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위한 임신 가이드 - KI신서 1419
존 스미스 지음, 황문주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임신은 몇 주만에 이루어졌지만 내가 정말 아버지가 되는 것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 출산은 임신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4쪽)
· 임신 : 아기를 가져서 무거워진, 가장 쉬운 단계  (250쪽)
· 출산 : 삶의 의미. 당신의 역할과 목적. 당신이 사는 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과정. (252쪽)

가난해질 준비하기(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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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한 임신 가이드>
 
 
그리 오래 묵은 사이도, 그렇다고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도 아니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작년에 급하게 소식을 듣고 지친 몸으로 결혼식장에 가서 연하 남편의 손을 잡고 양가 부모님들께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는 언니를 보았다. 평소 굉장히 쿨하고 멋진 언니가 잠시 어떻게 됐다면서 우린 막 놀렸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식장을 빠져나오기 바쁘게 곧 임신 소식을 전해주었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같은 여자로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전율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미약하나마 나를 흔들리게 했다. 그럼에도, 작년의 나는 내 일에 매몰되어서 그런 언니에게 내 힘듦을 하소연한답시고 아기에게 좋지도 않은 전자파(핸드폰 통화)만 열심히 날려주었다. 그리고 1월도 한참 지난 오늘!...에서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임신한 부부에게 대충 필요할 것 같은 책을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챙겨 넣었다. 참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받아서 쓱쓱 훑어보면서 다른 책은 그렇다 치고 이 책은 왠지 내가 약간 남자 성향(?)이 있어서인지 붙잡자마자 손을 놓을 수 없더라는 것이다. 사실 다른 책들은 비닐로 꽁꽁 싸여 있어서 볼 수도 없었다. ㅎㅎ
 
    물론 남성이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임신 안내서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에게는 그 책들은 좀 지겹고 지나치게 자세하다. 우리는 주머니 속에 과자를 넣고 다니면서 조금씩 꺼내 먹듯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솔직한 정보를 원한다. (머리말 가운데)
 
이 책은 여느 임신과 출산에 관한 저서와 다르게 저자인 존 스미스가 남자 대 남자로서 건네는 재미나지만 아주 조금은 거칠고 적나라한, 한 편의 길지만 짧은 또 짧지만 긴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책이다.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여자를 무조건 이해해주라는 강압적인 요구는 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들 사이에서 아내가 임신했다고 하는 화제는 그리 달갑지 않은, 화제에 올려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이 당신의 마음과 조금은 대화를 나누어주고 싶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부부 사이의 여러 이야깃거리도 아주 많이 골고루 다루지만, 주가 되는 임신 가이드는 임신을 초기(첫 3개월), 중기(4개월에서 6개월까지), 말기(7개월에서 9개월까지)로 나누어서 단순한 남자들을 단순하게 잘 알아듣도록 일러주고 있다.
 
확실히 임신과 출산이라는 경험은 경이롭고 놀랍고 누구에게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일생일대 대(大)사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바라보는 제3자(남편이 아닌, 가족일지라도. 어쩌면 남편까지도.)에게는 무심하고도 남들 다하는 그저 그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 정도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산중(후) 우울증에 걸리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내용에도 나오듯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왜 이래..." 이런 상황을 임신도 하지 않고, 임신을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다 이해해달라고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임신 전, 아니 결혼 전에도 약간 히스테릭하고 울고 짜기 잘하던 내 동생은 임신 후에도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히스테릭한 산중(후) 우울증을 겪어서 가족이지만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이런 내 동생과 같은 사람에게 적어도 남편이라는 사람, 아빠가 될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보고 이해와 공감, 실천의 폭을 대폭 넓힐 수 있다면 좋겠다. 
 
아프고 힘들고 지난한 과정일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을 인생의 아름다운 경험으로 물들일 수 있도록...
이 책을 받을 분이 언니가 임신한 기간 내내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심심할 때마다 몇 장씩 보면서 때론 눈을 휘둥그레 뜨고, 때론 킥킥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좋은 책 한 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한 아빠는 분만이 끝난 후의 징그러운 광경을 잭슨 폴락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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