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방목 아이들 - '만들어진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아이 키우기
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자유방목 아이들〉
'만들어진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키우기
Free-Range Kids
리노어 스커네이지Lenore Skenazy(칼럼니스트, 작가, 아들 둘 엄마) | 홍한별 옮김 




이 책의 저자는 전에는 기자였지만 지금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자유방목 육아 운동'을 펼치고 계신 분이다. 이 시대의 엄마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아이 키우기에 무척 관심이 많고 어떻게 하면 잘 키워볼까 고심하던 중 아이에게 때가 됐다는 생각에(실은 아이가 졸랐다고 함) 아홉 살 아이를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혼자 두고 지하철로 오게 했다는 기사를 쓴 모양이다. 이 기사 하나가 가지를 쳐서 방송에 출현하고 미국 엄마들을 경악게 하니 - "우리가 통제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우리가 제1세계라고 불리는 아주 멋진 차를 탓기 때문이다."(155쪽) - 또 다른 방송에 출현... 책까지... 요즘은 참 인터넷망(Web : 영어로 '거미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뭐 하나 터졌다 하면 대책없이 퍼져 나간다. 남 일에 뒷담화를 즐기고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아는 것이 많아졌다. 하지만, 앎이라는 건 양파껍질 벗기듯 알면 알수록 묘해지는 구석이 있는 것이기도 하며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일지라도 인터넷 반박글을 몇 번 접하다 보면 아주 기가 막히다. 그런 덧글놀이에 대한 내용도 이 책에 나온다. 고리타분한 옛날 교육서에 없는 요즘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제목에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시피

"부모들이여, 제발 전지전능의 꿈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놓아주자, 내버려두자, 자신과 아이를 믿자"는 소망을 담뿍 담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자는 건 아니다. 옛날 농부들이 가축을 기를 때, 울타리도 쌓고 연륜의 지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놓아기르듯이... 그렇게 아이들을 자유의 기쁨 속에 풍덩 놓아주자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알든 모르든 해오던 게 있는데 갑자기 "너 혼자 알아서 해!"가 아니라 조금씩 아주 사소한 일부터 아이를 놓아주는 연습을 하자고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은 진짜 위험과 과대포장을 구별하기 위한 책, 부모들에게(그리고 나 자신에게) 방어해야 할 것을 알려주고 대신 과장된 위협, 잘못된 정보, 도시 전설에 근거한 육아관련 경고들에 맞서기 위한 책이다. 또, 먼저 왜 우리가 이렇게 겁에 질리게 되었는지도 살펴보려 한다." (21쪽 - 이 책 '서론' 가운데)

이 책에서 알려주는 모든 것은 혹시나, 혹시나, 만약, 만에 하나, 일만 분의 일이라도, 아니 일억 분의 일이라도... 이런 과도한 걱정을 하는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위로문구와 같다. 이 시대 엄마들이 왜 유독 광분하고 강박적이며 과민반응, 과잉보호, 극성, 피해망상, 공포, 남의 눈 의식, 신경쇠약, 교육 강박관념(매 순간 뭘 하든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생각·태도), 지나친(미리) 걱정을 하게 되었는지(전문가, 뉴스, 범죄 드라마, 이웃집 엄마, 유아산업체... 아주 아주 많다)와 프로이트 이전 시대부터 지닌 육아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 시대, 내 나라 분위기에서 한발 물러서서 부모 역할을 되돌아보고 여유를 지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각종 매체와 교육서를 통해 일명 '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덫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오늘도 내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아주 끝내주게,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키워볼까 고민하는 부모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걱정도 취미처럼 하다 보면 안 하면 서운하고 해야 사는 것 같다는 사람이 은근히 있다는 것을 보면 이미 걱정 중독증에 걸려서 이런 책 따위, 읽고 구석에 밀어놓을지도 모르는 부모가 꽤 있을 것 같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다 낫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때때로 통제할 수도 대신 살아줄 수도 없을뿐더러 인생은 그렇게 대략 계획적이지도 않다. 엄마라는 '일'을 너무 크게 벌이면 괜히 잘못 없는 아이에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원망을 하기 쉽다. 믿어주고 믿어주고 믿어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인생 성적표를 함부로 매기려 들지도 말 일이다. 주변 부모들 생각, 우리 부모 생각이 나서 무척 재미나게 보았다. 

 

"육아의 목표는 아이들이 언젠가 부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기르는 것"(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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