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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
윌리엄 A. 코헨 지음, 김명철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 - 윌리엄 코헨 것!
A CLASS WITH DRUCKER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11.19-2005.11.11)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서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마자 독일을 떠나서 영국으로, 다시 1937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장차 '경영자 교육'에 전력을 기울일 발판을 차곡차곡 다져갔다. 95년 인생을 사시면서 너무나 많은 활동을 하셔서 그것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지만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코헨을 만나게 된 장소인 클레어몬트 종합대학원 산하 피터 F. 드러커 · 마사토시 이토 경영대학원은 드러커 생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60세를 넘기면 대부분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터 드러커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선택했다." (376쪽)
드러커를 만나기 전 군 경험이 거의 전부였던 저자 윌리엄 코헨(William A. Cohen, 전직 공군 장교)이 1975년 클레어몬트 대학에 들어가게 된 사연이 담긴 이 책의 첫 장 - 나는 어떻게 '현대 경영학 아버지'의 제자가 되었나 -은 시작부터 흥미를 끌게 하기에 충분했다. 박사과정 학생들을 어느 정도 이용해 먹는 여타 대학들의 관행을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하며 그러한 대학에서 혼비백산하여 인터뷰를 끝내버렸다는 저자는 그리하여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역시 만만치 않은 교수를 만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 둘의 인연은 피터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말 그대로 윌리엄 코헨이 클레어몬트 대학에서 1975년부터 1979년 졸업할 때까지 들었던 또는 만났던 피터 드러커 교수와 그의 강의실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벌써 3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여전히 유효하고 재미있는 미공개 경영노트가 아닌가 싶다. 특히 경영학 지식이 전무했다고 하는 저자의 수업 자세가 경영을 잘 모르는 독자를 차분하게 이끌어준다. 과거 자신이 썼던 노트를 보고 회상하며 지금의 생각 ·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이기 때문에 '아! 그때 드러커의 가르침이 이것이었던 것 같다'는 글이 종종 보인다. 나 역시 뭘 들으면 정리가 늦고 반응이 느려서 저자의 터득 방식에 공감이 되었고 그의 배움에 대한 일관된 줏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것인데 어떤 사람의 강의는 그 사람과 떼어놓을 수 없다. 때문에(실상 수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가르치는 자가 전부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피터 드러커의 이력, 피터 드러커만의 강의 방식, 인간성, 철학 등이 곳곳에 진한 양념처럼 배어 있다. 주제 집중 강의로 토론 수업을 하므로 노트는 경영 이론을 체계적으로 나열하지는 않지만 질문하고 대화하며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므로 어떤 식으로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독자를 초심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의 예로, 완벽한 경영 컨트롤 패널을 이용하면 완벽한 성공을 보장할까? 완벽한 교육이론을 적용하면 내 아이는 반드시 성공할까? 피터 드러커의 설명은 이렇다.
"항공기의 자동 조종 장치는 엄격한 매개변수 범위 내에서 효과를 발휘하죠. 하지만 자동 조종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인간이 항공기의 자동 조종 상태를 지켜보고 있잖아요? 인간 책임자는 변수와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서 변수를 분석하고 외부 요건에 맞게 조치를 취하거나 대처할 수 있죠. 인간 책임자는 언제든지 엄격한 제약 상태에서 작동 중인 자동 조종을 취소할 수도 있어요. 현재 기술로도 시스템이 인간 책임자의 능력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죠. 경쟁 상황과 경제 여건 등을 비롯해서 어떤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인적 변수가 존재하고 사업에는 주로 인간에 의한 변수가 수받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308-309쪽)
"드러커가 의도했던 바는 직원마다 자신만의 능력, 경험, 그리고 독특한 배경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소중한 자원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회사에 기여할 여지가 많다. 직원들이 할 일을 모두 당신이 직접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랬다간 얼마 못 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하다." (349-350쪽)
무수한 완벽한 이론서를 잠시 접어두고 사람,
다양성 속에 매몰되어 버린 그저 그런 다 똑같은 사람이 아닌
어떤 한 사람!
내 옆 동료, 내 회사 직원, 내 아이의 개성에 주목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왜 아직도 우리나라 일반 대학에서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이론만 잔뜩 알려주는지... 대학 커리큘럼을 짜는 교수들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의 가르침을 직 · 간접적으로 배우지 않았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그들이 이론과 접목할 실무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까 쉬운 가르침- 사람은 없고 이론만 덩그러니 남은-을 선택하는 것 같은데 참으로 안타깝다. <피터 드러커 미공개 강의노트>를 읽고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교육계를 떠올렸다. 교육자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어째서 이토록 오래도록 피터 드러커를 추앙하고 그의 이론이 그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지를 이 책을 보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피터 드러커는 '미래 경영학의 아버지'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