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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평점 :
<반 룬의 세계사 여행>
이 책은 네덜란드 계 미국인인 헨드릭 빌럼 반 룬[Hendrik Willem van Loon, 1882~1944]과 우리나라 사람 김대웅이 함께 엮은 재미난 알파벳 세계사 여행서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헨드릭 빌럼 반 룬은 1935년 어느 봄날, 시끄럽고 뒤숭숭하기만 한 세상에 절망하고 있다가 14개월 된 손자를 위해 먼훗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할아비가 손자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짓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 김대웅은 헨드릭 빌럼 반 룬이 돌아가신 후 어느 봄날(?) 그와 교감하면서 아이들이 접하면 좋겠다 싶은 세계사 이야기를 짓기로 한다. 그러니까 두 분이서 머리를 맞대고 알콩달콩 이 책을 함께 엮었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명의 저자가 지었다고 해도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편지글과 그에 덧붙여진 이야기와 사진, 그림이 입을 잘 맞추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여느 아이들을 위한 역사서와 다르게 알파벳 첫 글자를 딴 도시를 따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곳 도시의 기원, 건축물, 인물, 신화, 예술, 우리가 무심코 쓰는 언어의 세계를 넘나든다. 무척 재미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대별 · 연대순에 짜맞춘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 줄거리[←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전에 헨드릭 빌럼 반 룬의 저서를 딱 한 번 접해보았는데 인간미 넘치고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역사 서술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역사에 대해 잘 모르면서, 첫 눈에 반한 적이 있다. 이 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한 도시에 관한 편지글을 읽으면 어서 빨리 다음 편지글을 보고 싶어서 자꾸 자꾸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내 감정이 옳다고 우기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으니 어쩔 수 없구나." (97쪽)
"영국 최초의 해군성 장관인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딴 것인데, 그는 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를 끼운 샌드위치를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영국 의회에서 식사도 거른 채 회의를 하던 의원들이 샌드위치 덕분에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85쪽)
편지글뿐만 아니라 편지글을 부연 설명하는 듯한 엮은이의 이야기도 이보다 친절할 수 없을 정도로 사진과 그림, 지도가 깔끔하고 더할 나위없이 풍부하다. 해당 도시가 어디 있는지 지도로 확인하고 '세계에서 내가 어디쯤 있구나(읽고 있구나)'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까 왠지 안심이 놓이는 것이 여행을 더욱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좋은 이야기만 했는데 이 책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세계 중에서도 서양에 지나치게 치우친 여행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헨드릭 빌럼 반 룬이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건너와 살면서 당시 미국의 버몬트 주에 함께 살고 있는 손자에게 건네는 편지글이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인 도시 선정이 아니라고 한들 그리 흠잡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헨드릭 빌럼 반 룬이 세상에 절망하고 있을 때(1935년, 그의 나이 50대 초반), 우리나라는 진짜 나라를 잃고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었다. 1990년대까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쯤이면 50대에 접어드신 분들이 손자에게 들려줄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를 지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피해의식은 십분 덜어내고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저 역사적 사실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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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obudur 불교의 성지 보로부두르
Carcassonne 종교전쟁의 성채 도시 카르카손
Delft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성지 델프트
Eddystone 대서양의 북극성 에디스톤 등대
Firenze 르네상스의 진원지 피렌체
Gibtaltar 지중해의 관문 지브롤터
Haarlem 네덜란드 시민 미술의 고향 하를럼
Ilion 사라져 버린 신화 속의 도시일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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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세계 역사의 새출발 신대륙의 신도시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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