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 나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언어의 심리학
가바사와 시온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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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아날로그 라디오의 주파수 다이얼처럼 선택할 수 있다면? 혹은 볼륨 노브를 돌려서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통제할 수 있는 내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의 정신과 의사답게 저자 가바사와 시온은 10으로 극단의 선택밖에 할 수 없는 디지털시대에 이전 시대의 테크놀로지인 아날로그식 접근법을 제안한다. 10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숫자가 분포되어있다. 0.1 0.2 0.3....처럼 양극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줄이거나 혹은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날로그 방식의 장점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날로그 형식의 시스템이지 디지털 형식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또한 그것이 타인의 것이고 타인의 존재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고민은 '해소'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의 마음과 대응이 '해소'의 주된 방법인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인 언어화의 표현도 무의식에 짓눌려 있던 고민의 씨앗들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 올려서 면밀히 살펴보는 메타인지의 한 갈레라고 할 수 있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을 자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여 고칠 길을 물어봐야 좋은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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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태도 사이
유정임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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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8,90년대 엄청난 인기였던 라디오 프로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로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과 글로 어떻게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가 써 준 원고를 탁월한 개그감으로 애청자에게 들려준 DJ 이문세의 지분도 무시 못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30년 이상 방송과 언론에서 말을 하면서 살아온 방송인 유정임과 평소 생활 주변에서 겪었던 생활인 유정임의 말에 대한 생각을 편안하게 들려 준다.

말은 감정과 정보를 담는 그릇이다. 훌륭한 음식이 낡고 투박한 접시에 담겨져 있다면 그걸 받는 사람들은 별로 식욕이 당기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소박한 음식이라도 정갈하고 윤기나는 그릇에 담긴다면 사람들은 적어도 그 음식을 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음식을 전달하는 사람의 자세와 표정이 친절과 미소의 얼굴이라면 그 음식은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비대면의 응대와 인공지능과의 대화, 그리고 문자와 채팅에 익숙해져 사람들과 더 이상 귓속 고막을 울리는 대화의 말소리를 점점 더 듣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더욱 말을 전하는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고도 귀하다.

마지막으로 말하는 사람 유정임의 고급진 대화를 위한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지적 대화는 어렵지 않아요. 매너를 갖추고,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그 예의를 표현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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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 보여주기식 인생을 뛰어넘는 태도
장서우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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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독자에게 자기계발서보다는 자기실현서로 읽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가치관, 인간관계, 성공에 대한 주관론을 펼치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것으로 보이는 심리학 지식을 통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해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은 자기계발에 대한 에세이의 범주를 뛰어 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언젠가 출판계에서 제목으로 독자를 낚아보려는 시도가 꽤 있었다. 이 시대 청년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열망을 위로하는 척, 다가서지만 한껏 부풀어 오른 공갈빵처럼 먹음직스럽긴 하지만 남는게 별로 없는 함량 미달의 에세이 혹은 자기계발서들 말이다. 자신을 숨긴 채 전문적인 심리학 용어와 동서양 고전의 인용으로 청년의 그늘진 마음을 표현하거나 들여다 보긴 어렵다. 꼭지마다 붙어 있는 소제목들은 정말 그럴 듯 하다. 막상 본문을 끝까지 파악하고 나면 너무나 평범한 주장과 결말이라 뭔가 아쉽다. 유튜브 유료결제 컨텐츠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니 짧은 영상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임팩트가 있을 것 같긴 하다. 순화되고 잘 정돈된 문장도 좋고 자료와 인용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술술 읽히긴 하는데 재미가 없다. 애 늙은이같은 시선과 주장이 글맛을 잊게 만든다. 남의 시선에 대한 존재증명이 필요없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이 책의 내용증명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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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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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중간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기념일들이 들어있다. 후쿠시마 사고일, 세계 공정 무역의 날,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 등등, 심지어 1021일은 영국 지렁이협회가 지정한 지렁이의 날이다. 이 날 만큼은 주제일 혹은 기념일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리라. 저자는 기억의 생태계를 우리 주변부터 살피고 있다. 멸종위기의 제비, 나라 잃은 설움이 담긴 개망초, 참나무 숲을 만드는 다람쥐로부터 한반도 최상위 포식자 삵, 12km를 나는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밀렵으로 멸종을 맞이한 코뿔소까지, 우리 시야를 벗어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중인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도 착실하게 전하고자 한다. 저자의 생물에 대한 애정은 집에서 지렁이 키우기, 베란다에 새를 위한 모이대 설치 그리고 철저한 채식생활의 실천 등이 있다. 또한 새들을 위해 전깃줄을 없앤 순천의 흑두루미 이야기, 2차 세계대전중 독일의 포위에도 불구하고 종자를 지켜낸 소련의 바빌로프 연구소 등 생물다양성을 위해 노력한 지역사회와 단체등에 대한 경의도 놓치지 않는다.

환경과 자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사십여 꼭지의 글을 담담하게 읽다보면 문득 전깃불에 붕붕거리는 나방에게도 전보다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 끝으로 꼭지마다 색연필 삽화로 알록달록 그려진 동식물의 모습은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측은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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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 -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곽한영 지음 / 해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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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는 도서실로 개조한 교실이 하나 있었다. 서가는 대여섯개 남짓, 주로 학습만화와 축약본 명작동화들이 엉성하게 꽂혀있었다. 그곳에서 키다리아저씨, 로빈슨 크루소, 셜록 홈즈, 아르센 루팡 등을 읽으며 어둑할 무렵 문닫을 때까지 있었다. 대출이 안되니 마저 읽지 못한 책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처박아 두고 내일을 기약하며 아쉽게 집에 와야 했다. 집으로 오는 길은 누군가의 비밀한 얘기를 엿들은 것처럼 싱숭생숭하고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는 한뼘 자라난 느낌도 있었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들은 힘이 세다. 스펀지같은 감수성은 그 당시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을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한다. 그 무렵 읽었음직한 책들을 추려내어 저자는 작가와 작품의 주변이야기를 덧붙여 더욱 풍성한 추억여행으로 이끈다. 이 책의 카테고리는 청소년에세이로 분류되었지만 오히려 오래된 독자들이 그 당시에 부모와 친구들에게는 느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통한 안온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아할 듯 하다.

옛날 학교 도서실에서 읽었던 정글북을 아이의 잠자리 베갯머리에서 나지막히 읽어주는 젊은 부모들은 모글리와 바루, 바기라가 뛰어 놀던 그 날이 더욱 그리워 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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