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부장이 알려주는 인터뷰 시크릿
정희석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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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정보화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때에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지난 1990년대 초 소련의 몰락 이후 세계화라는 물살을 타고 경쟁력이라는 특허는 당시에는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지만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가진 게 몸(시간)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회사에 취직해야만 하고 취직하려면 <인사부장이 알려주는 인터뷰 시크릿>과 같은 책의 도움이 절실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취직은 왜 하느냐'이다. 이렇게 물으면 사람들은 흔히 돈을 벌어야 하니까 취직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는 가진 게 몸(시간) 밖에 없기 때문이란 거다. 어찌 보면 실력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말하자면, 아버지가 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내가 굳이 딴 곳에서 일할 의향이 없으면 면접 경험은 겪지 않아도 된다. 또한, 돈이 많고 창의력이 있고 리더십이 출중하면(아니면 이 중에서 하나라도 출중하면 운 좋게) 면접 안 보고 장사를 하든 회사를 차리면 된다.

먼저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나의 몸(시간)을 팔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자세가 된 셈이다. 자본주의 말고 다른 걸 맛봐 본 것도 아니고 이젠 이 사회에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몸을 판다는 말이 영 어색하지만 어쩌나. 이 책에서 면접을 정의한 한 문장을 보면 더 실감 나게 알 수 있다. 인터뷰 과정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지, 얼마나 꼼꼼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단 하나! 주의할 점이라면, 내가 해당 회사에 취직하려고 면접을 보는 것이지만 나 역시 해당 회사를 면접 본다는 점이다. 주체적인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최대한 자신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마케팅하고 엔지니어링해서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한다. (130쪽)
 

면접 준비는 최선의 선발 과정을 위한 전투 준비다. (137쪽)



여기서 말하는 '전투'는 지나간 시절의 저돌적인 전투를 의미하지 않는다. 책제목에서 '면접' 대신 '인터뷰'라는 용어를 쓴 것을 보면 내 생각에 일방적인 대화이기보다 상호작용적인 대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면접도 그렇지만 인터뷰할 때는 끊임없이 주고받는다는 인상이 강하니까 말이다. 

이 책은 면접관의 관점에서 인터뷰의 3대 핵심(인적성, 직무 적합성, 조직 부합성)을 토대로 돌발 질문, 압박 질문에 대한 임기응변 전략 등 다양한 인터뷰 시크릿을 알려주는데 주로 대졸자, 대기업 취업예정자가 보기에 적절하다. 그렇지만, 저자 정희석님이 인터뷰 전문가이자 인재육성 및 성과관리 전문가로서 면접관의 속마음을 구석구석 시원하게 알려주므로 어느 면접 준비에라도 유용할 것이다. 특히 현장감이 느껴지는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와 실패 답변 · 성공답변을 대화체 문장 그대로 제시한 점은 활용도에 있어서 그저 그만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본다면 아무리 초보 면접자라도 전문성을 띨 수 있고 그래서 좀 있어 보이게 될 것이다. 헐벗은 상품과 보기 좋게 포장이 된 상품의 차이? 건투를 빈다.  


Interview Secret · 17 똑똑하게 처신하되 닳은 느낌은 주지 마라 

 

인문 사회학적인 지식을 갖춘 것이 힘일 때도 있지만, 신입사원 또는 초급 중견사원의 레벨에서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알고 있어서 다소 부담스러운 인상을 줄 때도 있다. 즉, 조직 내의 정치적 의사 결정의 역학 관계나 경영상의 의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디테일한 프로세스까지 알고 있는, 약간은 닳은 느낌의 지원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다. 상황에 따라 아는 것이 힘이지만 모르는 것이 약일 때도 있는 법이다.

(...)

기억하자! 기업은 윤리 교과서 편찬 위원이나 논설 위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98-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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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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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에 따라 시크릿(secret, 비밀)을 다양한 의미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아빠가 사오신 바나나나 오징어를 베개 밑에 숨겨놓고 그것을 부모님이 모르시길 바랐다.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삐쩍 마른 영어 선생님을 짝사랑하게 됐을 때는 조금 불순한 의도로, 결혼하고 싶다는 혼자만의 공상을 했고 복도 모퉁이를 돌다가 그 선생님을 보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서 붉어진 얼굴 때문에 그것은 내 '비밀'이자 곧 '발각되고야 말 비밀'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비밀이란 말보다) '시크릿'이라고 하면 어쩐지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느낌이다. 어쩌든 책세상은 나와 상관없이 '시크릿'이 붙은 책제목을 왕왕 쏟아내고 있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단순하게 '시크릿'이 제목인 자기계발서류의 베스트셀러도 있는 것 같고, '00 시크릿' 이런 식으로 동그라미 안의 비밀을 알려줄 법한 책도 눈에 띈다. 그런데 이 책은 시크릿이 앞에 붙고 쇼핑이 곧바로 졸졸 따라붙어서 둘 다 한 몸을 이룬 <시크릿 쇼핑>이다.  그러면 쇼핑은 뭔지 알겠는데 '시크릿'은 뭐라는 말인가. 부제를 보면 곧 알게 된다. 

부제는 "성형도 쇼핑이다!"이다. <성형 쇼핑>이라고 하기엔 좀 그랬나 보다. 처음 느낌은 '무슨 책이 이렇게 두껍나', '책이 무거워서 집에서 몰래 읽어야겠다', '화사하다', '어? 앞표지와 뒤표지가 야누스 같다' 등 두께와 상관없이 단순한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뜬 마음이었다. 저자 피현정(뷰티 큐레이터) 님은 뷰티 전문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력이 있으며 책 내용에 의하면 성형할 생각만 있는 분이신 듯한데 척 보이는 외모가 예사롭지 않다. ^^;

저자가 굳이 이렇게 성형 쇼핑 안내서를 낸 이유는, 이 시대에 성형이 유행처럼 번져 대중화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조짐인데 너무 은밀하게만 진행되어 사실과 정보를 알기 힘들고 피해 사례가 우려되기 때문에 올바른 잣대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책날개에 정확한 저자의 의도가 쓰여 있다.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성형 쇼핑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성형 수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성형을 막기 위해 현명한 성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책 앞날개에


내용은 성형 교과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성형 전반에 대한 미용실 수다식 이야기와 약간의 전문성에 기반한 일목요연한 정보들이다. 성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예인 이야기. 그들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들려주니까 언뜻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다소 긴장되고 이상한 느낌도 이어진다. 특히 총 다섯 파트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PART 4는 지극히 현실적인 정보인 부위별-얼굴 중 이마, 눈(눈위 쌍꺼풀과 눈밑 애교살, 다크서클), 코, 입술, 광대, 턱, 보조개, 주름 그밖에 지방 이식과 흡입, 가슴, 복부, 힙, 종아리, 허벅지, 팔, 등, 배꼽, 쇄골, 무릎, 귓불... 정말 구석구석이다-수술시간, 마취방법, 입원치료 여부, 수술방법, 수술 후 관리법까지 알려준다.

책을 읽기 전에도 예상되는 바였지만, 성형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자기만족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이고 심지어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외모도 경쟁력이고 돈이니까(성형테크로 외모의 자산 가치를 높여라-이 책 PART 3 큰제목) 열심히 트렌드를 반영하라고 한다. 여기서 남성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지만, 남성은 비교적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편이지만 여성은 남성과 또 다른 시각적 동물로 그녀들의 눈동자는 언제나 바쁘다. 성형을 원하는 그녀들의 욕망이 높아질수록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집착에 가까워진다. 나는 단순한 시선이 아닌 집착에 가까운 시선이 몹시 부담스러운 사람 중 하나이다. 여자가 여자를 집착의 동물로 외모지상주의자로 훈련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튼, 누가 뭐래도 외모가 하나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 시대인 건 분명하다. 또한, 외모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그녀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외모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뛰어넘어서 진지하게 성형을 생각해본 여성이라면 한 번쯤 보면 좋은 책이다. 살아숨쉬는 동안 매일 마주쳐야 할 자신의 얼굴이 혐오스럽다면(이건 병이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상의 수술대 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면 얼른 이 책을 만나서 다수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적절하게 욕망을 풀고 멋지고 활기차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잡담 한마디 더 - 신기하게도 성형을 한 여성들은 성형 전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영원한 시크릿 아니면 자신만만하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시크릿 개봉박두할 자신이 없다면 되도록 소형 사고에 그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불안한 시크릿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고달프고 불쌍한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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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차의 마음 - 전 세계인의 정신적 스승 아잔 차의 행복한 마음공부
아잔 차 지음, 이진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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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나뭇잎을 타고...
유유히 흘러가면 좋겠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밭 한가운데서 내 안의 초록 어린아이를 만나 아무런 사심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바람과는 정반대로 빡빡하고 복잡하고 숨 막히는 현대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느닷없이 태국의 고승 아잔 차 스님(1918~1992)을 만났다. 용감하게 벗어나지 않을 바에야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곤 자꾸 환경 탓을 한다는 건 참 옹졸한 짓이건만 어제만 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 다니는 길보다 차 다니는 길이 너무나 넓다' 생각했다. 생각을 하는 중에도 앞에서 뒤에서 엔진소리를 내며 잡아먹을 듯이 달려오는 건 고철덩어리 자동차이기도 하지만 더욱 날뛰며 나를 못살게 구는 것은 다름 아닌 '내 마음'이었다. 갈수록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 적이 많아진다. 왜 그럴까?

살아생전 아잔 차 스님의 법문을 모은 책 <아잔 차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마음이 왜 그렇게 요동을 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특히 '자아'에 얽매여 살았는지 모른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긴 하다. 말한 사람 역시 내 눈에는 욕심덩어리로 보여서 지나쳐버렸다. 따르는 제자들이 하도 말썽을 부리자 중도를 지켜야겠다고 한 선생이 나는 너무 무책임해 보여서 코웃음을 치고 만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지간한 사람들도 뭔가 공부는 했지만 그 사람 자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선심이 보이지 않으니 수행이 부족했다는 말도 된다. 아잔 차 스님의 법문이 비록 생생한 육성은 아니지만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은 공부보다 수행 중심으로 맑고 소박하게 사셨던 삶을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달해주시기 때문이다. 스님의 가르침은 때론 유쾌하며 단순 소박하지만 그것들을 우리가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스님의 수행이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짐작만 해볼 따름이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고[無常 ], 불만족스러우며[苦], 자아가 아니라[無我](35쪽)" 한다. 즉 모든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고 흘러 변화하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生老病死]을 겪게 되어 있다고 하며, 내 것이라는 집착... 아차! 마음공부를 딱딱한 글로 푼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먼저 눅어진 마음으로 이런 모든 것을 알고 깨달아 놓아버리면 평화로울 수 있다고 하는데 책 한 번 읽은 나는 알 수가 있나...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수행이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잔 차 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아잔 브라흐마의 술취한 코끼리(마음) 조련에 관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도 곁에 두고 수행 교과서로 삼으면 좋겠다. 나는 이 책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내 마음이 새털같이 가벼워져서 세상흐름에 유유히 흘러가도록 훈련해 보고 싶다.


훈련되지 않은 마음은 예전의 습관대로 아무 데나 돌아다닌다. 한 번도 훈련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미친 듯이 날뛴다. 마음을 훈련하라. (173쪽)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숲 속에 들어와 살고 있다. 우리는 달아났다. 두렵거나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 만족하기 위해서였다. (142쪽)


공부만 하고 수행하지 않는 자는 국 냄비의 국자와 같다. 국자는 하루 종일 국 냄비 안에 있어도 국 맛을 모른다. (507쪽)


짜증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자주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람, 삶이 불만족스러운 사람... 모두 마음훈련과 놓아 버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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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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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그러게 말이다. 뾰족 솟아오른 지붕에 십자가가 두 개 있고 밤마다 통곡이 터져 나와 우리끼리 악마의 교회라고 불리던 곳을 둘러싸듯이 자리한 칙칙한 고등학교를 벗어나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사랑이라 생각했던 상대와 티격태격하는 동안 첫 번째 직장, 두 번째 직장... 돈만 준다 뿐이지 직장도 어찌 보면 갑갑한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뒤늦게 안 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우리나라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요동을 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데 특히 요즘은 각종 전염병이며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서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도대체 어른들은 그동안 무얼 한 건가. 원망 아닌 원망을 했었다. 내가 겪는 현실이 이런 거라는 걸 어디에고 말할 만한 곳은 없었다. 물론 한동안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쳤을 땐 "이거 뭐죠?" "이거 왜 그런 거지요?" "나는 이래요, 저래요.." "나는 이래서 이래요, 저래서 이런 거랍니다." 조잘조잘 잘도 말하고 다녔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건 나의 푸념 같은 조잘거림뿐이었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서글퍼지는 건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에서 현재의 서른 살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들은 고아나 다름없다. 부모와 스승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지 이미 오래고, 노인들은 사회의 퇴물인 양 취급받는다. 이는 곧 가야 할 길을 비춰 주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꾸짖어주고,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들이 사라져 버렸음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자기 스스로 사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자기 계발이나 인간관계에 관한 책들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7쪽


"IMF 사태 이전의 사회 초년생들은 지금보다 물질적으로는 덜 풍요롭게 자란 세대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취업난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20대를 보내고 서른 살을 맞이한 것이다. 이들은 취업 준비로 젊음을 다 소진해 버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숨 가쁘게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6쪽


어느 나라, 어느 시대고 간에 서른 살은 있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30대'에게 심리학이 말을 건다. 개인과 삶, 일과 인간관계, 결혼과 사랑,...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느냐고. 아마 이 책 내용이 궁금하고 참 좋았던 사람 중에 어느 하나만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마치 도미노현상처럼 어느 하나가 삐걱거리면 다른 전체까지 함께 흔들리는 법이니까.


읽으면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또 내가 왜 힘들어 하고 있는 지를 글로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곳곳에 줄을 치며 읽었을 만큼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영미 씨의 이야기는 조금 놀라웠다. 나는 유능한 사람이 아닌데 어떤 면으로는 영미 씨와 흡사한 점도 있었다. 또 내가 낭비라고 치부해 버렸던 지난 날들... 진작 개업하지 않고 먼젓번 병원에서 월급 받으며 허비한 시간이 너무 아깝다며 투덜거리는 저자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의 친구분에게 저자가 했던 말,

"여보슈, 당신이 이제야 개업을 한 건 그 전까지 당신이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지.

그 전에 개업했다면 이렇게 성공하긴 힘들지 않았을까?" -179쪽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 -181쪽


삶이라는 벅찬 선물을 감당하려면 나는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대로 믿는 구석(나? ^^)이 생겨서 이 책을 읽기 전보다 한결 당당해졌다. 심리학!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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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 Do-it-Now 프로젝트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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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시내 대형 서점을 휘휘 둘러보다가 <용기>란 책 표지를 슬쩍 넘겨본 적이 있다. 딱딱한 양장본 표지를 넘기자마자 밝은 주황색 바탕에 저자가 자필로 쓴 듯한 짧은 글과 멋진 사인! 저자가 책마다 일일이 수고롭게 직접 쓴 건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다. 필치가 멋졌다고나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필치에 담긴 것은 용기(勇氣) 그 자체였다.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힘껏 나아가고자 하는 힘이 느껴지니 말이다. 그것 말고는 덤덤한 책 제목, 표지,... 뭐 그랬다. 괜히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다면 저자의 이름 앞에 붙은 명칭?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이 책은 진퇴양난에 처한 소심한 삼십 대 영재가 민아와 오대범 선생님의 도움으로 용기 있는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민아와 오대범 선생님을 만나기 전 영재는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 그 때문에 어려워져만 가는 집안 형편, 구조조정 기류가 흐르는 회사, 대학 졸업 무렵 여자 친구한테 이별을 통보받은 이력... 우리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만날 수 있는 이도 저도 아닌 참말 어정쩡한 남자다. 이 시대의 비극이 아닌가 싶다. 이 책과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 시대의 30대는 참 불쌍하다. 노후 대책 마련 없이 자식 교육에만 올인한 부모(봉양은 제쳐놓고라도), 부모가 이끌어주시는 대로 받았던 교육이란 것이 오로지 성적에 맞춘 것인 지라 마음에도 없는 회사에 다녀야 할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음에 없는 회사마저도 받아줄 곳이 별로 없다. 물가는 오르지만 월급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차라리 대학 시절, 놀지도 못하고 고딩처럼 취업고시를 치러야 하는 요즘 20대가 나은 것 같다고 말하면... 


          "건너야 할 외나무다리를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용기라네." -41쪽


영재가 오대범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삶을 뜻하는 생(生)이라는 글자는 소[牛]가 외나무다리[一] 위를 건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 망설이고 있는 소의 뒤를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잡힌다면 소는 결국 뼈가 으스러지도록 부림만 당하다 도축되어 생을 마칠 수밖에 없다. -39쪽

누구든 외나무다리 위를 건너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아니,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두려움 때문에 대충 뭉뚱그려진 '어떤 삶'을 힘겹게 살아낼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당당하게 삶과 동행해야 할 것이다.


  1. 대사대성(大思大成 : 크게 생각해야 크게 이룬다)하라

  2. 타성의 외나무다리를 극복하라. 작은 실천의 진지한 반복 그리고 도전.

  3. 무너지고 깨지면 어때? 다시 쌓으면 되지. Try Once More.

  4.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외나무다리를 극복하라. 아는 게 병?....아니다. 우직한 소처럼. 꾸준히.

  5. 설상가상에도 초지일관(初志一貫 : 처음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감)하라. 현실을 원망하다가 무기력해지고 결국 더 큰 두려움에 빠진다(→악순환).

  6. 나 자신이라는 외나무다리를 극복하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를 이겨라.

  7. 불확실한 상황에 몸을 던져라. 불확실한 인생이기에 삶은 자유롭다. 창조물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엄청난 혼돈 상황. 

 
이야기를 꾸미려고 그랬는지 영재한테는 멘토(mentor : 조언자)가 적절하게 나타나주어 결혼도 하고,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억지스레 꾸민 이야기는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책 읽는 속도가 붙었는데 자기계발서를 많이 접해온 어떤 독자들에게는 조금 평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영재가 은퇴식에서 강연한 내용(에필로그-용기의 5적)과 해제(내용 요약), 부록(용기를 불러오는 7가지 방법, 스타일별 용기 토정비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돌아보면 시도해보지 않아서 후회되는 삶의 순간들,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렸던 순간들이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지금! 두려움이냐, 용기냐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용기>겠지.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내 안에 용기-힘이 솟는다. 너무 머뭇거리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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