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
바바라 드 앤젤리스 지음, 서영석 옮김 / 학지사 / 2008년 1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나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단순한 감상이 아닌 실용성에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경쟁이 난무하는 시대에 대개가 그러게 되는 불가피한 책 선정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계속해서 감상에 그치는 독서만을 해왔다면 이런 책은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며 계속해서 '나를 위한 그 사람'을 찾는데 실패했을 것이 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는 간략한 책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보여주는 목차를 보고는 대번에 '이 책 읽고 싶다' 라며 생각했으며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첫 번째 이야기 사랑의 선택 이해하기 ...사랑에 대한 신화들 5가지가 아주 기가 막히게 반갑고 놀랍다. 1~2가지를 빼곤 젊은 날(지금까지도) 내가 비교적 철저하게 믿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야기 맞지 않는 사람 피하기 ...잘될 수 없는 열 가지 관계 유형이 참으로 일목요연하다. 이 중에서 나는 괜히 찔리는 유형이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구원하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거나 상대방을 역할모델로서 존경한다거나 파트너가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인 경우 등은 잘되려야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명적 결함과 시한폭탄은 알고서는 절대 만나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 누가 맞는지 알기 ...파트너에게서 찾아야 할 여섯 가지 특징을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나의 경우를 체크리스트로 확인하고 점검해 보면서 건강하고 현명한 관계 맺기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준비까지면 뭔가 2%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까 봐 심리서다운 배려로 동거와 관계를 끝내야 할 때까지 안내해 주며 책을 마친다.

저자 바버라 드 안젤리스Barbara De Angelis의 이전 저서 중 하나가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사람'에 주목한 책이다. 표지에 쓰여진 책제목에서 유독 '그 사람'만 눈에 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러느냔 말이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뻔한데도 우리는 흔히 "젊었을 때 사람 많이 만나봐." 이런 말들을 자연스럽게 내뱉는다. 이 말 속에는 대충 많이 만나서 침 튀기며 쌍코피 터지게 싸우기도 하며 곪다가 저절로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는 게 사랑의 한 방법이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애초부터 썩은 생선(아니면 적어도 나에게 썩은 생선)으로 요리하지 말기를 권하고 있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서툰 이유는 20대의 부모들이 자유연애를 신중하고도 행복하게 한 분이 적어서 자신의 선택을 믿지 않는 분들이 많고, 자칫 조건을 따진다는 인상 때문에 주저하거나 애써 감추면서 움츠려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적어도 우리나라의 꽃다운 20살 소년 · 소녀들이 교양도서로 읽고 점점 사랑에 대한 신화들이 진정 신화로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어쩐지 불안한 건 요즘 청춘 세대가 다음과 같은,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한 신화가 잘 자라도록 하는 토양을 좋아하고 그러하다는 걸 알기에...
*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시청함
* 로맨틱한 소설을 구독함
* 사랑에 대해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음(26쪽)
또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 신부들이 읽고 넓게는 관계, 좁게는 결혼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개념을 깊이 있게 깨우쳐서 눈먼 결혼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삶 속에서 몸소 본보기를 실천하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인간 멘토'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관계에 대해서든 충실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참 좋은 멘토와 같은 책이다. 꽃에 물을 주듯이 나에게 맑고 시원한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새삼 나를 돌아보고 나를 위한, 나를 아끼는 마음이 샘솟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