘못된 세포를 재생시키는 자가 치유력을 발동한다. (...) 줄기세포는 아직 분화하지 않은 미성숙 상태의 세포다.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24-25쪽)


     "우리 몸은 피부를 이루는 세포, 간세포, 뇌세포, 근육세포 등 다양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들은 수정란 단계에서 한 종류로 이루어져 있던 세포가 주변의 환경과 호르몬,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여러 종류의 각기 다른 세포로 분화된 것인데, 이렇게 하나의 세포가 가지를 치듯 다른 세포로 분화된다고 하여 줄기세포라고 한다. 이 세포를 근육에 이식하면 근육세포가 되고 뼈에 이식하면 뼈세포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근간이 되는 세포라 하여 줄기세포라고 부른다." (31쪽)



이 책을 읽고 대충 기사를 검색해 보니까 황우석 박사가 재기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황우석 사건시 문제가 됐던 것은 논문 조작 말고도 생명의 씨앗인 배아[←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수정란을 의미]를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도 크게 한몫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 2부 '줄기세포 능력과 질병 예방 · 치료의 적용'에서 다룰 것은 수정란이 처음 분열할 때 형성되는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성숙한 조직과 기관 속에 들어 있는 미분화세포인 성체줄기세포다.  혈관계, 신경계, 면역계, 골격계, 신장, 피부, 간, 폐, 당뇨병, 암 등 인간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명을 급격하게 단축시키는 질병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가능성 여부를 꾸준히 실험(시험) 중에 있다고 한다. 다양한 치료 사례가 설득력을 높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 성체줄기세포는 특정세포로만 분화 가능하며 면역 거부 때문에 기증 · 공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이 책에 의하면 "최근에는 다른 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39쪽)고 한다. 배아줄기세포 못지않게 정말 만능인가 싶다. 이러한 면역 거부 특성상 현재 줄기세포 은행이 속속 생기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현재 건강한 사람이 미리 줄기세포를 채취해두었다가 나중에 몸이 아플 때 투여받으면 세포가 재생돼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유가 만만인 분들이 관심 가져볼 만하다.


혹, 나는 저런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관심 없어!

하는 분들께 얘기하고 싶은 건,

줄기세포의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는 탈모, 여자들이 목숨 거는 탱탱한 피부, 기미, 주근깨, 주름 말고도 매회 1등을 놓치지 않는 경주마의 인대손상을 손 놓고 바라보는 게 좋겠는가. 그 밖에도 상상(?)하기 나름일 것이다. 물론 미심쩍은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미래 유망 신기술(6T)에 직접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관심을 두고 알아서 일선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땀흘리는 분들이 그에 맞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안목 정도는 갖춰보려고 노력하는 성의를 보여야 과학도 발전하고 우리나라도 더 강해지는 것 아닐까. 나부터 많이 부족하다.

 

참고.  미래 유망 신기술(6T)

  : 정보기술(IT) · 생명공학기술(BT) · 나노기술(NT) · 환경공학기술(ET) · 우주항공기술(ST) · 문화콘텐츠기술(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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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창조 - 이어령의 지성과 영성 그리고 창조성
이어령.강창래 지음 / 알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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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지성과 영성 그리고 창조성
〈유쾌한 창조〉 

이어령 · 강창래 지음

인터뷰어 강창래인터뷰이 이어령과 몇 번의 만남, 대화를 나누고

관련 글을 많은 부분 발췌 · 인용하여

나름대로 이어령 유고집에 버금가는 정도로 열심히 정리하여 내놓은 책이다.


그동안 알마에서 출간한 인터뷰집이 이 책까지 꼭 여섯 권이다. 이건 내가 앞의 책들을 다 읽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한 권도 못 봤다. 이게 처음이다.) 이 책 뒷날개를 보고 안 것이다. 여기에는 이런 세 줄 글이 적혀 있다.


내가 사는 시대, 다른 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떻게 그런 삶에 이르렀을까?

대화를 통해 동시대인의 삶, 일, 생각을 들어본다.

 

지금까지 출간한 인터뷰집의 의도 내지는 목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면, 동시대인의 삶이 어떠한지, 그의 생각은 어떠한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어야 정상(?)일 것 같지만 지금까지 내 삶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핑계가 되겠지만 대학 전공이 그렇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새내기 직장인이었을 때는 윗사람이 명함에 박힌 상사로 보였을 뿐이지 그도 한때는 풋내기 대학생이나 말단직원이었을 거라는 구체적인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이건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도 한때는 10대, 20대였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지 못하는 것과 같고 지금 팔팔한 청춘들이 자신은 감히 30대? 40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과 같다고 봐주면 좋겠다. 그런 나에게 한 번은 국문학을 전공하신 중년 교수를 가까이서 오래 뵐 일이 있었다. 그전까지 내가 몸담고 있던 세계가 입력-출력이 비교적 정확한 과학적인 세계였다면 이후 새롭게 열린 두루뭉술 인문 세계의 빛은(과장 좀 했다! +.-) 내겐 너무 신선하기만 했다.


긴 잔말은 접고, 그때 이후로 내가 느낀 것은 4.19전후 시대를 살아내신 분들은 뭔가 감추는 게 많고 어떤 이유로 추종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추종하는 분이 꼭 한 분 이상씩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자기를 추종하도록 부추기고 바란다는 것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됐으면 추종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추종할 텐데 이상한 작자들이다.) 그 세계를 전혀 모르고 살던 사람으로서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뭐, 아직도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그런 입김이 거센 것 같기도...

 
그래서 사실 나는 이 책을 50쪽 이상 읽어 나갈 때까지만 해도, 내가 잠정적으로 지니고 있던 4.19전후 세대 느낌이 들어서 책장을 더 넘겨 말아 고민에 빠질 뻔하기도 했다. 그때쯤 아래 글을 보고 마음을 조금 열어놓고 읽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경배와 찬양' 같은 낱말을 떠올리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이어령의 책을 읽으면서, 만나러 다니면서 늘 고민했다. 놀라운 글(말)솜씨 속에 녹아 있는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 구조에 설득당하는 것이 싫었다." (64쪽)


지금이야 일흔을 훌쩍 넘긴 연세에 워낙 많은 직함과 이력, 수식어를 달고 계신 분인지라 이어령이라는 분에 대한 인터뷰집을 어떻게 열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지 과장해서 말하면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로 고민됐을 것이다. 이런 인터뷰어의 감정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 인터뷰집으로 초반 거의 절반 가까운 분량은 '1950년대 문학비평의 주인공 이어령'을 둘러싼 4.19전후 시대 문학비평과 논란·논쟁거리를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어령/김수영의 불온성(시) 논쟁' 원문을 통째로 실은 점은 출판사나 읽어내는 독자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원문은 한자가 꽤 많이 섞인 기사들이고 내용도 문학권력 근처를 기웃거리기라도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해석하거나 자기 의견을 또렷하게 내기가 무척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므로 고딩 때 사설 분석했던 기분을 내면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만 우선 밝히고 싶다. 이후 《디지로그》라는 책에서도 얼핏 내비쳤을 창조 공간, 그레이존에 대한 이야기와 역시 최근작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에서 더 상세하게 다루었을 종교인으로서 변화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마지막은 죽음을 준비하며 수의를 마련하는 마음으로 벌인 세 가지 실패할 것이 뻔한 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창조학교', '한국인 이야기' - 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짓는다. 글쎄... 개인적으로 몇 다리 건너라도 알 수 있는 분도 아니고 100m 근방에서 뵌 적도 뵐 수 있는 분도 아닌 분에 대해서 내가 뭘 알 수 있을까마는 권력이나 세대차라는 눈곱을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만나서 동시대인과 소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 한 번쯤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실 그 자체를 알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애쓴다면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다." (302쪽)

 
나에게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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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맑게 해주는 65가지 Supplement
사이토 시게타 지음, 박현주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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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맑게 해주는 65가지 Supplement〉
사이토 시게타(1916-2006, 게이오 대학 의학부 졸업) 지음 | 박현주 옮김





책 제목이 참... 영어 모르면 잠시 '이게 뭔가?' 싶을 것이다. 풀이하자면, "영혼을 맑게 해주는 65가지 비타민"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자 했던 게, 삐걱거리는 내 삶에 기름칠을 해주고 싶었고, 요즘 들어 부쩍 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서(이런 마음이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임) 스쳐 지나가는 말이라도 되도록 좋게 해보고자 했던 두 가지 마음 때문이었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제목에서도 숫자로 정확하게 못을 박았기에 간단명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따스한 말이 담겨 있을 줄 알았다. 65가지라고 하니까 정말 숫자를 붙인 '영혼을 맑게 해주는 65가지 말'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뿐인데 이 책은 그런 식으로 딱딱하게 구성된 책이 아니다. 
 

신경과 전문의로서의 오랜 경험과 본인 삶 - 전쟁으로 타버린 집과 무너진 병원을 재건하면서 3대째 정신과 의사직을 잇고 자식까지 4대째 - 을 바탕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면 좋을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야"라는 식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전쟁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혜택을 받고 자란 젊은이들이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이나 공부로부터 도피하는 현상을 그렇게 간단하고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참으로 한심한 세상이 되었다. 굳이 말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물질적으로 혜택을 받은 탓인지 전반적으로 인내심이 약하고, 심리적 응석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취직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자기 뜻대로 행동할 수 없다. 회사 리듬에 맞춰 생활해야 하고, 좋건 싫건 간에 매일 남과 마주하게 된다. 이 모두가 처음 한동안은 힘들고 또 익숙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하나만 소홀히 해도 사회인으로서 실격이다. 인간은 다소 어렵더라도 인생에서 어떤 일을 대할 때 끈기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사회생활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 책 '들어가며' 가운데) 


물론 젊은이들을 나무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유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융통성, 유연성,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 조금은 무디게 살자는 마음을 전한다. 심지어 우리도 조금은 정치가의 뻔뻔함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까지 해주시니 '허허~'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래야 삶이 편하긴 하다. 정신, 영혼, 마음을 어루만지는 분야 특성상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것들과는 거리를 둔 얘기들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쟁경험세대로서 또는 일본 문화에서 배어 나오는 집단주의 성향, 일중독의 폐해를 비켜가지 못하는 말만 좋기만 한 조언들은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 참 까다롭게 굴었다. 사이토 시게타 ! 죄송합니다.     


일중독,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분께 살짝 건내주고 싶은 책이다. 유하게 살자!!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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