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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미래를 말하다 -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 이야기
이노우에 히로치카 외 지음, 박정희 옮김 / 전자신문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 이야기
<로봇, 미래를 말하다>
"'로봇'이라는 말은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펙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 1921)』에 등장한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20-21쪽)
로봇? 로봇이 뭐야?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지체하지 않고 쇠붙이로 만든 기계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 말보다 각종 매체에서 보아온 이미지에 의존한 로봇을 그려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로봇을 가까이서 만져본 적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로봇이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쓸모와 가치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로봇 사회는 오고야 말 것이라는 상상을 조금씩 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로봇 사회는 필연일까?'라는 질문을 놓고
'기술적·제도적으로 매우 곤란하다고 해도 이미 약속된 필연이라고 생각한다(153쪽)'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넓게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로봇에 대해서 쇠붙이로 만든 기계라고 말하는 것밖에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특히 기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나처럼 단순하게 로봇에 흥미를 보이고 책장을 넘겼을 독자에게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먼저 로봇이 아우르는 범위가 그렇게나 넓은 줄 미처 몰랐다. 움직이는 인형이나 유럽 시계공의 장인들이 귀족들에게 상납했다는 오르골 같은 장난감, 건설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크레인, 의료 기술의 진보인 캡슐형 내시경로봇 등은 눈에 보이는 것인데도 로봇의 범주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다. 거기다 센서를 장착한 눈에 보이지 않는 로봇에까지 다가가면 더욱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자동문, 엘리베이터, 에어컨이나 팬, 자동차 교통 시스템 등은 카메라, 마이크, 온도, 위치, 무게, 힘 따위의 센서를 장착한 것들이다. 최근 개인주의의 급속한 발달로 유난히 센스 없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그런 점에서 로봇의 센스는 참 기특하기까지 하다.
다음으로 놀란 것은, 1968년생 작가인 세나 히데아키의 로봇에 관한 이야기이다(5장).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5장을 각기 다른 저자 4명이 로봇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인데 5장은 분량도 많고(이 책의 절반 이상) 읽으면서 머리가 가장 아픈 장이지만 그에 비례해서 가장 재미있는 장이기도 하다.
1장_처음에
2장_진화하는 로봇(로봇의 역사) ....이노우에 히로치카 19쪽~
3장_보이지 않는 로봇(로봇의 범주) ....카나데 다케오 83쪽~
4장_로봇 미디어(미디어로서의 로봇) ....안자이 유이치로 113쪽~
5장_로봇 공존사회와 휴머니티(작가의 상상에 맡깁니다) ....세나 히데아키 131쪽~304쪽
그러니까 작가의 상상력을 쉽게 볼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단순한 센서 기능은 지금까지 잘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는 휴머니티와 접목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짐작했겠지만 휴머니티란 말은 좀처럼 실현하기 어렵다. 성질 더러운 인간이 인간성 좋은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만큼이나. 그래서 세나 히데아키는 인간이 원하는, 인간과 닮은 로봇으로 실장[implementation : 추상적 · 관념적인 것을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기능을 실현시켜 가는 것]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점점 철학적 논의로 옮아간다. 여기서 머리가 아파진다. 또한 재미도 있다.
"로봇사회의 필연은 이야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명확한 수요나 기대, 즉 욕구가 없으면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153쪽)
"이 정도로 소설과 현실 과학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는 여간해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 . . 분명히 로보틱스는 발전을 계속하지만 소설과의 갭을 언제나 현재화시켜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숙명을 짊어져 왔다." (163-164쪽)
우리는 흔히 로봇 사회가 되면 인간은 작아지고 인간성은 소멸할 거라 생각을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로봇이 아니어도 인간성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 발견하고 회복하는 것이고 로봇이 있음으로써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인간다움에 대해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의 휴머니티화는 이제 시작 단계에 와 있다. 우리 하나하나의 인간 자체는 굉장히 유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손을 대신할 로봇 팔, 인간의 발을 대신할 로봇 다리는 그냥도 만들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동양과 서양은 시점 차이가 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는 예전에 『생각의 지도』라는 책에서 접해 보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로봇 사회와 접목해서 생각해 보게 되니까 굉장한 걸림돌이자 기회 요소가 될 것 같다.
두려움도 있지만 이 책을 보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게 될 미래사회가 오고야 말 것이라고 감히 단정 지어 보았고 그럴 것이라면 우리 다수가 로봇에 관한 통찰력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로봇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보았다. 발걸음이 상쾌하다.
"로봇을 통해 인간을 안다고 하는 선전 문구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문구는 바르지 않다. 인간을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로봇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으로서의 인간을 아는 것이다. 로봇은 '나'라는 것을 우리들의 내면에서 발굴하여 현재화시키는 희귀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