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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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Art Series 1
<키스를 부르는 그림>


이 책은 키스하는 장면을 담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으로 '눈과마음'에서 펴낸 Culture & Art Series 그 첫 번째 책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두 발로 뚜벅뚜벅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이 책 크기에 맞게 작다는 점과 미술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미학을 전공한 저자 안현신 님이 글로 대신한다는 점,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과 책으로 접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테지만, 평소 미술관 관람을 제대로 해본 적도, 그림을 볼 줄도, 그릴 줄은 더더군다나 못하는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은 책으로 만나는 그림은 작품 그 자체보다 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일독을 한 다음에 그림 감상은 천천히 다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어설프게 예술에 대해서 코딱지만큼도 알지 못하면서 '키스'라는 책제목에 혹해서는 (순진하다고 말해도 할 수 없다, 분명히 나와 같은 부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난 정말 키스를 하고 싶어진다거나 뭔가에 유혹당하고야 말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말하면... 이 책을 보고자 하는 독자가 줄어들까? 그래도 할 수 없다.


예술가들의 삶은 왜 그리도 다사다난하고 불우하고 못났는지. 그런데도 그림을 그린 예술가를 완전히 제외하고(모른 채) 그림만 본다면 그림 그 자체는 대단히 아름답게 보인다. 내가 이렇게 과장된 수식어를 붙여가면서 그림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한 이유는 아무리 추해 보이는 그림이라도 어떤 면으로는, 누군에겐가는 마음에 쏙 들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도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대략 연인들이 너무나 푹 빠져서 혼연일체가 되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정반대로 - 많은 여인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어느 한 사람에게 깊이 빠져들어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 클림트는, 연인에 대해서든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든,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성향이 있었던 듯하다(202쪽) - 각각의 성을 상징하는 무늬라든지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손가락, 한 발짝만 잘못 내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


웬만하면 예술가들의 삶을 모르고 그림만 보고 싶은 유혹이, 다가오는 사람에게 "Just a Moment!" 팔이 닿는 거리까지 조금 밀치고 <키스를 부르는 그림>이나 몇 점 다시 보고 싶은 유혹이 인다. 하지만, 다른 무엇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앞으로 예술가들의 찌질한(^^;) 삶을 포용하고 큐레이터의 구구절절한 그림 설명을 인내할 줄 안다면 그림을 더 재미나게 볼 수 있는 때가 올 것 같다. 나처럼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을 보신다는 분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지만 키스에 대한 낭만 지수는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그림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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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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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룬의 세계사 여행>


이 책은 네덜란드 계 미국인인 헨드릭 빌럼 반 룬[Hendrik Willem van Loon, 1882~1944]과 우리나라 사람 김대웅이 함께 엮은 재미난 알파벳 세계사 여행서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헨드릭 빌럼 반 룬은 1935년 어느 봄날, 시끄럽고 뒤숭숭하기만 한 세상에 절망하고 있다가 14개월 된 손자를 위해 먼훗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할아비가 손자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짓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 김대웅은 헨드릭 빌럼 반 룬이 돌아가신 후 어느 봄날(?) 그와 교감하면서 아이들이 접하면 좋겠다 싶은 세계사 이야기를 짓기로 한다. 그러니까 두 분이서 머리를 맞대고 알콩달콩 이 책을 함께 엮었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명의 저자가 지었다고 해도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편지글과 그에 덧붙여진 이야기와 사진, 그림이 입을 잘 맞추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여느 아이들을 위한 역사서와 다르게 알파벳 첫 글자를 딴 도시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곳 도시의 기원, 건축물, 인물, 신화, 예술, 우리가 무심코 쓰는 언어의 세계를 넘나든다. 무척 재미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대별 · 연대순에 짜맞춘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 줄거리[←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전에 헨드릭 빌럼 반 룬의 저서를 딱 한 번 접해보았는데 인간미 넘치고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역사 서술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역사에 대해 잘 모르면서, 첫 눈에 반한 적이 있다. 이 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한 도시에 관한 편지글을 읽으면 어서 빨리 다음 편지글을 보고 싶어서 자꾸 자꾸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내 감정이 옳다고 우기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으니 어쩔 수 없구나." (97쪽)


"영국 최초의 해군성 장관인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딴 것인데, 그는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를 끼운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영국 의회에서 식사도 거른 채 회의를 하던 의원들이 샌드위치 덕분에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85쪽)


 

편지글뿐만 아니라 편지글을 부연 설명하는 듯한 엮은이의 이야기도 이보다 친절할 수 없을 정도로 사진과 그림, 지도가 깔끔하고 더할 나위없이 풍부하다. 해당 도시가 어디 있는지 지도로 확인하고 '세계에서 내가 어디쯤 있구나(읽고 있구나)'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까 왠지 안심이 놓이는 것이 여행을 더욱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좋은 이야기만 했는데 이 책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세계 중에서도 서양에 지나치게 치우친 여행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헨드릭 빌럼 반 룬이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건너와 살면서 당시 미국의 버몬트 주에 함께 살고 있는 손자에게 건네는 편지글이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인 도시 선정이 아니라고 한들 그리 흠잡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헨드릭 빌럼 반 룬이 세상에 절망하고 있을 때(1935년, 그의 나이 50대 초반), 우리나라는 진짜 나라를 잃고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었다. 1990년대까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쯤이면 50대에 접어드신 분들이 손자에게 들려줄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를 지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피해의식은 십분 덜어내고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저 역사적 사실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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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nae        인류의 스승 아테네
Borobudur     불교의 성지 보로부두르
Carcassonne  종교전쟁의 성채 도시 카르카손
Delft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성지 델프트
Eddystone      대서양의 북극성 에디스톤 등대
Firenze          르네상스의 진원지 피렌체 
Gibtaltar        지중해의 관문 지브롤터
Haarlem          네덜란드 시민 미술의 고향 하를럼
Ilion               사라져 버린 신화 속의 도시일리온
Jerusalem       종교전쟁의 피로 물든 예루살렘 
Karnak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집트의 카르나크
London           산업혁명의 도시 런던
Moskva           역사의 실험장 모스크바
Napoli             신도 질투한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 
Oahu               태평양의 오아시스 하와이제도의 오아후 
Paris               프랑스혁명의 고향 파리
Quarry            미국의 작은 주 버몬트의 채석장
Roma              영원한 도시 로마
Stockholm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도시 스톡홀름
Tibet              잊혀진 부처님의 나라 티베트
Upernavik        온난화로 위기에 처한 우페르나비크
Venezia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
Washington      세계 역사의 새출발 신대륙의 신도시 워싱턴
Xanadu            세계 최대 제국의 별궁 제너두
Yedo                시련을 이겨낸 에도
Zermatt            마테호른 산자락의 작은 마을 체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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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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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어렸을 때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무조건적인 애정을 얻을 수 있다. 식사를 하다 트림을 할 수도 있고, 목청껏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돈을 못 벌어도 되고, 중요한 친구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인물들의 행동은 지위에 대한 우리의 불안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친구나 연인은 우리가 파산을 하거나 수모를 당해도 우리를 모른 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가끔은 그 말을 믿어볼 수도 있겠지), 우리가 일용할 양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속물들의 매우 조건적인 관심이다. (27쪽)

사실 역사상의 대부분의 기간에는 그 반대되는 가정이 영향력을 행사했다. 불평등과 낮은 기대 수준이 정상적이고 지혜로운 것이었다. 극소수만이 부와 충족을 갈망했다. 다수는 자신이 착취를 당하며 체념 속에 살아갈 운명임을 잘 알고 있었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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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Anxiety

<불   안>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124쪽)


'야망'을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불안은 뭔가 큰 것을 바라보고, 뭔가 이루어 보겠다고 나서대니까 요즘 우리가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는 것일 텐데. 그러면, 큰 꿈을 꾸지도 말고 뭔가 이루어 보겠다고 나서지도 말라는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구체적으로 왜 불안하고, 그 불안을 줄이거나 제거할 만한 해법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일단 이 책을 보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이 책은 '불안'을 다룬 한 편의 논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지위' '지위로 인한 불안' '명제'에 대한 정의를 간단하게 다루고, 본격적으로 불안의 원인 5가지 - 1) 사랑결핍  2) 속물근성  3) 기대  4) 능력주의  5) 불확실성 - 와 그에 대한 해법 5가지 - 1) 철학  2) 예술  3) 정치  4) 기독교  5) 보헤미아 -를 나열한다. 목차와 내용은 이렇게 무척 단순한 듯하지만 막상 내용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녀석과 만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전에 저자 알랭 드 보통이 지은 책은 한두 권 접해본 것이 전부이고 그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지만 곁다리로 듣기로는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글로 잘 버무려내는 솜씨가 있다는 것, 박식함과 위트 정도. 이 책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봐줄 수 있지만, 조금 불안한 것은 (미리 말해두지만) 불안의 원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놀랍기도 하고 호기심 많은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언정 따스한 가슴을 내밀고 불안의 해법을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다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한참 '이 사람 참 박식하군. 아, 이런 일도 있었어? 이거 재미나군.' 그러면서 중간 중간 심심하지 않게 배치된 흑백의 사진과 그림을 관람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책장을 덮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누가 "우리가 왜 불안한 거야?" 또는 "불안하지 않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한대?" 또는 "책내용이 뭐야?"라고 물으면 머릿속이 새하얘질 수도 있다. 그것은 조각들의 모음인 논문 냄새가 나는 글들의 단점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박식함으로 여행이나 사랑, 건축을 건드려줬을 때는 그가 바라보고 해석하는 상징이, 이미지가 신기하고 재미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일 수 있는 '불안'은 또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저자의 글 대로 우리는 하필이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누군가에게 사랑(관심)받기를 원하고, 조건을 따져대고,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오르지 못할 나무든 아니든 올라가려고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네 부모 세대는 중매결혼으로 사랑을 받든 못 받든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면서 살아왔다. 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위에 대한 불만이 뭐야, 자족하면서 자기 식구만의 울타리 안에서 무탈하게 잘 살던 시절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간단하게 말해서, 뭐 하나 단순한 것이 없고 뭐 하나 그대로 따를 수가 없다. 또,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멋대로 '나'를 '누구'라고 규정짓는다.


경제 한파가 누그러질 때를 기다리다가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 불안에 떨다가 시들어 죽을지도 모른다. 멋대로 '나'를 '누구'라고 규정짓는 무리들 때문에 지쳐 지쳐 초라한 늙은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알랭 드 보통이 알려주는 해법 가운데 어느 것이라도 건드려 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 하는데 불행인지 내가 속해 있거나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해법 5가지를 관통하는 몇 가지[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의 1929년 작 제목이기도 함.) 만들기, 다르게 보기, 자기만족]는 내가 이미 갖추고 있는 훌륭한 자질이다. ㅎㅎ 이 책 덕분에 후세에 이름을 남긴 분들을 참 많이 만났다. 더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고 호기심 지수가 상승했다. 단지, 절대로 불안을 잠재워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점. 마음이 평온해지고 싶거든 노자, 장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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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한 임신 가이드 - KI신서 1419
존 스미스 지음, 황문주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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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상깊은 구절

임신은 몇 주만에 이루어졌지만 내가 정말 아버지가 되는 것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 출산은 임신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4쪽)
· 임신 : 아기를 가져서 무거워진, 가장 쉬운 단계  (250쪽)
· 출산 : 삶의 의미. 당신의 역할과 목적. 당신이 사는 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과정. (252쪽)

가난해질 준비하기(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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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한 임신 가이드>
 
 
그리 오래 묵은 사이도, 그렇다고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도 아니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작년에 급하게 소식을 듣고 지친 몸으로 결혼식장에 가서 연하 남편의 손을 잡고 양가 부모님들께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는 언니를 보았다. 평소 굉장히 쿨하고 멋진 언니가 잠시 어떻게 됐다면서 우린 막 놀렸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식장을 빠져나오기 바쁘게 곧 임신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같은 여자로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전율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미약하나마 나를 흔들리게 했다. 그럼에도, 작년의 나는 내 일에 매몰되어서 그런 언니에게 내 힘듦을 하소연한답시고 아기에게 좋지도 않은 전자파(핸드폰 통화)만 열심히 날려주었다. 그리고 1월도 한참 지난 오늘!...에서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임신한 부부에게 대충 필요할 것 같은 책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챙겨 넣었다. 참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받아서 쓱쓱 훑어보면서 다른 책은 그렇다 치고 이 책은 왠지 내가 약간 남자 성향(?)이 있어서인지 붙잡자마자 손을 놓을 수 없더라는 것이다. 사실 다른 책들은 비닐로 꽁꽁 싸여 있어서 볼 수도 없었다. ㅎㅎ
 
    물론 남성이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임신 안내서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에게는 그 책들은 좀 지겹고 지나치게 자세하다. 우리는 주머니 속에 과자를 넣고 다니면서 조금씩 꺼내 먹듯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솔직한 정보를 원한다. (머리말 가운데)
 
이 책은 여느 임신과 출산에 관한 저서와 다르게 저자인 존 스미스가 남자 대 남자로서 건네는 재미나지만 아주 조금은 거칠고 적나라한, 한 편의 길지만 짧은 또 짧지만 긴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책이다.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여자를 무조건 이해해주라는 강압적인 요구는 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들 사이에서 아내가 임신했다고 하는 화제는 그리 달갑지 않은, 화제에 올려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이 당신의 마음과 조금은 대화를 나누어주고 싶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부부 사이의 여러 이야깃거리도 아주 많이 골고루 다루지만, 주가 되는 임신 가이드는 임신을 초기(첫 3개월), 중기(4개월에서 6개월까지), 말기(7개월에서 9개월까지)로 나누어서 단순한 남자들을 단순하게 잘 알아듣도록 일러주고 있다.
 
확실히 임신과 출산이라는 경험은 경이롭고 놀랍고 누구에게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일생일대 대(大)사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바라보는 제3자(남편이 아닌, 가족일지라도. 어쩌면 남편까지도.)에게는 무심하고도 남들 다하는 그저 그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 정도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산중(후) 우울증에 걸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내용에도 나오듯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왜 이래..." 이런 상황을 임신도 하지 않고, 임신을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다 이해해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임신 전, 아니 결혼 전에도 약간 히스테릭하고 울고 짜기 잘하던 내 동생은 임신 후에도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히스테릭한 산중(후) 우울증을 겪어서 가족이지만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이런 내 동생과 같은 사람에게 적어도 남편이라는 사람, 아빠가 될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보고 이해와 공감, 실천의 폭을 대폭 넓힐 수 있다면 좋겠다. 
 
아프고 힘들고 지난한 과정일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을 인생의 아름다운 경험으로 물들일 수 있도록...
이 책을 받을 분이 언니가 임신한 기간 내내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심심할 때마다 몇 장씩 보면서 때론 눈을 휘둥그레 뜨고, 때론 킥킥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좋은 책 한 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한 아빠는 분만이 끝난 후의 징그러운 광경을 잭슨 폴락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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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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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구제> 

구제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 단죄는 시작되리라......

"당신의 말이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 당신도 죽어 줘야겠어." 

왜곡된 사랑이 부른 슬픈 복수극    - 이 책 띠지에

참 오랜만에 추리 소설을 보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집 내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뭐를 해도 '허허~' '실실~' 그러고 마는 아버지와 유독 스포츠 경기와 같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고 자칫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을 즐기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서(<-약간 이력서 버전이 ㅡ.-;;) 나 역시 그런저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적지 않은 책을 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추리, 공포 소설을 읽은 것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백야행>을 비롯하여 데뷔작 <방과후>와 <비밀>, <용의자 X의 헌신>,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붉은 손가락>, <방황하는 칼날>, <갈릴레오의 고뇌> 등 무수히 많은 작품을 쏟아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덕분에 집에 책장만 차지하고 있던 <탐정 갈릴레오>도 함께 읽어주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 제목도 참으로 성스러운 <성녀의 구제>. 표지와 약간 두껍고 묵직한 책 자체는 까만 신부복을 연상하게 해서 책 제목 못지않게 성스러움을 더했다.

잔소리가 길었는데, 이 책은 충분히 그래도 되는 게 이미 답을 알고 추리를 해 나간다. 길지 않은 책소개를 조금만 읽어봐도 당당하게 용의자를 밝히고 있다.

IT 회사 사장 마시바 요시다카가 자신의 집에서 독살된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생략),

그러나 ...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다.  - 책소개 가운데

그렇다고 해서 책 속에서까지 사건을 추리해 가는 형사 모두가 '범인은 저 사람이야!'라고 지목한 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식적이고 논리적인데다 세심한 감정까지 지닌 형사 구사나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기존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다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탐정 갈릴레오>라는 작품에서 굳이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지 않더라도 탐정 갈릴레오 역할을 자처했던 물리학자 유가와가 이 작품에서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들과 떨어져서 '공룡 뼈에 묻는 흙(257-259쪽)'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껄렁하고 얄미운 역할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성녀의 구제>에서보다 <탐정 갈릴레오>에서 더 얄미운 유가와였다. 무슨 사건의 결말에만 이르면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을 좔좔. 하지만, 나와 같은 일반 무식한 독자는 뭔 얘긴지 모른다는 거. ㅋㅋ

몇 년 전,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려 읽었던 일본 소설들과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하면서 느꼈던 것은 교육열에 뭐에 지독하게 머리 지끈거리는 환경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 소설은 하나의 쉼터 같은 것이로구나'라는 것. 특히 이 <성녀의 구제>는 그리 잔인한 장면도, 일본 소설 특유의 성적인 장면도 하나도 나오지 않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450쪽이 넘는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느낌 그대로 그다지 무섭거나 오싹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요즘은 머리 좋고 이것이 잘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사실 '한방!'보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살살...그러다 결정적 한방을 먹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나를 가만히 목 조르는 누군가가 있는지... 그(녀)는 바로 '성녀'.  

 

 ←지금은 독서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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