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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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소녀』는, 누구보다 돈이 필요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시카가 한 대학 심리학 교수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서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소설은 제시카와 실즈 박사의 시점을 서로 번갈아 교차시킨다. 실즈 박사의 진술은 제시카에게 구두 형식으로 전하는 편지에 가깝고, 제시카의 시점은 일인칭 주관적 서술에 해당한다. 제시카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가장 깊은 고민을 실즈 박사에게 털어놓은 대가로 고액의 돈을 지불받는다. 하지만 실즈 박사는 제시카의 비밀을 미끼로 그녀를 점차 위협하고 막다른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이 시험에 통과하면 그녀는 살아 남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제시카는 물론 그녀의 가족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실즈 박사의 치밀하고도 지능적인 두뇌는 제시카보다 항상 한 발 앞서있다. 어떻게 해야 제시카는 박사의 약점을 잡고 실권을 쥘 수 있을까? 11월 16일부터 성탄절인 12월 25일까지 40일간 벌어지는 이 심리 게임에, 독자들도 흠뻑 빠져들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심리 스릴러 중 최고봉이자, 가장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 연구에 더 깊이 참여해보시겠습니까? 보상이 훨씬 더 커질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당신에게 요구하는 바도 훨씬 더 많아질 겁니다.] -p79

그 별 볼 일 없는 여자는 바로 나처럼 실즈 박사의 연구에 참여했다.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여자는 죽었다. -p362


스물 여덟 살의 '제시카'는 고향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수년 전 집을 떠나 뉴욕에서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여동생 베키에게 특히나 헌신적이다. 학교 댄스파티를 준비하는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십대와 화려한 자선행사에 나가는 그들의 엄마가 주요 고객층이다. 여느 때처럼 메이크업을 하던 중 뉴욕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실즈 박사'가 주관하는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라는 두 번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500달러가 지급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항상 돈에 쪼들려 왔던 제시카는 경제적 도움을 받을거란 희망에 고객의 이름을 자신 것인냥 둘러대고 52번 피험자로 설문조사에 응한다.


설문조사와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과 해당 연구 내용을 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비밀 유지 원칙을 둔다. 본능적으로 제일 처음 떠오른 답을 솔직하게 쓰고, 완벽하게 작성하기 전까지는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없다. 해당 문제에 답을 입력하면 실즈 박사가 그녀의 답을 확인하고 반응한다. 이를테면, 외상성 뇌손상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스물두 살 여동생 '베키'의 치료비를 내고 있는 상황에 "힘들겠군요."라는 메시지를 입력한다. 지금까지 누구도 그녀에 대해 이토록 많은 것을 궁금하게 여긴 사람이 없었으며,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을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위안을 얻고 진정이 된다. 실즈 박사는 52번 피험자가 제시카가 아닌 것을 알게 된 직후에도 제시카의 매력적인 외모와 다른 피험자와는 다른 신선하고 여과되지 않은 답변에 흥미를 느끼면서 깊은 실험을 진행해 나간다. 이전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 질문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은 건 사람은 5번 피험자 외에 제시카가 유일하다. 그리고 드러난 5번 피험자의 자살, 진정 그녀의 죽음은 자살이 맞을까?


실즈 박사는,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실생활 연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제시카에게 이상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특별한 선물과 대접을 받고, 아픈 마음까지 어루만져주고, 거액의 돈까지 받게 되니 제시카는 실즈 박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처음 바에서 만난 유부남을 유혹하고, 도덕성 연구에 참여했던 여성들에게 무료 메이크업을 지시받고, 미술관에서 특정 남성에게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수치와 모욕을 경험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박사의 지시사항들이 앞뒤 맥락없이 수상하다. 제시카에게 일어난 일련의 모든 일들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지만, 박사와의 비밀 유지 원칙을 깨고 싶지 않다. 또다시 실즈 박사로부터 특정 미션을 지령받고, 이제 더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도덕성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실생활 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이 야심찬 실험이 제시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젊은 여성만을 먹잇감으로 삼는 실즈 박사의 민낯, 박사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인 실즈 박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걸까? 무엇을 위해 이토록 감정적 소모와 막대한 돈을 소비했던 걸까?




실즈 박사는 처음부터 제시카와 자신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 살아온 배경은 달라도 두사람 모두 그들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비극적 결말을 맺은 여동생을 두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둘의 의도나 마음가짐은 달랐다. 실즈 박사는 여동생의 죽음에 만족했으며, 제시카는 여동생의 뇌손상에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렸다.실즈 박사는 과거 20년 전 동생의 죽음, 5번 피험자의 죽음을 모두 자신의 물리적 참여가 아닌 윤리적 타락의 결과로 돌렸다. 실즈 박사와는 관계를 끝내고 싶어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끝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멀리하는 낌새가 느껴지자마자 제시카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남자친구로부터 이별까지 통보받는다. 이 심리전은 처음부터 실즈 박사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출발했다. 정직을 약속한 사람은 제시카이지 설문조사를 지시한 실즈 박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비밀을 캐내고 그 비밀을 칼처럼 휘둘러 절망감에 빠뜨리는 것이 실즈 박사의 목적이었다. 일축하자면, 이 모든 일이 병적인 집착과 미친 사랑 때문이다.

익명의 소녀, 그리어 헨드릭스, 세라 페카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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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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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기괴하고도 끔찍한 범죄,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한다. 그것은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헌데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일 때가 종종 있다. 1994년부터 독일 베를린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저자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25년 동안의 2500여 건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12가지 실화를 그의 의뢰인이자 범지자들의 삶을 소설처럼 이 책을 통해 풀어냈다. 독일 아마존 종합 50주 연속 베스트셀러. 누적 판매량 100만 부 이상을 찍은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범죄자들의 인생을 통해 변호의 이유를 설명했다면, 이 책은 법이 내리는 처벌과 형벌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기준은, 선과 악의 경계선이 아니다. 일체의 감정이 배제된 오로지 법리적 판결로 증명된 사실에 의거한다. 법은 증거를 통해 유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며, 윤리적 잣대로 피의자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의자의 범죄를 그 무게에 따라 형량을 판단하며,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본다. 살아온 과정 속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지 살펴본다. 공정한 정의 구현을 위해 세워진 법의 판단이, 실상은 허구였음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소위 정의를 갉아먹는 합법적 불공정, 사회적 처벌 기준의 한계 속에서 법은 작동한다. 그래서 법은 정의의 또다른 이름이 될 수 없음이다.

story1. 거부당한 배심원 : 배심원의 해임(대한민국 굼민참여재판법 제 32조 1항)

폭력적인 남편의 증인으로 선 아내, 증인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아서 오열해 버린 배심원은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없는 편파적인 제삼자로 보인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남편은 즉시 풀려났고 곧이어 그는 아내의 머리를 망치로 쳐서 사망시켰다.

story2. 어느 화창한 날 : 증거재판주의(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307조 1항)

전과자인 남편이 갓난 아들을 죽였고 아내가 대신 죗값을 치렀다. 석방된 아내는, 안테나를 달기 위해 남편이 불안정하게 서 있는 4층 높이의 의자를 걷어찼고, 남편은 사망했다. 법의학적 견해로 타살의 흔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story3. 증거 : 무죄추정의 원칙(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

경찰이 살인 사건이라 단정했으나 증거물 채택을 새롭게 해석한 채권추심원의 도움으로 인생의 벼랑 끝에 있던 변호사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story4. 리디아 : 정당방위(대한민국 형법 제21조 1항)

리디아라는 이름의 인형을 사랑한 남성이 자신의 인형을 훼손한 이웃집 남자를 구타해서 치명타를 입혔다. 정당방위는 공격을 받는 순간 인정되므로 시간이 흐른 뒤에 저지른 범행은 정당방위권을 행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story5. 이웃

아내와 사별한 남자는 홀로 4년을 지내다가 바람기 많은 이웃집 여자에게 매혹된다. 자동차 수리를 하고 있던 이웃집 여자의 남편은, 남자의 체중이 자동차 위에 실리면서 질식사한다. 경찰은 사건을 사고로 처리했고, 남자는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다.

story6. 작은 남자 : 일사부재리 원칙(대한민국 헌법 제13조 1항)

키작은 남자가 술을 마신 직후, 우연히 마약을 발견하곤 도주하다 사고가 났다. 음주 운전을 한 목적이 마약을 운반하는 데 있었으며, 이미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았으므로 법은 마약 범죄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법은 한 사람이 같은 행위로 두 번 처벌받는 것을 금지한다.'

story7. 변호인 : 변호사 윤리장전 119조

가난한 나라의 어린 여성들에게 직업을 주겠다고 속이고, 매춘을 강요한 고위층 우두머리가 재판에 섰다. 그러나 유일한 증인은살해되어 쓰레기장에 버려졌고, 다른 증거들은 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며, 피고는 무죄 방면됐다. 재판을 맡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서 혐오를 느끼고 사임을 표했으나 거절당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

story8. 구원 : 기소편의주의(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247조)

아내의 출산 장면을 본 직후,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던 남편은 변태성욕자가 됐다. 그것을 이용한 아내는 그의 머리에 묶인 밧줄을 끌어당겼을 뿐이고, 법은 사고로 처리했다.

story9. 썩은 생선 : 촉법소년(대한민국 소년법 제4조 1항 2호)

초콜릿 바를 먹고 있는 늙고 가난한 맹인을 향해, 열한 살의 아이들은 그의 몸 이곳저곳에 돌을 던졌고, 결국 죽게 했다. 아이들은 기소되지 않았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story10. 진주 목걸이

낯선 여인의 진주 목걸이를 발견한 아내가 계단 끄트머리에 놓아둔 채 출장을 간다. 남편은 그 위로 미끄러지면서 사지가 마비되는 뇌 손상을 입었다. 그녀의 커리어는 흔들림 없이 승승장구했다.

story11. 호수집 :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

조용한 호수집 근처가 관광지가 되면서 남자는 이의를 제기하고 소음의 근거지로 찾아가 낯선 여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용의 선상에 오른 그가 한 혼잣말을 도청했으나 법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story12. 남겨진 자의 고통 : 범죄피해자보호법 제2조 1항

모든 것이 완벽했던 단짝 친구에게, 딱 한 가지 못가진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였다. 아름다운 아내는 그것으로 절망했고 부부의 인생은 황폐해졌다. 더이상 함께할 자신이 없다고 남편이 얘기하자 아내는 황급히 뛰쳐나갔고 두개골이 깨져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이후 죄책감을 느낀 남편은, 스스로를 망가뜨렸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범죄피해자는 범죄피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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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고전인가 - 서양고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네빌 몰리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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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고전인가』는 고전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며, 고전을 통해 우리 시대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정치까지를 아우르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고전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각 시대와 힘의 관계를 들려주기도 한다. 막강한 교회의 힘으로 라틴어는 학문과 법 분야에서 전 유럽에 걸쳐 사용되는 언어였고, 그 결과 고전은 과거 모든 교육의 기초 역할을 했다. 라틴어는 모든 과학적 지적 소통에서 필수적인 매개체였으며 고대 로마의 문헌을 통해 고위층에게 교육되었다. 고전에 담긴 모든 지혜는 지식의 원천으로도 간주되는데 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의학은 갈레노스, 철학은 플라톤, 역사는 헤로도토스로 시작돼 오늘날에까지도 학문 뿐 아니라 정치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전이 부상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전의 권위가 붕괴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여기에서의 고전은, 과거 문헌의 연구를 가능케 하는 기술로 개발되는 실용 학문의 시작이었다. 수많은 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읽기 쉽게 번역한 고전은, 고전어 지식 없이도 고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고전은 귀족 남성 교육의 전유물이었으며, 특히 영국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도 명문대 입학 조건에 고전어 능력이 필수였다. 19세기에 이르러 이탈리아와 독일은, 로마제국의 정복을 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국주의를 정당화한다. 미국 또한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금도 백인 문명이 우월하다는 주장으로 인종차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활용하는 실정이다. 고전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한 결과지만, 이만한 비도덕적인 악용이 따로 있을까 싶다. 성리학을 정치 기반으로 둔 조선 신진사대부의 다른 이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고전의 모순된 방식과 고전 문화의 성취 뒤에는 힘없는 노예와 민초들의 죽음이 있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과거 지식의 유용성과 학문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투키디데스의 글을 제시한다. 언제부턴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루는 논쟁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의미)'은 단골로 등장했다. 작금의 미중무역전쟁은 우리에게도 악재로 통하고 있으며,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 역시 비껴갈 수 없는 문제로 작용한다. 우리가 고전을 배우려는 의도는, 시간의 연속성이 있으며 그러한 규칙성을 밝힌 인물이 투키디데스였다. 그는 인간 본성, 인간 조건 측면에서 규명했고, 국가의 행위, 국제 체제의 속성, 갈등의 기원에서 그 경향을 발견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것에 버금가는 '역사를 잊은 자는 과오를 반복하게 된다'라는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주장이 본문에 재기된다. 우리는 역사 덕분에 불확실성에 빠지지 않고, 역사의 순환을 통한 흥망성쇠 또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지점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단할 수 있는 잣대로 고전을 활용한다면 도움이 되리라.

고전은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성취의 절정이며, 한층 높은 수준의 존재와 이해를 향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p34

과거에 발생한 사건을 통해 우리는 진실하고 믿을 만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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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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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음식의 이름이나 맛, 음식이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 이름이 붙여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인문학적으로 읽는 음식 이야기일뿐이라 생각했는데, 우리들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자본주의는 당연하고 정치권력과 언론까지 국민의 식생활과 의식에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니 각성하고 볼일이다. 저자는 떡볶이와 치킨을 맛이 없다고 5년 내내 외쳤다! 맛있다고 말하는 건 남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나도 맛있다고 하는 '대중의 관성화된 미각'이라 정의한다. 말하자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맛이란 집단 최면으로 자리잡은 종교와 같은 광적인(?) 것으로 보는 듯하다. 생각해 보니, 매일 마시는 별다방 커피도 맛있어서 찾는 것인지, 문명이 가져다 준 이기심의 발로인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잠시 주저하게 된다. 세계 제일인 줄 알았던 김치가 아직도 세계화가 되지 못해 미국 잡지에 광고비를 들여야만 하는 형편인 점이 안타깝다.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에 뜨는 먹방과 쿡방에 대해, 저자는 하드코어의 푸드포르노라 이른다. 포르노는 쾌감이라는 말로 대체되는데 진정한 즐거움이란, 공감이 형성된 진실이어야 할 것이다. 그간 갖고 있었던 음식에 대한 편견, 다소 즉흥적이고도 가벼운 판타지를 거두어들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과거에 '떡볶이'는 가래떡을 고기와 채소 등과 함께 넣고 볶았기에 이름 붙여진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지금의 떡볶이는 떡을 볶지도 않는데 떡볶이라 부르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떡매운탕이나 떡고추장조림이 어울리는 이름일 것이다. 하기사 '닭갈비'에는 닭의 갈비가 없고, '감자탕'에는 감자 한 알 안 들어가도 감자탕이라 불린다. 떡볶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한식 세계화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였고, 외국인의 입맛에 맞춰 매운맛을 없애 파스타처럼 개발되었으며, 한식 세계화 행사에 전시되었다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떡볶이는 1970~80년대 불량식품의 대표였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서민 창업의 인기 아이템이자 프렌차이즈 외식업계에 자리를 잡았다. 2000년부터 우리 정부는 해마다 40만톤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를 중단했고, 정부 창고에 쌀이 쌓였으며 보관 비용도 어마했다. 쌀값은 급락했고, 쌀을 처분할 명분을 떡볶이와 막걸리에서 찾았다. 한식 세계화 예산에 국내 홍보비가 쓰였던 이유가 정부 창고에서 썩어나는 쌀  처리 문제에 있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남아도는 쌀, 북한에나 지원할 노릇이지, 참 못된 심보다!


내 개인적인 기호식품은 아니지만, 평소 한국인들의 치킨 사랑은 굉장하다. 축구 한일전이라도 앞두면 동네 치킨 가게는 온통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치맥이 정답이요, 일상적으로 자주 즐기는 간식이자 주식 대체 음식이기도 하다. 헌데 한국의 치킨이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병아리 수준의 1.5kg 닭으로 튀겨진다니 총 맞은 기분이다. 맛없는 닭 위에, 여러 첨가물의 튀김옷과 기름으로 입혀내는 양념맛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의 닭은 2.7kg이고, 사료를 더 먹여 키우는 데 반해 한국의 닭은 손바닥만한 케이지에서 병들기 전에 잡아야 하는 경제 비용이 이유였다. 


'슬로푸드'는 제조법을 특정한 것이 아닌, 사회 경제적 정치 이데올로기적 용어로, 세계화를 반대하고 지역적 삶을 지향하는 우리네 신토불이와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1984년 GATT체제를 세계화의 기치로 내걸었고 이탈리아에서 시작했으며, 값싼 글로벌 먹거리를 '패스트푸드'로 규정한 정치적인 소신을 갖춘 운동이라 한다. 우리가 이해하는 슬로푸드와는 결이 다르다. 우리는 전통과 건강이 강조된 한식과, 프랜차이즈 죽집까지 슬로푸드로 이해하고 있다. 산업화의 역사를 2세기 동안 추진해온 유럽과 달리 30년만에 압축 성장한 한국의 전통 농업사회는 슬로푸드 할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 번도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살아본 적이 없는 농민들은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밀려난 지 오래고 현재에 와서 그 현상은 더 격화돼 있다. 농민과 더불어 살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1960년대 한국의 양돈산업에 일본 자본이 관여하였다. 일본이 원하는 부위는 안심과 등심이었고, 남은 부위들은 우리 땅에 남아 삼겹살, 돼지갈비, 순대, 족발, 돼지국밥 등의 음식으로 우리 국민들이 맛있게 처리하는 과업을 받았다. 남은 것을 처리하려던 심산에서 시작된 것이, 1990년대 들어 삼겹살 부족 사태를 맞았고, 외국에서 잘 소비되지 않는 삼겹살을 우리는 수입해서 소비했다.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다.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됐을까! 일본불매운동 리스트가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듯, 친일의 추억이 깃든 먹거리 또한 이 땅에 너무나 많이 산재해 있다. 붕어빵과 국화빵 등 빵틀에 반죽을 붓고 팥을 넣는 것이 모두 일본의 개발품이라니! 거기다가 단팥빵과 빙수, 김밥, 어묵, 단무지, 찹쌀떡, 생선회까지. 너무나 자주 접하는 음식들이라 으례 우리네 것인 줄만 알았던 것이 착각이었다. 음식에 이념이 깃들면 안 되겠지만, 알게 된 이상 먹기를 거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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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해법 수학 3-2 (2019년) 초등 우등생 해법 시리즈 (2019년)
최용준.해법수학연구회 지음 / 천재교육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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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한 우등생 수학~
어느새 문제집 전부를 빠짐없이 다 풀었답니다!! ㅋ
자그마한 실수는 했지만..
처음처럼 어려워 한다거나 사소한 실수 없이 
이제는 척척 풀더라고요~ 힛~

 교재의 난이도에 따른 유형이 다양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출제율 높은 개념 학습과 여러 문제 유형을 뽑아낸 점이 놀라웠어요.

 

한 문제라도 더 풀려고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네요~ㅎㅎ

중고등학교 가서도 수포자가 되지 않도록 기초 학습력을 쑥쑥 키워주고 싶어요!! ^^

 

그러려면 우등생 수학만이 해답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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