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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줄기세포 - 100년 건강의 비밀 성체줄기세포
라정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00년 건강의 비밀, 성체줄기세포
〈고맙다 줄기세포〉
인간은 왜 늙고 병드는가?
라정찬(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 수의학 박사) 지음

지난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과학, 특히 생명공학분야에 무지하게 살다가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어리둥절하고 '이게 뭔 일인가?' 싶었던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을 거라고 위안 삼아보며... 그때 이후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 '줄기세포'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내가 '줄기세포'를 그냥 단어라고 한 이유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도대체 줄기세포stem cell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실 이 책을 다 봤는데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공자나 봐야 할 정도로 어렵게 쓰여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봤던 그 어느 책보다도 쉽게 쓰여졌다.
전체 220쪽, 전반 1/3 분량에 해당하는 1부 '질병, 노화 그리고 줄기세포'에서는,
질병과 노화에 대해 글문[←'말문' 대신]을 열고 곧이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줄기세포의 정체 - 줄기세포가 뭔지, 줄기세포의 종류와 기능, 줄기세포의 역사, 여러 가지 줄기세포 만드는 방법, 여러 줄기세포의 장단점 - 를 밝히고, 줄기세포 치료의 원리를 컬러 그림까지 곁들여서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이러한 최신 과학연구가 어떠한 질병 치료에 적용 가능한지 알려준다. 뭔 놈의 치유 불가능한 병이 그리도 많은지 참 놀라웠고 몸이 아프면 온갖 부귀영화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불치병 · 난치병 · 암 · 퇴행성 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줄기세포는 출생 후부터 몸에 있는 여러 종류의 조직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s와 생명의 시초가 되는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로 나뉜다. (...) 줄기세포는 우리 몸이 스스로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세포를 유지, 관리하고 잘못된 세포를 재생시키는 자가 치유력을 발동한다. (...) 줄기세포는 아직 분화하지 않은 미성숙 상태의 세포다.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24-25쪽)
"우리 몸은 피부를 이루는 세포, 간세포, 뇌세포, 근육세포 등 다양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들은 수정란 단계에서 한 종류로 이루어져 있던 세포가 주변의 환경과 호르몬,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여러 종류의 각기 다른 세포로 분화된 것인데, 이렇게 하나의 세포가 가지를 치듯 다른 세포로 분화된다고 하여 줄기세포라고 한다. 이 세포를 근육에 이식하면 근육세포가 되고 뼈에 이식하면 뼈세포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근간이 되는 세포라 하여 줄기세포라고 부른다." (31쪽)
이 책을 읽고 대충 기사를 검색해 보니까 황우석 박사가 재기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가 있다. 황우석 사건시 문제가 됐던 것은 논문 조작 말고도 생명의 씨앗인 배아[←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수정란을 의미]를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도 크게 한몫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 2부 '줄기세포 능력과 질병 예방 · 치료의 적용'에서 다룰 것은 수정란이 처음 분열할 때 형성되는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성숙한 조직과 기관 속에 들어 있는 미분화세포인 성체줄기세포다. 혈관계, 신경계, 면역계, 골격계, 신장, 피부, 간, 폐, 당뇨병, 암 등 인간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명을 급격하게 단축시키는 질병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가능성 여부를 꾸준히 실험(시험) 중에 있다고 한다. 다양한 치료 사례가 설득력을 높인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 성체줄기세포는 특정세포로만 분화 가능하며 면역 거부 때문에 기증 · 공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이 책에 의하면 "최근에는 다른 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39쪽)고 한다. 배아줄기세포 못지않게 정말 만능인가 싶다. 이러한 면역 거부 특성상 현재 줄기세포 은행이 속속 생기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현재 건강한 사람이 미리 줄기세포를 채취해두었다가 나중에 몸이 아플 때 투여받으면 세포가 재생돼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유가 만만인 분들이 관심 가져볼 만하다.
혹, 나는 저런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관심 없어!
하는 분들께 얘기하고 싶은 건,
줄기세포의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는 탈모, 여자들이 목숨 거는 탱탱한 피부, 기미, 주근깨, 주름 말고도 매회 1등을 놓치지 않는 경주마의 인대손상을 손 놓고 바라보는 게 좋겠는가. 그 밖에도 상상(?)하기 나름일 것이다. 물론 미심쩍은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미래 유망 신기술(6T)에 직접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관심을 두고 알아서 일선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땀흘리는 분들이 그에 맞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안목 정도는 갖춰보려고 노력하는 성의를 보여야 과학도 발전하고 우리나라도 더 강해지는 것 아닐까. 나부터 많이 부족하다.
참고. 미래 유망 신기술(6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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