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바운드 하트
클라이브 바커 지음, 강동혁 옮김 / 고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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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아마도 강렬한 표지가 아닐까 싶다. 알라딘 북펀드에서 마감이 채 하루도 남지 않은 날에 하필 그 배너를 봐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상자’, ‘쾌락’, ‘사냥’ 그리고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등장인물은 ‘프랭크’, ‘줄리아’, ‘로리’ 그리고 ‘커스티’가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잘한 엑스트라들도 등장하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끝없는 쾌락을 위해서 프랭크가 ‘르마샹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에서 시작한다. 그 상자로 인해 균열이 발생하여 ‘세노바이트’들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프랭크는 계약에 있어서 더욱 신중했어야함이 옳다. 과연 그들이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관점에서의 쾌락을 선사할지 말이다. 그 후에 그가 사라지고 줄리아와 로리가 신혼집으로 프랭크가 살았던 집이자 로리의 소유가 된 집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옛 소설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가족구성원 중에 꼭 하나는 ‘인간 말종’에 가깝다는 것이나 다른 하나는 꼭 ‘불륜’을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줄리아는 결혼을 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남편이 될 로리의 친형인 프랭크와 ‘열락’을 꽃피워 버리고 말았다. 그 일 후에 그녀가 로리와 결혼을 했음에도 그를 속으로는 업신여기고 있음은 마치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묘사되나 이는 확실히 ‘죄인’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프랭크가 줄리아를 진정으로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그저 쾌락의 수단이자 자신의 ‘탈출’을 위해 이용했을 뿐이였다. 로리는 그저 줄리아를 사랑한 남자였으나 그가 확실히 여자 보는 눈이 좋지 못했음이 드러날 뿐이였다. 가엾은 로리.

이 책에서 반전이 있다면 아마도 커스티이지 않을까. 로리를 사랑했기에 줄리아를 질투했던 커스티. 로리가 줄리아의 일로 도와달라고 부르자 바로 달려온 그녀. 줄리아가 로리를 두고 혹시 바람을 피우는지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감시까지 하던 와중에 의도치 않은 사고로 ‘상자’에 대한 비밀과 프랭크와 줄리아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녀마저 세노바이트의 ‘제물’이 될 뻔하고, 누가 봐도 ‘로리’인데 그를 구별해 결국 프랭크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게 함으로써 끝내는 살아남는. 그러면서도 ‘로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게 해주는 퍼즐이 나타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지만 결단코 절망에는 빠지지 않는 그녀를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이 꽤 예전에 쓰였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생각보다 글자도 많이 크고 심지어 글자들의 배열 또한 지금 현시대의 책과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아주 옛날에 보던 ‘고전’느낌 이랄까. 하지만 그렇기에 그러한 점에서 오는 ‘향수’도 있다.

책 자체를 두고 보자면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다. 나같은 쫄보도 볼 수 있으니까. 글의 소재 자체는 흥미진진하다. 상자를 하나 열어버려 그로 인해 끝없는 고문을 당하게 되고, 신체를 재구성하기 위해서 ‘피’와 ‘육신’이 필요한데 그걸 들어주는 ‘동생의 부인’이라니. 심지어 그녀의 그 희생물들을 사냥하는 방식 또한 사연 있는 여자인 척 홀로 펍에서 사냥감을 물색하다가 집으로 끌어들여 방심한 순간을 틈타 급습하는 것이라니.

물론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글자가 너무 거슬린다.
글자의 크기뿐만 아니라 배열도 그렇다. 중앙 정렬에 많은 여백을 허용한다니.
게다가 줄리아도 생각보다 너무 빨리 제거되었달지 아니면 ‘엔지니어’를 등장시키기 위한 초석으로 쓰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점들이 아쉽달까. 물론 그런 면에서 커스티가 더 기를 쓰고 프랭크에게서 벗어나려 했겠지만. 그리고 당연하게 이 책의 미스터리의 핵심이자 불가사이의 주역인 ‘세노바이트’들의 등장이 너무너무너무 적다. 분명히 이 책이 연작소설도 아니고 후속작이나 프리퀄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세노바이트에 대한 명시나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너무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 이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재미’가 아닐까. 등장인물이 적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내면 또한 바로바로 드러내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복선의 회수나 대사에서 그의 정체성 드러내는 것(“아빠처럼 안아줄게”_186,229,237p) 그리고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절정에서 결말에 이르기까지가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했기에 내놓는 한탄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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