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의 책읽기 - 자유로운 영혼의 사업가, 어느 CEO의 삶과 책
홍재화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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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홍사장의 책읽기-자유로운 영혼의 사업가, 어느 CEO의 삶과 책>은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책 제목만 보고 대충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는 '그러한' 책이다. 굳이 '그러한'을 풀어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낸 단순한 책제목에서부터 책표지는 더욱 편안한 인상이다. 배낭 메고 한 손에는 책을 들고(이 책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책을 들고 있는 것일까?) 씨익 웃는 올 블랙 차림의 중년 남성은 당연히 저자이겠지요? 책장을 넘겨서 본의 아니게 작가의 프로필을 보게 되면 대략 형식은 상당히 진지하지만-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에 근무하면서 어떤 꿈을 꾸었는데...-'발가락 양말로 양말산업의 전 세계적인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라는 본론 막바지를 보면 웃음이 비어져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평소에는 딱 붙어 있는 발가락들이 발가락 양말을 신는 순간 각자 놀 태세를 갖추면서 발의 가락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상상하면 호기심 가득한 꼬마 녀석이 떠오르는데 저자 홍재화 님의 책읽기가 딱 그 모습과 닮아 있다. 


"별로 할 일은 많지 않아도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주로 배낭을 메고 다닌다. 배낭을 멜 때마다 '바랑을 멘 나그네' 같다. 그런데 이 배낭을 메고 서점에 가면 진짜 나그네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래저래 남는 시간을 열병하듯 나란히 서 있는 서가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갑자기 난 나그네로 변하는 것이다. 특히 인문분야 서가 근처를 헤맬 때 더욱 분명하게 느낀다. 경제·경영 분야 서가를 돌아다닐 때는 나 자신도 '무언가 새로운 책'을 찾기 위한 목적의식이 칼처럼 서서 의식이 또렷한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인문분야로 가면 갑자기 분위기가 점찮아지고 조용해진다. 선비의 정원에 들어온 기분이 된다." -124쪽



그렇지만, 이런 안 진부하면서도 진부한 '꺼리(책)'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나게 할 수 있을지 내심 김빠지는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디 보자" 하는 심정으로 목차도 슬슬 둘러보고 재미삼아 보자며 책장을 넘기는데 어? 이 책 참 재미있다. 부제에 붙은 '삶과 책'에 어울리게 텍스트 매체라는 책 속에서만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닌 먼저 실전에서 고민하고 분노했던 것들을 책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도피하고 위안을 얻으며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과정이 녹아있다. 홍사장님이 겪었던 뜻밖의 시행착오와 그 해법들은 무척 그럴싸하고 명료해서 앞으로 나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즘과 같은 경쟁시대에는 아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데 이 책은 뭔가 다르다. 오만과 겸손이 저울대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삶과 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 기업의 투명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디에서건 기업의 투명경영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턱도 없다는 걸 안다. 그러면서도 막상 내가 기업을 상대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당사자가 된다면 그들의 투명경영을  부르짖을 것이 뻔하다. 사기도 어느 정도지...라면서. 글쎄, 여기서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 진정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 윈-윈 게임이 될까? 그 방법 중의 하나는 분명히 투명성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까지 투명해야 할까? 사는 사람들에게 '나의 마진이 이 정도니 받아들여 주쇼' 하면, '정말 작네요. 더 가지세요' 할 사람이 있을까. (...) 그보다 더 실감나는 것은 원청업체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일 것이다. 만일 그 하청업체의 재무제표가 공개되어 있고 수익률이 공시된다면, 납품을 받는 원청업체로서는 어쩌면 '사기 당한' 느낌마저 들 수 있다. (...) 그렇다면 윈-윈 게임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보기에는 별로 뾰족한 대안이 없다." -11쪽  


아이쿠야! 첫 장 '세상을 향한 분노는 무지에서 나온다'는 말은 바로 나한테 하는 소리 같다. 

 
홍사장의 책읽기가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책에서건 바른 것을 말하지만 현실의 삶과 접목했을 때 뜻밖의 질문이 이어져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뜻밖의 질문을 할 줄 아는 분이고 무게 잡고 서재에 앉아서 책에 묻혀 있는 은둔자의 모습이 아니어서 독자로서 더 편안하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로라하는 책 전문가들이 쓴 책 이야기가 책읽기에 허리띠를 조이게 한다면 이 책은 한결 릴렉스하게, 긴장을 풀고 책에 다가서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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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고 아름다운 효 이야기 알면 힘나는 우리 문화 1
장수하늘소 지음, 임연기 그림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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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난 지금, 이렇게 '효(孝)'를 접하며... 창피한 얘기가 되겠는데, 나는 이 '효(孝)'가 단지 한 글자 단어로서 다가오는 것이지 그 깊은 의미를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말씀을 비교적 잘 듣고 자란 나임에도 어째서 지금에 와서 '효(孝)'가 내게 별 의미 없이 다가오는(의미를 모르겠는) 것일까. 이런 한 점 의문을 가지고 이 책 <소중하고 아름다운 효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외견상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그래서 책 크기나 표지그림의 孝, 책 내용 글자가 여느 책들에 비해 큼지막하다. 어쩌면 나와 같이 '효'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다수의 둔감한 현대인들을 위해 전체적으로 시각을 통한 거리감을 줄인 전략이었는지 모른다. 특히 책 표지의 孝라는 글자의 획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나 어른이나 가슴 속 깊은 곳에 알게 모르게 면면히 흐르고 있는 우리 문화(전통)의 향기를 차분하게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책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효 이야기' 15편을 들려주는데, 각 장 마지막 부분에는 '지식in'이라고 이야기의 이해를 돕고 재미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글이 꾸며져 있다.  각 이야기의 시작과 끝부분에 전통 문양을 상기시키는 바탕그림은 책 표지의 연장선상에서 이 책의 효스러운 분위기를 구성하고 있으며, 자칫 고리타분하다고만 생각할 수 있는 '효'의 이해를 돕는다. 


사실 '효'를 굳이 시대에 따라 달리 볼 필요도 없고, 애써서 이해를 해야 하는 공부과목은 아니었지만 요즘같이 핵가족 시대를 넘어서 더욱 분절된 개인과 그러한 개인이 플라스틱화된 시대에는 이런 책이 참으로 적절하다. 가정교육만으로 저절로 터득되던 시대를 마냥 그리워할 수만은 없으니까.


나 역시 처음 책을 접했을 때와 다르게 '지식in'의 '생각해 봐요'부분을 읽고, '효'가 무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우리가 당장 부모님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는 없더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부모님을 지지하고 응원하기로 해요(79쪽), 효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129쪽) 행동이 마음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지만, 마음이 행동을 지배하기도 한다. 쉽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마음가짐을 바로 하며 하나씩 실천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부모가 되어 있을 것만 같다. 


한자어로 孝는 (로 : 노인, 부모)와 子(자 : 자식)가 합쳐져서 자식이 어버이를 엎고 있는 형상이라고 하는 걸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몇 편의 이야기는 정말 어버이를 극진히 봉양하고 아끼며 목숨까지 바친다고 하며, 극단적으로 아버지의 건강을 진단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똥까지 맛보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 그냥 깔깔깔 웃어버리고 말 수도 있지만 그러한 통쾌한 웃음 이면에 어찌 보면 단순한 효의 의미를 나름 적절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어른이 먼저 읽고 아이와 재미난 이야기를 공감하며 효 공부도 억지스럽지 않게-자연스럽게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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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
바바라 드 앤젤리스 지음, 서영석 옮김 / 학지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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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단순한 감상이 아닌 실용성에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경쟁이 난무하는 시대에 대개가 그러게 되는 불가피한 책 선정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계속해서 감상에 그치는 독서만을 해왔다면 이런 책은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며 계속해서 '나를 위한 그 사람'을 찾는데 실패했을 것이 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는 간략한 책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보여주는 목차를 보고는 대번에 '이 책 읽고 싶다' 라며 생각했으며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첫 번째 이야기  사랑의 선택 이해하기 ...사랑에 대한 신화들 5가지가 아주 기가 막히게 반갑고 놀랍다. 1~2가지를 빼곤 젊은 날(지금까지도) 내가 비교적 철저하게 믿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야기  맞지 않는 사람 피하기 ...잘될 수 없는 열 가지 관계 유형이 참으로 일목요연하다. 이 중에서 나는 괜히 찔리는 유형이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구원하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거나 상대방을 역할모델로서 존경한다거나 파트너가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인 경우 등은 잘되려야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명적 결함과 시한폭탄은 알고서는 절대 만나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  누가 맞는지 알기 ...파트너에게서 찾아야 할 여섯 가지 특징을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나의 경우를 체크리스트로 확인하고 점검해 보면서 건강하고 현명한 관계 맺기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준비까지면 뭔가 2%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까 봐 심리서다운 배려로 동거와 관계를 끝내야 할 때까지 안내해 주며 책을 마친다.




 저자 바버라 드 안젤리스Barbara De Angelis의 이전 저서 중 하나가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사람'에 주목한 책이다. 표지에 쓰여진 책제목에서 유독 '그 사람'만 눈에 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러느냔 말이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뻔한데도 우리는 흔히 "젊었을 때 사람 많이 만나봐." 이런 말들을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이 말 속에는 대충 많이 만나서 침 튀기며 쌍코피 터지게 싸우기도 하며 곪다가 저절로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는 게 사랑의 한 방법이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애초부터 썩은 생선(아니면 적어도 나에게 썩은 생선)으로 요리하지 말기를 권하고 있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서툰 이유는 20대의 부모들이 자유연애를 신중하고도 행복하게 한 분이 적어서 자신의 선택을 믿지 않는 분들이 많고, 자칫 조건을 따진다는 인상 때문에 주저하거나 애써 감추면서 움츠려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적어도 우리나라의 꽃다운 20살 소년 · 소녀들이 교양도서로 읽고  점점 사랑에 대한 신화들이 진정 신화로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어쩐지 불안한 건 요즘 청춘 세대가 다음과 같은,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한 신화가 잘 자라도록 하는 토양을 좋아하고 그러하다는 걸 알기에...

   *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시청함
   * 로맨틱한 소설을 구독함
   * 사랑에 대해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음(26쪽)

또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 신부들이 읽고 넓게는 관계, 좁게는 결혼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개념을 깊이 있게 깨우쳐서 눈먼 결혼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삶 속에서 몸소 본보기를 실천하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인간 멘토'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관계에 대해서든 충실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참 좋은 멘토와 같은 책이다. 꽃에 물을 주듯이 나에게 맑고 시원한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새삼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한, 나를 아끼는 마음이 샘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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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 - 단 하루도 거르지 않게 만들어주는 혁명적 플랜기술
와타나베 미키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더&리더(리더앤리더)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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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플래너[planner,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 일정이 전부였으니까-'수업-강제야자-밤 10시 EBS시청(당시는 지금처럼 재방송보기가 힘들었음), 토요일도 2시까지 잡아뒀지 않나?-개근상'-나의 하루란 거의 없는, 결과적으로 반죽음의 세계를 통과했는데 생각하면 갑갑할 뿐. 그러니까 나는 대략 다이어리란 것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자유의 맛을 조금 느낄 즈음부터나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말 그대로 다이어리 수준이었다. 특별히 큰 포부를 가지고(뒤에서 말하겠지만 이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나 마찬가지임) 꿈의 목록을 하나씩 적고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했던 것은 아니고 여느 여학생들처럼 예쁘게 그날의 일과를 적고 어디서 데이트를 했는지, 어땠는지 정도.

이 책 <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는 나와 같은 초보 플래너에게 적합한 플랜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 제목이나 부제(단 하루도 거르지 않게 만들어주는 혁명적 플랜기술)를 보면 다소 과격한 느낌인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첫사랑에 실패한다는 말이 거의 정석이라고 알려진 걸 보면 사랑도 배움과 인내가 필요함을 알 수 있는데 유한한 인생살이에서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의 기초인 플래너 쓰는 법도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간혹 '플래너'란 용어가 낯설다는 분이 있어서 나도 잠시 생각만 해보았는데 플래너는 다이어리나 일기와 비슷하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스케쥴 수첩을 말하는 것 같다. 사전에는 계획을 짜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저자 와타나베 미키(48) 씨가 와타미 플랜을 개발해낸 계기는 단순한 하나의 사건 때문이다. 와타미 주식회사 설립 초기에 와타나베 미키 씨는 직원들에게 큰 꿈을 꿀 것을 요구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큰 꿈을 꾸어라!" 이런 말들을 참 많이 한다. 와타나베 미키 씨는 그런 멋진 계획을 꿈꾸고 실천한다면 당연히 크게 성공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듣기에 참 그럴싸하다. 그때 친구의 정신을 번뜩이게 하는 한마디, "미키, 자네도 초등학교 때 동그라미 안에 있던 계획들을 다 지키지 못했지 않나?"

맞다. 초등학교 때 커다란 원안에 줄을 긋고 '공부' '휴식' '책읽기' '휴식' '숙제'....분명히 적었는데 왜 아무것도 실천한 것이 없지? 여기서부터 플랜의 기술이 나온다. 첫째는, 


"하찮은 계획일망정, 꼭 거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천력인 것이다." (17쪽)

"작은 일들을 자주자주 계획하고 완성해봄으로써 먼 길을 갈 수 있는 기초체력이 갖추어진다." (24쪽)


왜 여타 플래너 기술을 알려주는 책을 보고 우리가 작심삼일에 그치고 마는지는 대개 현실에 맞지 않는 조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나온 방법들은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의 스케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자신에 대한 파악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49쪽)

"자신의 명료한 꿈을 찾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긴 시간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인내를 요구한다." (54쪽)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다면 와타미 플랜의 간단하고 장기적이며 '슬로우 슬로우'한 모토는 이해가 쉽다. 책 전반에서 기초체력 습관을 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책 뒤쪽으로 갈수록 꿈의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고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전략들을 알려준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나로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직장인(학생)의 삶이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으므로 이런 작은 계획마저도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될 직장인(학생)들에게 항상 초심이 함께하길 바란다.



                       ↑ 실천력 트레이닝 시트 1, 2_부담없이 'step by step'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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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걸어라
유인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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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아저씨의 튼튼한 발과 다리가 나를 유혹할 줄이야. 

<거침없이 걸어라>를 만나게 된 계기는 나름 독특하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여러 권 사면 간혹 중간에 작은 광고 팜플렛이 딸려 오는데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그날은 심심했는지 뒤적여보게 되었다. 그때 눈에 띄게 나의 걷기 충동을 자극하는 표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 책이고 그와 동시에 저자가 설마 배우 유인촌? 그러한 궁금증이 더해져서 나는 비교적 거침없이 읽기충동을 실행에 옮겼다.

놀랍게도 걷기를 주제로 책 한 권을 펴낼 정도의 내공을 가진 저자는 배우 유인촌이 맞았다. 텔레비전을 그다지 즐겨 보지 않는 내가 알고 있는 배우 유인촌은 고작해야 중년 배우로서 분위기가 좀 있으시고, 얼마 전에는 역사 다큐멘터리 진행을 하셨던 것 정도이다.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은 스케줄이 무척 빡빡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스케줄이 아니더라도 따로이 할 일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러신 분이 느림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걷기의 전도사라는 애칭으로 달고 프롤로그에서부터 열정적인 걷기 사랑을 말씀하시니 놀랄 수밖에.

유인촌의 걷기 사랑은 멀리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은 때부터인 것 같다. 물론 책을 쓰게 된 동기나 내용은 2006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마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일본대학교 예술학부 객원연구원으로 도쿄에 살게 되면서 걷기를 생활화하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재미를 넘어 아름답고 즐거운 중독에 빠져서 걷기를 예찬하는 책을 내게 된 것이다. 우리가 걷기에 옮아주길 바라는 배우의 목소리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발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심장을 확인하게 만드는, 길을 무대로 유혹하는 연기를 펼치는 그의 아름다운 중독이야기이다. 우리와 다른 일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생활 면면을 드문드문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 형 유길촌을 따라다니며 연극을 보고 나서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 항상 가난하게 사는 것을 연습해왔다. 그때 모든 사람들이 연극은 가난하고 배고프다고 말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길을 택했고, 그 순간 기꺼이 가난과 손잡고 살아가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131쪽)


겉보기에 별 것 아닌 것 같고 단시일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렇듯이 걷기도 묵묵히 지켜볼 하나하나의 단계가 있었다.

워크홀릭 하나, 처음엔 "한번, 걸어볼까?" 결심을 하는 거다.  기회만 있으면 걷는다는 생각을 하라고 한다.

워크홀릭 둘, 걷기를 4개월 이상 꾸준히 했을 때 나타나는 마법 "재미"가 끼어든다. 이건 정말이지 환상적인 모험이다. 평소에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게 되고, 몸과 몸의 마찰이 일으키는 팬티 구멍 사건 같은 우스운 일도 일어나며, 걷기 게임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게임단계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놀멘놀멘'이다.  사실 내 기분이 '놀멘놀멘' 좋아지면 세상도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워크홀릭 셋, 시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걸 넘어서서 강요하는 이 시대에 느린 걷기 예찬 몽상가는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할 것 다 하면서도 여유를 누린다. 이 말 한마디면 대충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마다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날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117쪽)

워크홀릭 넷,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드디어 아름다운 중독, 워크홀릭(walkholic)에 빠진 것이다.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하게 됐을 때 맛보게 되는 카타르시스를 젊은 우리들은 진정 알긴 할까? 문학수업에서 배운 암기요소가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해 보는데 정작 나는 걷기 중독에까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경험대로 나도 걸으면서 발견하는 작은 변화들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의 세포와 즐거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

워크홀릭 다섯, 워크홀릭 셋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볼 수도 있는데 나와 내 주변을 느끼고 감사하고 고마워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각 자의 두 발은 얼마나 장한지 모른다. - '수고한다, 내 두 발아'

워크홀릭 여섯, 어떻게 보면 걷기처럼 지루한 행보도 없는데 내공이 쌓이면 걷기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마법을 부린다. 걸으면 걸을수록 계속 걷고 싶게 하고, 이 걷고 싶은 마음은 이곳 저곳으로 튀어 시야를 넓히므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과 더욱 적극적으로 만나게 한다.  


분명 걷고 난 후의 배우 유인촌은  걷기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과 다르게 읽고 난 후에 걷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배우 유인촌은 어디에서고 만날 수 있는 중견 배우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몰랐는데 걷는 배우 유인촌으로 한없이 넓어져갈 그의 품을 상상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중독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어른 한 분을 만나게 된 것이 참 좋고, 앞으로 그의 행보로 우리 사회의 여러 '빨(리)빨(리)이'들이 걷기 충동을 느껴서 그와 더불어 아름다운 중독, 더 나아가 세상과 더욱 적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길로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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