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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 -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곽한영 지음 / 해냄 / 2023년 5월
평점 :

초등학교에는 도서실로 개조한 교실이 하나 있었다. 서가는 대여섯개 남짓, 주로 학습만화와 축약본 명작동화들이 엉성하게 꽂혀있었다. 그곳에서 키다리아저씨, 로빈슨 크루소, 셜록 홈즈, 아르센 루팡 등을 읽으며 어둑할 무렵 문닫을 때까지 있었다. 대출이 안되니 마저 읽지 못한 책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처박아 두고 내일을 기약하며 아쉽게 집에 와야 했다. 집으로 오는 길은 누군가의 비밀한 얘기를 엿들은 것처럼 싱숭생숭하고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는 한뼘 자라난 느낌도 있었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들은 힘이 세다. 스펀지같은 감수성은 그 당시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을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한다. 그 무렵 읽었음직한 책들을 추려내어 저자는 작가와 작품의 주변이야기를 덧붙여 더욱 풍성한 추억여행으로 이끈다. 이 책의 카테고리는 청소년에세이로 분류되었지만 오히려 오래된 독자들이 그 당시에 부모와 친구들에게는 느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통한 안온함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아할 듯 하다.
옛날 학교 도서실에서 읽었던 정글북을 아이의 잠자리 베갯머리에서 나지막히 읽어주는 젊은 부모들은 모글리와 바루, 바기라가 뛰어 놀던 그 날이 더욱 그리워 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