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럴 프레젠테이션 - 대덕연구단지 과학자가 안내하는
조맹섭.신규상.조윤지 지음 / 시그마프레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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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 과학자가 안내하는

파워 오럴 프레젠테이션

- 조맹섭 ·신규상 · 조윤지 지음

 
 
 

최근 미디어 관련 도서를 한 권 보았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것을 가볍게 가늠해 보기 위한 시도였는데 예상치 못하게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말이나 글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어봤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적인 통화는 할 수 없고 - 실제 그랬다. 무선전화기로 어렵사리 내 방에서 통화를 한다 해도 어떻게 알고 다른 방에서 통화를 실수로 듣게 됐다는 등 - 컴퓨터도 개인 컴퓨터가 아닌 가족 모두의 화장실 변기와 같이 돌아가면서 눈치 봐가면서 써야 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보게 되니까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벌써 한 5년 전이 됐나 보다. 대학교수 두 분의 일을 돕게 됐다. 한 분은 40대로 컴퓨터의 활용능력이 유용하게 쓰일 줄 미리 예견하시고 신세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뒤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았다(자존심상 뒤에서 열나게 노력했다는 말씀은 못하시는 상황). 또 다른 한 분은 60대로 노력을 아예 안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간의 알바 비용을 들여서라도 능력 있는 학생을 시켜서 강의원고나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게 하셨다. 이럴 때 두 분의 프레젠테이션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하면 어느 분이 더 낫고, 더 나쁘다를 말할 수 없을 만큼 똑같았다. 왜냐하면, 앞의 분은 성격상 의심이 많고 아주 소심하게 '내가 박산데' 하는 우월의식이 있어서 자료 공개를 꺼리고 강의를 오버동작으로 커버하셨기 때문이고, 뒤의 분은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적당히 강의안이나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실제 강의는 연륜으로 커버하셨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발을 디딘 후 반평생 넘게 대덕연구단지(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바뀜)에서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연구자들과 함께 직접 프레젠테이션 과정에 참여해 보고 청중이나 심사자의 자격으로도 참석해 보신 분이 '오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어서 내놓게 된 책이다. 내가 앞에 예로 든 교수들의 프레젠테이션이 강의 보조용으로 조금은 허술한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이 책 저자가 '오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을 침 튀기며 강조하고 싶게끔 만들었던 프레젠테이션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든 완전 폼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추측해 본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를 자연스럽게 접하지 못한 30대 후반(이상) 어르신들께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술과 기교를 남몰래 열심히 갈고 닦으셨다. 2000년대 들어서서, 그들의 실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오럴 프레젠테이션'이다.    

 

"구두발표(口頭發表)는 'oral presentation'의 우리말 표기이다.

'오럴 프레젠테이션'은 구두발표보다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며, 이제는 외래어로 정착되었다." (14쪽)

 

오럴 프레젠테이션의 필요성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이에 필요한 - 실내조명, 발표자의 위치, 강연대의 활용, 마이크 잡는 법, 자신감 북돋우는 방법, 말하기, 보디랭귀지(자세, 눈맞춤, 얼굴 표정, 제스처), 유인물 배포, 질의응답, 준비와 리허설 점검용 체크리스트 등 - 세심하고 필수적인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 모두 너무나 예리하고 구체적이고 요점 중심으로 실용적이어서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고 폼 잡고 계실 많은 분이 뜨끔해할 만한 내용이 많지만, 내가 특히 공감한 것은 감정 표현과 '적당한' 보디 랭귀지, 자세와 눈맞춤이다.

 

감정을 제대로 살리지 않고 밋밋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떤 열성 청중이라도 목석으로 만든다. 다른 얘긴데, 학교 선생님들이 얼마나 밋밋하게 교과서를 읽어댔는지 그런 과목은 여지없이 배우나 마나였다. 또한, '적당한' 보디 랭귀지는 알지만 잘 못하고 자칫 내가 앞에 예로 든 교수처럼 오두방정으로 흘러서 제재를 당할 수 있다. 너무 오바를 하다가 청중을 향해 물건이 날아가서 자신의 권위를 떨어뜨림은 물론 직접적인 불쾌감을 준 일을 보고 뒤에서 얼마나 실소를 터뜨렸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보디랭귀지를 전혀 구사하지 않는 것도 문제시 되겠지만, 절제되지 않고 함부로 구사되는 보디랭귀지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72쪽)

 

다음으로 문제시되는 자세는 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친절한 그림으로 제시한다.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한 가지인데 흔히 사람들이 취하는 잘못된 동작은 어찌나 많은지... 참 재미있다. 남자와 여자 골고루 보여주어서 세심한 구성과 배려가 돋보인다.


 

눈맞춤에 대한 부분은 조금 의아했다.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 눈맞춤은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동양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눈맞춤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것까지는 수긍이 갔지만, 눈을 더 잘 맞추지 못하는 성(性)이 여성이라는 것은 갸우뚱거려진다. 나는 남성이 좀 더 권위적이어서 눈맞춤을 잘하지 못한다(=소통을 잘 못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지식 정보화 시대라는 말이 식상해질 정도로 정보의 바다에 발을 푹 담그고 있는 시대다. 그렇다고 해서 양질의 지식이나 정보를 누구나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옛날식으로 상아탑 속의 지식인은 물질적·정신적으로 아무런 수확을 얻을 수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청중의 수준에 맞게 소통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이 책을 보기를 바란다. 어떤 면으로는 내가 얼마나 청중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시고 연륜으로 비교적 허술한 프레젠테이션을 소화해냈던 분도 이 책에서 일러주는 비법으로 조금만 변화를 시도한다면 권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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