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Culture & Art Series 1
<키스를 부르는 그림>


이 책은 키스하는 장면을 담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으로 '눈과마음'에서 펴낸 Culture & Art Series 그 첫 번째 책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두 발로 뚜벅뚜벅 미술관을 관람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이 책 크기에 맞게 작다는 점과 미술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미학을 전공한 저자 안현신 님이 글로 대신한다는 점,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과 책으로 접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테지만, 평소 미술관 관람을 제대로 해본 적도, 그림을 볼 줄도, 그릴 줄은 더더군다나 못하는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은 책으로 만나는 그림은 작품 그 자체보다 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일독을 한 다음에 그림 감상은 천천히 다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어설프게 예술에 대해서 코딱지만큼도 알지 못하면서 '키스'라는 책제목에 혹해서는 (순진하다고 말해도 할 수 없다, 분명히 나와 같은 부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난 정말 키스를 하고 싶어진다거나 뭔가에 유혹당하고야 말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말하면... 이 책을 보고자 하는 독자가 줄어들까? 그래도 할 수 없다.


예술가들의 삶은 왜 그리도 다사다난하고 불우하고 못났는지. 그런데도 그림을 그린 예술가를 완전히 제외하고(모른 채) 그림만 본다면 그림 그 자체는 대단히 아름답게 보인다. 내가 이렇게 과장된 수식어를 붙여가면서 그림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한 이유는 아무리 추해 보이는 그림이라도 어떤 면으로는, 누군에겐가는 마음에 쏙 들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도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대략 연인들이 너무나 푹 빠져서 혼연일체가 되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정반대로 - 많은 여인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어느 한 사람에게 깊이 빠져들어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 클림트는, 연인에 대해서든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든,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성향이 있었던 듯하다(202쪽) - 각각의 성을 상징하는 무늬라든지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손가락, 한 발짝만 잘못 내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


웬만하면 예술가들의 삶을 모르고 그림만 보고 싶은 유혹이, 다가오는 사람에게 "Just a Moment!" 팔이 닿는 거리까지 조금 밀치고 <키스를 부르는 그림>이나 몇 점 다시 보고 싶은 유혹이 인다. 하지만, 다른 무엇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앞으로 예술가들의 찌질한(^^;) 삶을 포용하고 큐레이터의 구구절절한 그림 설명을 인내할 줄 안다면 그림을 더 재미나게 볼 수 있는 때가 올 것 같다. 나처럼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을 보신다는 분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지만 키스에 대한 낭만 지수는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그림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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