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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남혜현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러시아극작가로 더 유명한 안톤체호프가 인생이란것에 관한 그의 의견을 단편으로 표현한책이다.
'산다는것은'과 '결혼3년'이란 두편의 이야기에서 체홉은 '삶의주체는 누구인가?', '노동의 미덕',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무엇인가?'같은 어느정도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들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있다.
'산다는것은'은 귀족집안출신의 주인공이 귀족들의 무위도식과 게으름에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출신과 명예를등진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나서서 노동의 권리를 맘껏 누린다는 내용이다. 즉 '노동의 미덕'이란것은 주인공의 인생자체를 반영하는 포괄적인 주제로 볼 수 있는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품안에서 헤어나오지못한체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서서히 메말라가는 주인공의 누이또한 동생의 '해방'에 탄력을 받아 연극배우가 되기위한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들게된다. 하지만 살아온 세월의 흔적(소심함과 자괴감)이 너무 짙은터라 그의 누이는 막상 무대에서는 한마디의 대사도 말하지못한체 내려오고만다. 가엾은 누이는 설상가상으로 유부남까지 사랑하게되며 임신을하게되고 출산하고 얼마되지않아 생을 마감하게된다.
체홉은 이러한 누이의 비극적인 생의 마감과 주인공의 '노동철학'을통해 '삶의주체'가 누구여야하는지를 어느정도 설득력있게 얘기하고있는셈이다. 그들의 아버지란사람은 항상 가문과 명예와 부를 중시했고 그러한 부자연스런 틀속에 둘을 가두려했다. 그는 자식을 키운것이아니라 자식을 만들어버린셈이다. 판단과 의지는 모두 아버지가 주입시킨 무언의 절대적인 힘에 의해 이해되고 이행되었던 두사람이다.
불효나 비도덕적인 발상과 연계되지않는다면 자식들의 삶만큼은 그들이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것이 부모의 아름다운 모습(내지는 의무)이 아닐까? 산다는것은, 그 행복한권리의 올바른길은 집착과 강요에 있는것이아니라 이해와 배려에 있음을 그 아버지는 왜 몰랐을까...
'결혼3년'에선 사랑과 결혼이란것의 관계에대해 논하고있다. 그리고 앞으로 결혼생활이 일구어낼 알 수 없는 미래에대해 가지는(차라리 마음편한)허탈한 자문을 마지막여운으로 남긴다.
사랑과 결혼... 과연 그 둘은 필연적인것인가, 아니면 하나는 없어도되는 선택적인것인가?
그렇다면 도데체 우린 무엇때문에 결혼을 하는것일까?
주인공은 사랑없는 결혼을 하게된다.
어느날 건물계단에서 어설프게 감행한 뜬금없는 프로포즈에 놀란 한여인이있었다. 그녀는 전혀 감동적이지도 분위기있지도 않은 그 프로포즈를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잠못이루며 갈등하게된다. 그 남자에게 미안하다는것이다. '지금 내가 이 남자를 거절한다면 나중에 후회하게되지나않을까?'하는 이기적인 불안감도 지우지못한다. 그 남자는 못생겼다. 하지만 부자다. 그렇다고 이 여자는 돈을보고 결혼하려는게아니다. 그렇다고 그 남자를 사랑해서도아니다.
체홉은 그 여자의 '결심'을 '도피'로 환언한다. 가난과 단조로운 일상에서의 도피..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어렸을때부터 대범함과는 거리가먼 조장된소심함과 내성적인 성격탓에 언제나 자신감이없고 결단력이 부족한 자신의 껍질을 아버지라는 절대적권위와 함께 던져버리기위해 그는 결혼을결심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사랑없는 결혼을하였다.
하지만 '사랑없는결혼'에 대해 우리가 속단하는 일반적인 파멸의 시나리오와는달리 이 둘은 제법 잘 살아간다. 아니 이들은 갈 수록 서로를 필요로하게된다. 하지만 그것역시 사랑은 아니다. 체홉은 그것을 그냥 서로에대한 익숙함, 습관같은것이라한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고독하다..
소설막바지에 주인공은 그렇게 벗어나려했던 나약한 자신의 그림자와 아버지의 막강한 권위에 짓눌려 만사에 회의와 상실감을 느끼게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3년, 13년, 30년이란 세월에 자신을 던지고 그곳에 스스로를 결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