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 마을에서
사노 히로미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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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자주 들었다. 슬리피 할로우, 이끼, 빌리지.... 또 뭐가 있을까? 나의 영화감상 목록 중에는 공고하게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 속에 들어가 해묵은 비밀을 캐려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그리는 여러 장면들이 파닥파닥 넘어간다.

흔히 일본 사람들은 상냥하고 친절하다고 말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고 공공질서에 대한 준법정신이 대단하다고도 한다. 심지어 그런 성향을 우리도 배우고 실천해야 하지 않냐고 혹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저 성향이니 국민성이니 말한다면 이 소설은 팔할 정도는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고급주택가에서 배타적이고 획일적인 성을 쌓고 사는 마을 사람들은 내부의 문제를 마을사람들 다수의 돌팔매로 쓰러뜨리고 매장시켜 버린다. 외부자에게는 웃는 얼굴을 하지만 감시와 독선은 커튼 뒤에 숨긴 채 어두운 밤에 외부자들을 쏘아 보고 있는 것이다. 두 개의 서사가 진행되면서 십여년전 마을의 숨겨진 이야기와 현재 마을을 둘러싼 소문과 사실을 파헤치는 탐정 소설의 외양을 갖췄다. 이야기는 소금이 덜 들어간 설렁탕처럼 담백하긴 한데 좀 싱겁기도 하고 마지막 끝맛을 숟가락 들 때 부터 아는 기분이라, 이럴때는 빨간 깍두기 국물 좀 넣고 대파도 송송 썰어 넣어서 매운 맛으로 먹어야 제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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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도 쏙 빠지는 초간단 키토 레시피 -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저탄수 다이어트 요리
이영훈.최선미(메이) 지음 / 만개의레시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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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요리책이다. 평범하지만 맛보다는 건강한 몸을 위한 요리가 대부분이다. 키토는 '키토시스' 상태를 줄인 말로 지방을 분해할 때 케톤이 생성되는 데, 이 케톤을 몸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키토시스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이거나 한 가지 음식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당과 나트륨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리과정이 간단하다. 양념맛으로 범벅이된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초간단이다. 다만 탄수화물을 적게 먹기 위한 노력이므로 다른 영양소는 제한할 필요가 별로 없다. 그래서 잘 먹을 수 있고 건강한 몸이 되므로 살도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3대 영양소다. 어느것 하나 충분하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 그중에서 탄수화물과 지방은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중에서 젊고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탄수화물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고효율에다가 값싼 탄수화물은 최고의 영양소다. 하지만 신체활동이 적은 현대의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탄수화물의 과잉으로 당뇨, 고혈압, 비만 등 여러 질병을 달고 산다. 또한 외식, 배달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은 더욱 중독상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 밥을 하자는 것이다. 이 책에는 고기요리, 국물요리, 밑반찬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집밥메뉴가 가득 있다. 다만 식재료가 조금 다르고 양념이 적게 들어간 건강을 위한 집밥이다. 요리할 때 마다 레시피를 펴 놓고 과정마다 확인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요리는 기본 패턴이 있다. 그 패턴에서 식재료와 양념과 가스불의 조절이 필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책의 매력은 먹으면 살찔 것 같은 음식도 아주 많아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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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 나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언어의 심리학
가바사와 시온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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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아날로그 라디오의 주파수 다이얼처럼 선택할 수 있다면? 혹은 볼륨 노브를 돌려서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통제할 수 있는 내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아날로그의 나라, 일본의 정신과 의사답게 저자 가바사와 시온은 10으로 극단의 선택밖에 할 수 없는 디지털시대에 이전 시대의 테크놀로지인 아날로그식 접근법을 제안한다. 10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숫자가 분포되어있다. 0.1 0.2 0.3....처럼 양극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줄이거나 혹은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날로그 방식의 장점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아날로그 형식의 시스템이지 디지털 형식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민은 '해결'될 수 없다. 또한 그것이 타인의 것이고 타인의 존재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고민은 '해소'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의 마음과 대응이 '해소'의 주된 방법인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인 언어화의 표현도 무의식에 짓눌려 있던 고민의 씨앗들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 올려서 면밀히 살펴보는 메타인지의 한 갈레라고 할 수 있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을 자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여 고칠 길을 물어봐야 좋은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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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태도 사이
유정임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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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8,90년대 엄청난 인기였던 라디오 프로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로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과 글로 어떻게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가 써 준 원고를 탁월한 개그감으로 애청자에게 들려준 DJ 이문세의 지분도 무시 못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30년 이상 방송과 언론에서 말을 하면서 살아온 방송인 유정임과 평소 생활 주변에서 겪었던 생활인 유정임의 말에 대한 생각을 편안하게 들려 준다.

말은 감정과 정보를 담는 그릇이다. 훌륭한 음식이 낡고 투박한 접시에 담겨져 있다면 그걸 받는 사람들은 별로 식욕이 당기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소박한 음식이라도 정갈하고 윤기나는 그릇에 담긴다면 사람들은 적어도 그 음식을 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음식을 전달하는 사람의 자세와 표정이 친절과 미소의 얼굴이라면 그 음식은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비대면의 응대와 인공지능과의 대화, 그리고 문자와 채팅에 익숙해져 사람들과 더 이상 귓속 고막을 울리는 대화의 말소리를 점점 더 듣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더욱 말을 전하는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고도 귀하다.

마지막으로 말하는 사람 유정임의 고급진 대화를 위한 처방전은 다음과 같다.

"지적 대화는 어렵지 않아요. 매너를 갖추고,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그 예의를 표현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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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 보여주기식 인생을 뛰어넘는 태도
장서우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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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독자에게 자기계발서보다는 자기실현서로 읽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가치관, 인간관계, 성공에 대한 주관론을 펼치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것으로 보이는 심리학 지식을 통해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해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은 자기계발에 대한 에세이의 범주를 뛰어 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언젠가 출판계에서 제목으로 독자를 낚아보려는 시도가 꽤 있었다. 이 시대 청년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열망을 위로하는 척, 다가서지만 한껏 부풀어 오른 공갈빵처럼 먹음직스럽긴 하지만 남는게 별로 없는 함량 미달의 에세이 혹은 자기계발서들 말이다. 자신을 숨긴 채 전문적인 심리학 용어와 동서양 고전의 인용으로 청년의 그늘진 마음을 표현하거나 들여다 보긴 어렵다. 꼭지마다 붙어 있는 소제목들은 정말 그럴 듯 하다. 막상 본문을 끝까지 파악하고 나면 너무나 평범한 주장과 결말이라 뭔가 아쉽다. 유튜브 유료결제 컨텐츠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니 짧은 영상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임팩트가 있을 것 같긴 하다. 순화되고 잘 정돈된 문장도 좋고 자료와 인용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술술 읽히긴 하는데 재미가 없다. 애 늙은이같은 시선과 주장이 글맛을 잊게 만든다. 남의 시선에 대한 존재증명이 필요없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이 책의 내용증명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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