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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아직 자신들이 무엇을 할지, 어떤 어른이 될지 모른는 17살의 두 학생, 그들이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었다.
'아름'이는 부모가 17살에 낳은 아이. 모두의 기대감과 행복속에서 태어났지만. . .
아름이에겐 조로증 이라는 병이 있다. 자라기도 전에 늙어버리는 병. 나이는 17살이지만 이미 여든의 몸을 지니게 된 아름이.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옆집의 예순살 할아버지가 유일한 친구인 아름이에게도 한순간 가슴 설레게 하는 사랑이 찾아오지만,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고 상처받고 치유하고.. . .
이 책은 다소 우울할 수 있는 주제를 철없던 아빠와 엄마의 만남과 결혼생활, 집안 이야기와 본인의 태생 이야기를 하며 유쾌하게 잘 넘기고 있다.
늙음이란 어떤 것일까? 이 책 중간에 아름이가, 본인이 출연하게 된 TV프로그램 작가에게 하는말이있다.
병원에서 20대초반의 두 여학생의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한 여학생이 늙은 교수를 좋아했었단다. 어느날 술해 취한 여핵생이 그 교수의 뺨을 만졌는데.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화들짝 놀랐단다. 너무 흐물흐물해서. '늙음'의 '데인것처럼'.....
참 슬픈말이다..'늙음'에 '데이다'....이 구절을 읽는데 울컷. 눈물이 주르르다..
누구나 다 늙게 되는데..각자가 생각하는 늙음이 무엇이길래...그 이후론 그 교수를 남자로 보지 않게 되었다는 그 여학생..
참..씁쓸하다.
p.49~51
나는 얼마 안 남은 이를 드러내며 상긋 웃었다.
"아빠."
"엉?"
"지금 슬퍼요?"
"응."
"나 때문에 그래요?"
"응."
"제가 뭘 해드리면 좋을까요?"
아버지가 멀뚱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뭔가 고민하다 차분하게 답했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땐 반드시 아이처럼 울어라."
"아빠?"
"응?"
"전 이미 아이인걸요."
"그래, 그렇지......."
p.249
그사이, 한 계절이 지나갔다.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 즐겨한 농담, 나눠들은 음악 속에서, 꽃이 지고 나무가 야위어갔다. 그리고 한 계절만 더 지나면 봄이 올 터였다. 그리고 또 여름, 가을..... 그렇게 피웠다 사위어가는 것들의 기운을 먹고, 우리는 자신이 영원히 죽지 않을 거라 자만하게 되는 나이, 그 찰나의 정점 속으로 달려가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