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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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인 무화과(없을 무無, 꽃 화花, 열매 과果)는 꽃이 없이 열매가 맺어진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열매 안의 꽃이 보이지 않는 것 뿐이라고 한다. 


2년전 작가의 전작인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의 기억이 좋았어서 이번 신작 역시 제목과 표지가 맘을 확 끌었다.


거의 대부분의 독서가 한번에 끝나버리는데 이 책은 되돌이표처럼 다시 읽어볼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하는 책이어서 재독이 필요하고 해야겠다.


그런데……… 

아니 에르노가 떠오르는 느낌..

솔직하다못해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글로 써낸다는 일에 대해 감히 난 상상도 못할만큼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작가님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아~ 너무 어렵네요. 그리고 너무 어둡고 아프고 슬프네요.

이 글을 쓰며 곱씹어 낸 지난 사랑의 기억들이 고통만은 아니었기를..


수, 비, 원을 통해 당신은 구원을 얻었나요? 

그들과 보낸 시간은 구원이라기엔 너무 아픈 기억만 더 남은 건 아닌지요?

역설적이게도 그 아픔이 당신을 구원한건가요?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신의 마음은 좀 단단해졌나요? 아니면 아직도 무화과의 무른 속살처럼 조그마한 충격에도 과즙이 흐르나요?


만남과 이별 시간이 흐르고 난 지금 무르던 과육은 추억의 수분이 증발해버린 마른 무화과처럼 좀 단단해졌기를..  


책을 덮으며 작가님이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난 저런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음에..  아무리 수십만자의 글을 읽는다해도 결코 알 수 없는 그 아린 감정들을….


과거는 빚과 같아 청산하지 못하면 내 삶의 부채가 되고, 빛과 같아 잊지 않고 품는다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p40


사랑을 하면 그를 닮는다. 아니, 사랑을 하면 내가 닳는 것이다.p141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이다.그리고 진실한 사랑은 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세계를 수용하는 것이다.p214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가 무화과지. 모두가 꽃이 피지 않는 무화과가 된 거지. 실은 안에서부터 나를 피워 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붉은 욕망과 관계의 실이 엉켜 내 추잡스러운 단면이 완성되는 거지. 우리는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나를 삼켜야 했나. 아니, 나와 엮인 것들을 삼켜야 했나. 나를 오해해야 했나. 저들을 오해해야 했나. 과연 얽히고설킨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있게 했나. 아니면 나를 잊게 했나.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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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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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이 많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에세이 + 미술에세이 작가는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와 결이 맞는 그림이야기를 들려준다. 

날씨에 빗대어 쓰여진 글과 그림은 작가의 내면을 다독이며 치유해주는 동시에 같은 결의 삶을 살아가는 주부이며 엄마로서의 독자인 나에게도 토닥임을 건네주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특히 6장 폭풍 치는 날:더는 버틸 수 없는 순간 단죄하는 두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편

여성의 지위나 자유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덕분에 그림을 배울수 있었으나 작업차 다른 지역으로 떠나며 믿고 맡겼던 아버지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억울함을 고발하고 재판 받는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던 것만큼 큰 상처를 또 받게 된다. 그때 그린 그림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이다.

작가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아픈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르테미시아가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입증한 이야기에 힘입어 자신도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상담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 바람 부는 날:스며드는 우울의 결 마흔의 강을 건너다 이중섭편

이중섭의 그림은 통영과 제주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관람한적이 있었다.

우리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림은 힘이 넘쳐나는 소의 그림이며 그와 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담배포장지 은박지에 그린 그림이다.

마흔의 나이를 넘기지 못하고 요절한 그의 생애를 안타까워하며 그와 반대로 마흔을 무사히 넘긴 작가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야기가 공감됐다.


4장 비 오는 날:몸도 마음도 다 젖어버린 채 끝까지 남는 것 램브란트 판레인편

17세기 네덜란드 대표 바로크 화가인 렘브란트는 자화상을 많이 남긴 화가였다.

<청년 시절의 자화상>속 그는 우울의 극치를 달리는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자신이 그려 놓고도 바라볼때마다 얼마나 우울했을까?


인간에게 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인생에 몇 번 없을 강렬하고도 충만한 감정일 뿐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킨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p131


눈치만 보며 팔다리를 더 세차게 젖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파랑새 이야기처럼 내가 그톨록 찾아 헤매던 것은 결국 내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p167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기’위해서 우리에게는 어쩌면 따듯한 아궁이의 불이 오래도록 필요할지도 모른다.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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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우주
더그 존스턴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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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더그 존스턴의 이력이 참 매력적이다.열 세 권의 소설을 출간했으며 예술 저널리스트로 활동, 작곡가 겸 작사가 앨범을 발매한 밴드 드럼 연주자.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각 같은 종류의 뇌졸증으로 쓰러졌는데 그중 세사람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며 바로 회복 되었다.

헤더 뱅크스 딸아이를 백혈병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후 뇌종양을 앓는 그녀는 주머니에 돌을 가득 넣고 물로 들어가 자살시도를 한다.

레녹스 헌트 보육원 6군데, 위탁가정 두군데를 거치며 자랐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에이바 크로스 선생님인 그녀는 현재 임신중이며 폭력남편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이다.

병원에서 만난 세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고  레녹스가 에이바를 도와주며 헤더까지 함께 그들이 쓰러졌던 해변의 외계생명체와 마주하고 도움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자식을 잃은 중년의 헤더는 레녹스와 에이바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에이바는 도움을 청했던 자신을 구하러 와준 레녹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들은 유사가족이 되어 정부요원과 경찰에게 쫓기며 미지의 존재인 샌디를 도와 모험을 한다.

시작은 샌디를 도우려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아픔을 직시하게 되며 치유도 하는 이야기였다.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이를 볼때면 무엇이 그들을 저토록 끈끈하게 엮어주고 있는 걸까? 하는 물음이 들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세사람이 샌디를 구할 수 있었고 그들도 무사했다.


📍여기서 질문!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가족이 있는 나로서는 샌디를 도와 나서는게 불가할것 같다. ㅠㅠ.. 비겁하다해도 이게 현실


너와 나 사이의 우주에 무엇이 있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어찌 알 수 있을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만난 나, 너, 우리의 연대에 대한 따뜻한 SF소설이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어릴적 외계생명체의 대명사였던 ET가 생각났다.

이번 외계생명체는 외형이 문어. 문어는 세개의 심장과 아홉개의 뇌가 있다는데..

ET와 사람이 소통하는 법은 서로의 검지를 맞대는 건데 샌디라 불리는 외계생명체와 세사람은 촉수를 통해 소통하다 텔레파시로 서로 이어지게 된다.

샌디와 연결되어 미지의 세계를 볼때 물속에서 동족을 만날때 에이바의 출산을 도와줄때는 몽환적이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 좀 이해되지 않는 점은 다른 사람은 그렇다쳐도 임산부인 에이바는 아무리 남편이 뒤쫓고 있는 상황이지만 뱃속의 아이에게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고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샌디를 돕는 여정에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위험천만하게 느껴졌다. 물론 샌디와의 소통으로 뱃속 아기의 무탈함을 알고 있다고는 하나 무모해~


누구도 삶에 대해 모르고, 이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저 바깥에는 신비롭고 불가해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에 비하면 인간의 근심 걱정은 한심하고, 인간 삶은 보잘것 없다.p261


과거를 잊고 살순 없어. 그냥 짊어지고 가는 거지.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해야 해.p293


세 사람은 처음에는 모두 혼자였고 분리되고 고립되어 있었다. 이제 그들은 훨씬 더 큰 존재의 일부가 되었다. 새로운 미래의 아주 작은 세 구성 성분이 된 것이다. 그들은 변했다 더 이상 그냥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무언가였다. 더 나은 다른 존재가 되었다.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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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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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라는 것이 신분을 나타내는 가장 큰 요소라 생각된다. 이야기속 신분을 밝혀내지 못해 A, B등으로 불리우는 많은 사람들중 이 사건의 피해자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이리라. 


인상을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뭉개진 얼굴 양손은 절단되었고, 이빨도 모두 뽑혔으며 머리카락도 난잡하게 잘려져 외견으로는 피해자의 신원파악이 어려운 상태다(지문, 장문, 인상, 치형, 신원 특정 정보 없음)

얼굴 없는 시체로 확인된 야기 다쓰오라는 인물은 흥신소를 하며 의뢰받은 사건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아 여러명의 피해자들을 만들었다. 그들중 누군가가 복수를 한 것일까? 


이야기의 주축인 고뇌하는 형사 히노, 형사라는 직업이 그렇듯 일에 치이는 그는 가정에 소홀하다. 사건을 풀어나가며 가장으로서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형사 히노는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은 아니다. 조용하고 나서지 않지만 조그마한 단서 하나 증언 하나를 허투로 넘기지 않으며 그 조각들을 차곡차곡 맞추어 사건을 해결한다. 

그 과정에 형사로서 아버지로서의 고뇌가 엿보여서 인간미가 더욱 넘쳤다. 


범죄자의 자식으로 낙인 찍혀 평생을 살아갈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지만 감싸 안으려는 자식, 범죄자이지만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 다른 죄까지 뒤집어 쓰려는 자, 자신만 눈감으면 피해자 없이 해결될걸 알지만 형사라는 직업윤리를 저버리지 못해 고뇌하는 자 등 수많은 갈등속에 놓인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탐문수사중 피살자 야기의 단골bar 블러바드의 사장이 나오는데 이 남자 꽤나 묘한 매력을 지닌 남자네~ 매력뿐 아니라 사건의 단서도 제공해준다. {만약 히노를 주축으로 시리즈가 나온다면 블러바드bar를 단골집으로 고충을 털어놓으며 조언도 얻고 사건해결에 도움도 주는 그런 관계로 나와도 재미있을듯..}


흥미로운 사실 하나 족문이란 것에 대한 발견이다. 족문(발바닥 피부 문양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 


차오르기만 하는 인생은 없고, 잃기만 하는 인생도 없으니까p283


얼굴과 이름을 잃은 시신이 되어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어. 우리는 누군가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자격을 부여받은 거야p323


하야토를 구하고 싶다면, 네가 도울 수 있는 건 죄를 은폐하는 일이 아냐. 모든 게 무너진 뒤에 다시 시작하는 일이지.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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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 보디가드
곽선조 지음 / 대영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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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1992년작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이다. We Will Always Love You~배경음악과 더불어 엄청난 흥행을 했던 작품이 떠오른다. 톱가수를 지키는 경호원 거기에 로맨스까지~

그리고 가수 아이유와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경호원 또한 나에겐 보디가드라는 대명사로 박혀있다.


책표지에 떡하니 얼굴을 내보인 저자는 흡사 영화배우 하정우를 닮은듯 했고 보디가드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아닌 코믹함이 뜸뿍 묻어나서 코웃음을 치게 했다.


그는 자신이 겁이 많은 사람이라 한가지 직업과 생활패턴의 변화도 거의 없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처럼(흡사 루저처럼) 말하지만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리라..

우리는 주변의 변화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릴때가 더 많은데,,,

뚝심있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호라는게 육체적으로만 강인해서는 안되고 세심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일이고, 폼생폼사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폼생폼사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그 멋진 폼을 볼수 없었을 것이다. 


닉네임이 ‘생각하는 그림자’라고 한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진심과 진지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자신을 겁쟁이라 펌하하는 듯한 그는 세상 무서운 줄 아시는 분이라 느껴졌다. 무서움을 알아야 대처도 좀 더 신중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Chapter 03 위기의 순간들 중 05.건달과 경호원:종이 한 장 차이  

”아따, 우리는 다리 떨면서 건달하는데, 자네는 허가받은 건달이구만.“ 을 읽으며 사실 뜨끔..

어느 곳이든 음지와 양지가 있듯 양심이나 규범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처럼 자신의 판단으로 옳지 않다 생각이 드는 일은 과감히 이익을 포기하고 철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학계와 실무를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가신다는데 본인이 가진 올곧음을 다른 경호원을 지망하는 이들에게도 들려주는 좋은 기회가 되는 책인것 같다.  

보디가드라는 직업이 주는 신비함을 바사삭 부서지게 하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며 애처로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유쾌함과 더불어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임무를 일로만 대하지 않고 인간미를 바탕으로 두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때면 진지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기회를 보고, 어떤 사람은 장애물만 본다.p45


선택은 언제나 어렵고, 자기 합리화는 어쩌면 그 선택을 감당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내 목소리로 시작되었느냐는 점이다.p86


경호원이 무조건 위협과 맞서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일상 속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보호가 될 수 있다. 지키는 방식은 다르지만, 지켜야 할 마음은 같다.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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