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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ㅣ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평점 :
"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그러게 말이다. 뾰족 솟아오른 지붕에 십자가가 두 개 있고 밤마다 통곡이 터져 나와 우리끼리 악마의 교회라고 불리던 곳을 둘러싸듯이 자리한 칙칙한 고등학교를 벗어나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사랑이라 생각했던 상대와 티격태격하는 동안 첫 번째 직장, 두 번째 직장... 돈만 준다 뿐이지 직장도 어찌 보면 갑갑한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뒤늦게 안 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우리나라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요동을 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데 특히 요즘은 각종 전염병이며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서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도대체 어른들은 그동안 무얼 한 건가. 원망 아닌 원망을 했었다. 내가 겪는 현실이 이런 거라는 걸 어디에고 말할 만한 곳은 없었다. 물론 한동안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쳤을 땐 "이거 뭐죠?" "이거 왜 그런 거지요?" "나는 이래요, 저래요.." "나는 이래서 이래요, 저래서 이런 거랍니다." 조잘조잘 잘도 말하고 다녔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데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건 나의 푸념 같은 조잘거림뿐이었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서글퍼지는 건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에서 현재의 서른 살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들은 고아나 다름없다. 부모와 스승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지 이미 오래고, 노인들은 사회의 퇴물인 양 취급받는다. 이는 곧 가야 할 길을 비춰 주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꾸짖어주고,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들이 사라져 버렸음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자기 스스로 사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자기 계발이나 인간관계에 관한 책들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7쪽
"IMF 사태 이전의 사회 초년생들은 지금보다 물질적으로는 덜 풍요롭게 자란 세대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취업난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20대를 보내고 서른 살을 맞이한 것이다. 이들은 취업 준비로 젊음을 다 소진해 버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숨 가쁘게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6쪽
어느 나라, 어느 시대고 간에 서른 살은 있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30대'에게 심리학이 말을 건다. 개인과 삶, 일과 인간관계, 결혼과 사랑,...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느냐고. 아마 이 책 내용이 궁금하고 참 좋았던 사람 중에 어느 하나만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마치 도미노현상처럼 어느 하나가 삐걱거리면 다른 전체까지 함께 흔들리는 법이니까.
읽으면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또 내가 왜 힘들어 하고 있는 지를 글로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곳곳에 줄을 치며 읽었을 만큼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영미 씨의 이야기는 조금 놀라웠다. 나는 유능한 사람이 아닌데 어떤 면으로는 영미 씨와 흡사한 점도 있었다. 또 내가 낭비라고 치부해 버렸던 지난 날들... 진작 개업하지 않고 먼젓번 병원에서 월급 받으며 허비한 시간이 너무 아깝다며 투덜거리는 저자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의 친구분에게 저자가 했던 말,
"여보슈, 당신이 이제야 개업을 한 건 그 전까지 당신이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지.
그 전에 개업했다면 이렇게 성공하긴 힘들지 않았을까?" -179쪽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 -181쪽
삶이라는 벅찬 선물을 감당하려면 나는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대로 믿는 구석(나? ^^)이 생겨서 이 책을 읽기 전보다 한결 당당해졌다. 심리학!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