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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슬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6살부터 학교도 그만두고 할머니 약값이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강하고.
할머니만 안계시면 훨훨 날아가게 홀가분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릴줄 알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되는 일 하나도 없고 그나마 생계를 꾸리게 해줬던 배달오토바이도 도난당하고 언제 철거될지도 모를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집에서 죽기로 결심했다. 의식이 오락가락 할 무렵 저승사자같은 세명의 건장한 할머니들에게 들려 어디론가 옮겨지나보다 하며 정신을 놓는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 깜깜한 터널을 지나면 근육질에 힘쎈 할머니들의 마을 구절초리가 있다.
이 마을 토박이 여자들만 근육질로 태어났으며 괴물이라 손가락질하는 외부사람들 때문에 마을은 점점 폐쇄적이 되었고 남자들은 모두 외지로 떠나 할머니들만 살아간다.
어릴적 하고를 버리고 간 엄마 명희. 그녀가 살던 곳 만나다방에서 평생 원망하는 마음만 있던 그녀는 영춘, 원주, 길자 할머니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유쾌한 3인방 할머니들과 실제로 어딘가 존재할것만 같은 마을 구절초리.
이름 없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바다 내음이 나는 마을.
그곳에서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한번도 받아본적 없어 엄마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던 공허한 마음만을 가졌던 아이를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
구절초리 할머니들은 엄마가 하고에게 평생의 미안함을 갚기 위해 보내준 천사들이 아닐까?
어릴적부터 엄마가 없던 하고는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목욕탕이란 곳을 가본적이 없었다.
구절초리 마을에서 난생 처음 목욕탕에 간 날 어쩔줄 모르는 그녀에게 영춘어르신은 가족이 별거냐 맛있는 거 나눠먹고 서로 간섭하고 등 밀어주고 하면 이게 가족이지 엄마 없는게 대수냐며 여기 할매들도 엄마 없은 지 오래라 신경 안 쓴다 우리들은 구절초리 거대가족이다라며 하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힝!! 찡했잖아요~
코믹스런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이었다. 나도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미 실컷 살아버린 인생도 환불이 될까.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나아질 길 없어 보이는, 오히려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망가진 인생을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p25
누군가 쉽게 선의를 건넬 때, 있지도 않은 친분을 강조하며 손을 잡을 때, 그게 바로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른바 ‘동년배‘들은 편한 존재였지만, 동시에 내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람들이기도 했다. p125
너무 많은 걸 품으면, 끝내는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는 거지. 비워서 빈 게 아니라, 가득 채워서 빈 거야. 그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 걸 들이켜는 거야.p130
온통 쓴 것만 삼키는 인생이, 기다린다고 달콤해져? 쓴 건 콱 뱉고, 얼른 단 걸 집어삼켜야지. 그래야 인생도 끈적해지지. 꼭 달고나 녹은 거처럼 놓고 싶지 않아진다고.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