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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 중간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기념일들이 들어있다. 후쿠시마 사고일, 세계 공정 무역의 날,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 등등, 심지어 10월21일은 영국 지렁이협회가 지정한 지렁이의 날이다. 이 날 만큼은 주제일 혹은 기념일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리라. 저자는 기억의 생태계를 우리 주변부터 살피고 있다. 멸종위기의 제비, 나라 잃은 설움이 담긴 개망초, 참나무 숲을 만드는 다람쥐로부터 한반도 최상위 포식자 삵, 1만 2천 km를 나는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밀렵으로 멸종을 맞이한 코뿔소까지, 우리 시야를 벗어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중인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도 착실하게 전하고자 한다. 저자의 생물에 대한 애정은 집에서 지렁이 키우기, 베란다에 새를 위한 모이대 설치 그리고 철저한 채식생활의 실천 등이 있다. 또한 새들을 위해 전깃줄을 없앤 순천의 흑두루미 이야기, 제2차 세계대전중 독일의 포위에도 불구하고 종자를 지켜낸 소련의 바빌로프 연구소 등 생물다양성을 위해 노력한 지역사회와 단체등에 대한 경의도 놓치지 않는다.
환경과 자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사십여 꼭지의 글을 담담하게 읽다보면 문득 전깃불에 붕붕거리는 나방에게도 전보다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 끝으로 꼭지마다 색연필 삽화로 알록달록 그려진 동식물의 모습은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측은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