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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이 책은 네이버 블로그 <인디캣>에서 북레시피 도서협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혼 후 혼자 중학생 딸을 키우는 전직 검사 출신의 현재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 ‘태연’은 어느 날 갑자기 여자 화장실 몰카범의 변호를 맡게 되는데, 그 일을 저지른게 고1, 겨우 만 열여섯인 ‘수완’이였다. 심지어 그는 숨겨진 전적이 있었는데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의 알몸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물론 그 사건은 부모님끼리 합의해서 경찰 조사는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현행범으로 잡혀버려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다. 하지만 수완은 자신의 변호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죄책감이나 반성을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은 ‘실패작’이며 이미 자신의 인생은 망했는데 여기서 더 나빠질게 뭐 있냐는 식의 태도만 보일 뿐이다.
점차 태연이 사건을 파고들면 들수록 그 속에는 미쳐 드러나지 않은 비밀들이 드러나게 된다. 여정의 트로피 그 자체인 의대생 아들 지완. 그리고 사고뭉치에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완. 사랑 속에서 잉태된 지완, 폭력 속에서 씨앗을 맺은 수완.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던 지완과 달리 마음속의 긴 그림자로 드리워진 수완. 두 아이는 빛과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과연, 이 모든 사건의 진범은 누구이며. 수완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사람은 누구일까. 무관심하면서 수완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의심하면서 밖으로만 나도는 아빠? 신경질적이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하면서 지완에게만 애정을 쏟는 엄마? 아니면 자신이 가장 빛나야 하고, 자신의 그늘을 벗어나려 하면 부숴버리려는 형? 과연 누가 수완을 떠밀어 버린 것일까.
이 책보다 부모의 애정에 대해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소년의 몰카 사건으로 인해 ‘촉법소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인가 했다가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다가 ‘신데렐라 이야기의 현실판’인가 ‘산후 우울증’과 같은 이야기인가 하다가도 다시 돌아보면 결국엔 ‘아동학대’라고 해야 할까. 결론은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한 번씩 거론하는 ‘사회 풍자 소설’이라고 보는 것 맞다.
주된 이야기는 수완과 지완의 가정이다. 의사인 남편과 전문대 간호대학 출신의 아내. 누가 봐도 현실판 신데렐라 이야기였으나, 그들의 결혼생활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속도위반으로 잉태된 지완. 고된 시집살이와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었지만, 여정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남편의 외도였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정서적인 외도를 저지르지만 발각된 그 날 밤에 갖게 된 폭력으로 잉태된 수완. 심지어 남편은 그런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맞는지 의심만 할 뿐, 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계속되는 외도와 눈에 보이는 차별. 게다가 자신의 눈부신 골든 보이일 줄 알았던 지완 마저 그녀를 배신해 버리고 말았다.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지완을 향한 애정이 수완을 향한 애정보다 강하다는 것을 그녀는 깨닫고야 말았다. 그것이 결국 한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책 자체는 정말 흥미진진한 소재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다. 미혼모, 몰카범, 소년범죄,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즘, 불륜, 학대 등. 겉으로 보이기엔 완벽한 수완의 집. 병원장인 아버지, 전업 주부인 어머니, 의대생은 형까지. 수완을 둘러싼 외적인 환경은 타인이 보기엔 쟤 혼자 모난 돌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속은 비틀리고 뒤틀렸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유일한 정상인은 수완 하나 밖에는 없다. 과연 이 이야기가 끝난 뒤의 지완과 여정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리고 수완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들꽃이 되었을까. 그나마 위안이라면 재희와 해준의 이야기는 나름의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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