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미래를 말하다 -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 이야기
이노우에 히로치카 외 지음, 박정희 옮김 / 전자신문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 이야기
<로봇, 미래를 말하다>



"'로봇'이라는 말은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펙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 1921)』에 등장한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20-21쪽)


로봇? 로봇이 뭐야?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지체하지 않고 쇠붙이로 만든 기계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 말보다 각종 매체에서 보아온 이미지에 의존한 로봇을 그려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로봇을 가까이서 만져본 적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로봇이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쓸모와 가치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로봇 사회는 오고야 말 것이라는 상상을 조금씩 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로봇 사회는 필연일까?'라는 질문을 놓고 '기술적·제도적으로 매우 곤란하다고 해도 이미 약속된 필연이라고 생각한다(153쪽)'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넓게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로봇에 대해서 쇠붙이로 만든 기계라고 말하는 것밖에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특히 기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나처럼 단순하게 로봇에 흥미를 보이고 책장을 넘겼을 독자에게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먼저 로봇이 아우르는 범위가 그렇게나 넓은 줄 미처 몰랐다. 움직이는 인형이나 유럽 시계공의 장인들이 귀족들에게 상납했다는 오르골 같은 장난감, 건설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크레인, 의료 기술의 진보인 캡슐형 내시경로봇 등은 눈에 보이는 것인데도 로봇의 범주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다. 거기다 센서를 장착한 눈에 보이지 않는 로봇에까지 다가가면 더욱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자동문, 엘리베이터, 에어컨이나 팬, 자동차 교통 시스템 등은 카메라, 마이크, 온도, 위치, 무게, 힘 따위의 센서를 장착한 것들이다. 최근 개인주의의 급속한 발달로 유난히 센스 없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그런 점에서 로봇의 센스는 참 기특하기까지 하다. 


다음으로 놀란 것은, 1968년생 작가인 세나 히데아키의 로봇에 관한 이야기이다(5장).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5장을 각기 다른 저자 4명이 로봇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인데 5장은 분량도 많고(이 책의 절반 이상) 읽으면서 머리가 가장 아픈 장이지만 그에 비례해서 가장 재미있는 장이기도 하다.    


   1장_처음에

   2장_진화하는 로봇(로봇의 역사) ....이노우에 히로치카 19쪽~

   3장_보이지 않는 로봇(로봇의 범주) ....카나데 다케오 83쪽~

   4장_로봇 미디어(미디어로서의 로봇) ....안자이 유이치로 113쪽~

   5장_로봇 공존사회와 휴머니티(작가의 상상에 맡깁니다) ....세나 히데아키 131쪽~304쪽


그러니까 작가의 상상력을 쉽게 볼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단순한 센서 기능은 지금까지 잘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는 휴머니티와 접목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짐작했겠지만 휴머니티란 말은 좀처럼  실현하기 어렵다. 성질 더러운 인간이 인간성 좋은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만큼이나. 그래서 세나 히데아키는 인간이 원하는, 인간과 닮은 로봇으로 실장[implementation : 추상적 · 관념적인 것을 구체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기능을 실현시켜 가는 것]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점점 철학적 논의로 옮아간다. 여기서 머리가 아파진다. 또한 재미도 있다.

"로봇사회의 필연은 이야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명확한 수요나 기대, 즉 욕구가 없으면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153쪽)

"이 정도로 소설과 현실 과학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분야는 여간해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 . .  분명히 로보틱스는 발전을 계속하지만 소설과의 갭을 언제나 현재화시켜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숙명을 짊어져 왔다." (163-164쪽)


우리는 흔히 로봇 사회가 되면 인간은 작아지고 인간성은 소멸할 거라 생각을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로봇이 아니어도 인간성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 발견하고 회복하는 것이고 로봇이 있음으로써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인간다움에 대해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의 휴머니티화는 이제 시작 단계에 와 있다. 우리 하나하나의 인간 자체는 굉장히 유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손을 대신할 로봇 팔, 인간의 발을 대신할 로봇 다리는 그냥도 만들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동양과 서양은 시점 차이가 있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는 예전에 『생각의 지도』라는 책에서 접해 보고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로봇 사회와 접목해서 생각해 보게 되니까 굉장한 걸림돌이자 기회 요소가 될 것 같다.


두려움도 있지만 이 책을 보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게 될 미래사회가 오고야 말 것이라고 감히 단정 지어 보았고 그럴 것이라면 우리 다수가 로봇에 관한 통찰력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로봇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보았다. 발걸음이 상쾌하다.


"로봇을 통해 인간을 안다고 하는 선전 문구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문구는 바르지 않다. 인간을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로봇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으로서의 인간을 아는 것이다. 로봇은 '나'라는 것을 우리들의 내면에서 발굴하여 현재화시키는 희귀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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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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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현명한 부모가 선택하는 최상의 자녀교육과 가정교육의 입문서 


"아이는, 중세 말부터 16~17세기까지 아이를 타인에게 위탁하는 풍습이 성행하던 시대에는 열망할 수 없던 자리를, 즉 부모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가정에 복귀한 것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필립 아리에스, 『아동의 탄생』, 637쪽


그렇지만 여전히 교육은 학교가 담당하였던 것 같고, 그것도 7~8세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교육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한다.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견고해진 듯하다. 동양에서 예로부터 중시하던 가정교육이 상당히 무색해지면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그러니까 1800년 7월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칼 비테 주니어(1800-1883,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천재)의 아버지 비테 목사는 교육관이 무척 독특한 분이셨으며 그에 관한 신념까지 확고하여 그 시대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러한,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고 알고 있는 다양한 사고의 틀을 깨며 자신이 품었던 교육관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탄생시키셨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칼 비테 주니어이며 이 책은 칼 비테 주니어가 아버지와 함께했던 자신의 삶을 회상하여 적음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훌륭한 아버지의 교육관과 교육 행위를 알려주고자 한다. 어찌 보면, 좋은 부모를 만난 행운아로서 아들이 아버지의 값진 노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칼 비테 주니어는 늦둥이 조산아인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탯줄에 목이 감긴 채 태어나서 겨우 아기꼴을 갖추자마자 '저능아'라는 판정을 받은 아이다. 아마 이런 아이가 아니더라도 보통 부모들은 어찌어찌 키우다가 학교에 보내기 마련이다. 여기서 어찌어찌 키운다는 말은 산업 시대 이후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조건이 더해지면서 일반 교육 현실이 되었다. 그것은 집안 생존을 걸머진 가장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자의든 타의든) 자식 교육에 너무 소홀하고 어머니는 (특히 전업주부인 경우)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쏟으며 치마폭을 넓혀 아이가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괜스레 요즘 부모들에게 '왜 아이를 낳는지' 다소 반항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비테 목사는 자식은 부모의 것이 아니라 하며 대를 잇기 위한 목적이나 부모의 만족을 위해 자녀가 희생되는 것에 반대하셨다. 아니 그러면 그런 목적이 아니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나도 조금은 답답한 것이 작년 가족 모임에서 약간 울분에 찬 목소리로 내가 이렇게 묻자 

"나는 그냥 재미 보려고 아이 낳는 거 정말 아니라고 봐. 엄마는 왜 우릴 낳은 거야?"

엄마는,

"... 한 번쯤... 사람이라면..." 

대략 이런 식의 답변이었다. 김빠진 음료수를 앞에 둔 심정이라고 해야 할지. 물론 우리 부모님만 그런 것이 아니고 꽤 연세가 있으시고 학식이 있는 분께도 이런 내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자식 키우는 재미와 뿌듯함을 이야기하시며 손자도 많이 보고 싶지만 그것까지는 욕심이라며...


물론 우리 부모 세대는 어린 시절 공부보다 일에 쓰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맞춤식 교육은 꿈도 못 꾸셨던 분들이니 이상을 바라는 건 무리임을 알지만 섭섭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조기 교육과 전인 교육을 지향한 비테 목사의 교육적 신념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며 시대를 초월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이를 영재로 키우려면 아이를 낳기 오래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아버지는 결혼의 목적이 하나님의 계획에 부합하는 자녀를 기르기 위한 것이지, 세속적인 다른 그 무언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렇듯 결혼을 신중히 고민한 아버지는 오랜 기도 끝에 혈기왕성한 시기가 지난 중년이 되어서야 엄마와 결혼을 했다." (20쪽)


나이가 많이 들어서 낳은 아이는 무조건 신체적으로나 지능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관은 버려야 한다.

두 번째로, 부부의 인연을 맺을 사람을 올바르게 선택한다. -> 건강하고 착하고 행실이 바른 사람

세 번째로, 자녀 교육에 대한 신념을 세운다. 자녀를 낳는 목적이기도 하다. -> 사회와 가정에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함.

그 밖에도 다량의 교육서적을 탐독하는 등의 세밀한 교육 계획과 산모를 배려한 태교 등 비테 목사의 거시적인 교육관을 엿볼 수 있는 첫 장의 내용 말고도 조기교육과 가정교육에 관하여 다양한 지침을 전해준다.


<칼 비테의 자녀 교육법>에 이은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은 가히 진정한 자녀교육 종합 지침서라 불릴 만하다. <칼 비테의 자녀 교육법>이 전반적으로 아이가 지녀야 할 올바른 자세를 가르치는 법에 관해서라면,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은 생애 주기에 따라 부모가 이끌어주어야 할 교육 팁을 풍성하게 알려준다. 특별히 아이의 고민 해결사로 비테 목사가 사례를 곁들여서 끊임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간절한 소망이 담긴 편지글은 눈물을 글썽이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대를 잇기 위한 목적이나 부모의 만족을 위해 자녀를 키우(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 꼭 좀 일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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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니코스 마우르코지아니스 지음, 부즈 앤 컴퍼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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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책 제목이 무척 짧고 단순하다. 최근 인생 계획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눈에 띄는 샛노란 표지에 적힌 '목적'이라는 커다란 글자에 홀렸다고 말해야겠다. 홀리는 일들이 대개 그렇듯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방향이 달랐다.


"이 책은 오늘날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나 리더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이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일 것이다. . . . 둘째, 이 책은 최고경영자가 되려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 . . 마지막으로 이 책은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 저자 서문 가운데

그렇더라도 개인적으로 이 시대는 누구나 리더이자 리더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기대하는 방향과는 조금 달랐지만 곧 부제인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저자 니코스 마우르코지아니스Nikos Mourkogiannis는 모니터 그룹[다국적 경영전략 컨설팅 전문회사. 외국계 경영전략 컨설팅회사 중 최초로 한국 진출(1990)]에서 12년, 제너럴 다이내믹스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경력을 지닌 전문 컨설턴트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 대화와 부모님의 영향으로 리더를 동경하게 되었다고 하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와 '리더가 리더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에 대해서 연구를 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 결과, 저자는 전략이나 전술보다 목적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를 중점으로 다각도로 연구하였다. 그것이 이 책이다. 
 

얼핏 경영 초보자들은 전략이나 전술, 목적이나 목표라는 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온대로라면,

"전술은 리더가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인 업무 방식만을 보여주며, 전략은 단기적인 목적, 혹은 낙관적인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엔론의 경우만 봐도, 엔론은 전략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전략은 수단이었을 뿐 목적이 내포되어 있지 않았다. 기업에 있어서 목적은 한 마디로 말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19-20쪽) 


그래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기업 경영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미션이니 비전이라는 말까지 합쳐지만 더 헷갈려진다. 나는 그냥 전략이나 목적은 거시적인 개념으로 그물을 짜는 것이라면, 전술이나 목표는 미시적인 개념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위에 비유해 보고 싶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그들 용어의 차이점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므로 넘어가서 저자는 목적은 전략보다 가치나 의미를 더한 개념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 책 표지에 그려진 나무의 뿌리 부분 : 목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요소이자 궁극적인 목표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앞서 말했듯이 워낙 다각도로 연구한 것을 한 권의 책에 담았기 때문에 40대 후반에서 50대 정도의 최고 경영자나 리더 또는 자기 사업을 코앞에 두고 사업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짜고자 하는 전략가가 아니라면 내용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다음 네 가지의 목적은 이 책의 큰 가지이다.

① 발견Discover      :새로움의 추구 - 선택 윤리 - 실존주의자의 영향 - 톰 왓슨

② 탁월함Excellence:고유의 아름다움 - 덕의 윤리 -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영향 - 워렌 버핏

③ 이타주의Altruism :타인에 대한 도움 - 동정 윤리 - 흄 학파의 영향 - 샘 월튼

④ 영웅주의Heroism :효율적이면서도 최고인 것을 추구 - 권력 윤리 - 니체 학파의 영향 - 헨리포드와 지그문트 워버그


네 가지 목적 중에 꼭 한 가지만 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양다리를 걸친 채 기회를 노리는 기업은 대개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모두 실패하고 만다"(189쪽)라고 하며 목적도 시대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 등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목적'에서 한참 뛰어넘어 경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연구를 엿볼 수 있다(예-리더의 자질, 위대한 기업, 직원 동기부여, 목적를 세우고 활용하는 과정 10단계...). 그래서 이 시대의 리더나 컨설턴트 업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참 유용한 책이다. 부제를 '리더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나 '컨설턴트는 무엇을 알면 좋은가'라고 했다면 단순 무식하게 '목적'에 눈 먼 독자가 들이대지 않을 것이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져서 책의 가치가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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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
윌리엄 A. 코헨 지음, 김명철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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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 - 윌리엄 코헨 것!
A CLASS WITH DRUCKER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11.19-2005.11.11)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서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마자 독일을 떠나서 영국으로, 다시 1937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장차 '경영자 교육'에 전력을 기울일 발판을 차곡차곡 다져갔다. 95년 인생을 사시면서 너무나 많은 활동을 하셔서 그것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지만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코헨을 만나게 된 장소인 클레어몬트 종합대학원 산하 피터 F. 드러커 · 마사토시 이토 경영대학원은 드러커 생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60세를 넘기면 대부분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터 드러커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선택했다." (376쪽)


드러커를 만나기 전 군 경험이 거의 전부였던 저자 윌리엄 코헨(William A. Cohen, 전직 공군 장교)이 1975년 클레어몬트 대학에 들어가게 된 사연이 담긴 이 책의 첫 장 - 나는 어떻게 '현대 경영학 아버지'의 제자가 되었나 -은 시작부터 흥미를 끌게 하기에 충분했다. 박사과정 학생들을 어느 정도 이용해 먹는 여타 대학들의 관행을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하며 그러한 대학에서 혼비백산하여 인터뷰를 끝내버렸다는 저자는 그리하여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역시 만만치 않은 교수를 만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 둘의 인연은 피터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말 그대로 윌리엄 코헨이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1975년부터 1979년 졸업할 때까지 들었던 또는 만났던 피터 드러커 교수와 그의 강의실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벌써 3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여전히 유효하고 재미있는 미공개 경영노트가 아닌가 싶다. 특히 경영학 지식이 전무했다고 하는 저자의 수업 자세가 경영을 잘 모르는 독자를 차분하게 이끌어준다. 과거 자신이 썼던 노트를 보고 회상하며 지금의 생각 ·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이기 때문에 '아! 그때 드러커의 가르침이 이것이었던 것 같다'는 글이 종종 보인다. 나 역시 뭘 들으면 정리가 늦고 반응이 느려서 저자의 터득 방식에 공감이 되었고 그의 배움에 대한 일관된 줏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것인데 어떤 사람의 강의는 그 사람과 떼어놓을 수 없다. 때문에(실상 수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가르치는 자가 전부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피터 드러커의 이력, 피터 드러커만의 강의 방식, 인간성, 철학 등이 곳곳에 진한 양념처럼 배어 있다. 주제 집중 강의로 토론 수업을 하므로 노트는 경영 이론을 체계적으로 나열하지는 않지만 질문하고 대화하며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독자를 초심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의 예로, 완벽한 경영 컨트롤 패널을 이용하면 완벽한 성공을 보장할까? 완벽한 교육이론을 적용하면 내 아이는 반드시 성공할까?  피터 드러커의 설명은 이렇다. 


"항공기의 자동 조종 장치는 엄격한 매개변수 범위 내에서 효과를 발휘하죠. 하지만 자동 조종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인간이 항공기의 자동 조종 상태를 지켜보고 있잖아요? 인간 책임자는 변수와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서 변수를 분석하고 외부 요건에 맞게 조치를 취하거나 대처할 수 있죠. 인간 책임자는 언제든지 엄격한 제약 상태에서 작동 중인 자동 조종을 취소할 수도 있어요. 현재 기술로도 시스템이 인간 책임자의 능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죠. 경쟁 상황과 경제 여건 등을 비롯해서 어떤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인적 변수가 존재하고 사업에는 주로 인간에 의한 변수가 수받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308-309쪽)
 

"드러커가 의도했던 바는 직원마다 자신만의 능력, 경험, 그리고 독특한 배경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소중한 자원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회사에 기여할 여지가 많다. 직원들이 할 일을 모두 당신이 직접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랬다간 얼마 못 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하다." (349-350쪽)


무수한 완벽한 이론서를 잠시 접어두고 사람,

다양성 속에 매몰되어 버린 그저 그런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닌 

어떤 한 사람!

내 옆 동료, 내 회사 직원, 내 아이의 개성에 주목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왜 아직도 우리나라 일반 대학에서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이론만 잔뜩 알려주는지... 대학 커리큘럼을 짜는 교수들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의 가르침을 직 · 간접적으로 배우지 않았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그들이 이론과 접목할 실무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까 쉬운 가르침- 사람은 없고 이론만 덩그러니 남은-을 선택하는 것 같은데 참으로 안타깝다. <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를 읽고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교육계를 떠올렸다. 교육자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어째서 이토록 오래도록 피터 드러커를 추앙하고 그의 이론이 그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지를 이 책을 보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피터 드러커는 '미래 경영학의 아버지'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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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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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꽤 열풍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바람이다. 소설도 그렇고 자기계발서류도 그렇고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 이름 석 자가 더 외우기도 쉽고 친근할 터인데 젊은이들 입맛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우선 읽기 쉽다. 빨리 먹고 빨리 치워버리는 패스트푸드? 내용이야 어떻든 전반적으로 명랑 쾌활하다. "인생 뭐 있어? 즐기다 가는 거지."라고 입버릇처럼 외치던 놀러리 친구 녀석 하나가 생각난다. 이렇듯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땅콩 하나 톡 까서 먹는 재미가 있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심심풀이 땅콩맛을 아는 일본 대표 작가 11명의 작품을 모아놓은 단편 모음집이다. 책 제목은 단편 11편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명이다. 그래서 제목은 제목일 뿐 간혹 작품 전체를 신혼여행 분위기일 거라 상상하는 독자가 있다면 과감하게 잘 쪼개지는 바가지로 머리를 한 대 "팍" 쳐주고 싶다(텔레비전에서 볼 땐 꽤 재미나 보였는데 글로 쓰고 보니까 좀 무섭다-그런 거 아님). 각 작품들마다 그만의 재미가 있지만 모든 작품을 한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한 이유인 이 단편모음집의 공통점을 들라고 하면 기막힌 반전 내지는 반전의 반전을 꾀하는 공포 추리 소설이라는 점과 오징어와 땅콩을 푸짐하게 풀어놓고 마음에 드는 음료수 한 잔 마시면서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점이다.


  • 마지막 꽃다발 _노나미 아사
  • 붉은 강 _고스기 겐지
  • 겹쳐서 두 개 _노리즈키 린타로
  • 결혼식 손님 _고이케 마리코
  • 기묘한 신혼여행 _히가시노 게이고
  • 한 마디에 대한 벌 _나쓰키 시즈코
  • 기이한 인연 _다카하시 가쓰히코
  • 좋은 사람이지만 _사노 요
  • 예절의 문제 _야마다 마사키
  • 아메리카 아이스 _바바 노부히로
  • 식인 상어 _도모노 로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고이케 마리코의 <결혼식 손님>이다. 바람둥이 남자 쓰무라 아키히로가 '보통 여자'를 힘겹게 찾아서 결혼을 하게 된다는 도입 부분이 대단히 현실적으로 와 닿았고, 이 남자! 의외로 소심하고 양심은 있어서 이야기가 갈수록 재미있어졌다. 나머지 작품들은 공포감을 주기에 알맞은 살인이나 외도, 강간, 왕따와 같은 (이렇게 얘기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스러운 면을 작품의 재미와 섞어 놓아서 대놓고 재미있다고 하기엔 좀 그런데 <결혼식 손님>은 쓰무라 아키히로의 감정 흐름이 나에게도 소심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나중에는 고소해서 "키들키들". 사진기자 시게오의 어머님 사랑까지 더해져서 마무리는 더없이 훈훈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약간 으스스하고 깨는 일본 작품 11편을 읽으며 긴장을 풀고 "으하하하~! 까짓 거!" 털어버리자. 왕년에 원 없을 만큼 여러 여자와 놀아났던 쓰무라 아키히로 덕분에 <노인 홈 실버 하우스>에 사는 노파 세 분과 나는 웃음꽃을 피웠다. 어느새 땅콩 껍질이 수북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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