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꽤 열풍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바람이다. 소설도 그렇고 자기계발서류도 그렇고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 이름 석 자가 더 외우기도 쉽고 친근할 터인데 젊은이들 입맛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우선 읽기 쉽다. 빨리 먹고 빨리 치워버리는 패스트푸드? 내용이야 어떻든 전반적으로 명랑 쾌활하다. "인생 뭐 있어? 즐기다 가는 거지."라고 입버릇처럼 외치던 놀러리 친구 녀석 하나가 생각난다. 이렇듯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땅콩 하나 톡 까서 먹는 재미가 있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심심풀이 땅콩맛을 아는 일본 대표 작가 11명의 작품을 모아놓은 단편 모음집이다. 책 제목은 단편 11편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명이다. 그래서 제목은 제목일 뿐 간혹 작품 전체를 신혼여행 분위기일 거라 상상하는 독자가 있다면 과감하게 잘 쪼개지는 바가지로 머리를 한 대 "팍" 쳐주고 싶다(텔레비전에서 볼 땐 꽤 재미나 보였는데 글로 쓰고 보니까 좀 무섭다-그런 거 아님). 각 작품들마다 그만의 재미가 있지만 모든 작품을 한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한 이유인 이 단편모음집의 공통점을 들라고 하면 기막힌 반전 내지는 반전의 반전을 꾀하는 공포 추리 소설이라는 점과 오징어와 땅콩을 푸짐하게 풀어놓고 마음에 드는 음료수 한 잔 마시면서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점이다.


  • 마지막 꽃다발 _노나미 아사
  • 붉은 강 _고스기 겐지
  • 겹쳐서 두 개 _노리즈키 린타로
  • 결혼식 손님 _고이케 마리코
  • 기묘한 신혼여행 _히가시노 게이고
  • 한 마디에 대한 벌 _나쓰키 시즈코
  • 기이한 인연 _다카하시 가쓰히코
  • 좋은 사람이지만 _사노 요
  • 예절의 문제 _야마다 마사키
  • 아메리카 아이스 _바바 노부히로
  • 식인 상어 _도모노 로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고이케 마리코의 <결혼식 손님>이다. 바람둥이 남자 쓰무라 아키히로가 '보통 여자'를 힘겹게 찾아서 결혼을 하게 된다는 도입 부분이 대단히 현실적으로 와 닿았고, 이 남자! 의외로 소심하고 양심은 있어서 이야기가 갈수록 재미있어졌다. 나머지 작품들은 공포감을 주기에 알맞은 살인이나 외도, 강간, 왕따와 같은 (이렇게 얘기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스러운 면을 작품의 재미와 섞어 놓아서 대놓고 재미있다고 하기엔 좀 그런데 <결혼식 손님>은 쓰무라 아키히로의 감정 흐름이 나에게도 소심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나중에는 고소해서 "키들키들". 사진기자 시게오의 어머님 사랑까지 더해져서 마무리는 더없이 훈훈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약간 으스스하고 깨는 일본 작품 11편을 읽으며 긴장을 풀고 "으하하하~! 까짓 거!" 털어버리자. 왕년에 원 없을 만큼 여러 여자와 놀아났던 쓰무라 아키히로 덕분에 <노인 홈 실버 하우스>에 사는 노파 세 분과 나는 웃음꽃을 피웠다. 어느새 땅콩 껍질이 수북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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