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AI 시대, 다정함이 힘이다
이동엽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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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사람 만나는 게 반갑기보다 피곤할 때가 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순간이 부쩍 느는 것 같더라고요. 친절하게 대했는데 만만하게 보이고, 다정하게 굴었는데 돌아오는 건 피로뿐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는 사람도 생기는데, 그 거리 두는 스스로가 또 마음에 걸리기도 해요. AI 시대에 다정함이라니, 좀 뜬금없다 싶으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책입니다. 이동엽 작가의 "AI 시대, 다정함이 힘이다"는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왜 여전히 사람 때문에 흔들리고, 관계에서 지치는지를 묻는 책이에요. 그리고 그 답으로 다정함의 가치를 꺼내 놓는데, 여기서 말하는 다정함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좋은 사람"의 이미지와는 좀 달라요.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태도, 그게 이 책이 말하는 진짜 다정함이에요. 손바닥만 한 핸드북 사이즈에 두께도 얇아서 읽는 데 부담이 전혀 없었어요. 문장이 짧고 쉬워서 술술 넘어가는데, 가끔 한 문장에서 딱 멈추게 돼요. 버스나 지하철 같은 짧은 이동 시간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라서, 바쁜 직장인에게 잘 맞는 호흡이더라고요. 정독하면서 공부하는 류의 책은 아니에요. "다정함은 이런 거다"를 심리학자와 철학자의 관점에서 여러 방향으로 풀어주는 방식이라 부담 없이 따라가게 돼요.

2장 "다정함이라고 믿어왔던 착각들"에서 가장 오래 멈췄어요. "참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관계 밖으로 밀어낸다. 다정한 사람은 자기 마음도 관계 안에 올려놓는다." 이 두 문장을 읽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해온 게 다정함이 아니라 그냥 참는 거였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다정함과 친절은 같은 말이 아니다"라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친절은 시간이 갈수록 사람을 소모시킨다는 말이, 직장에서 이유 없이 피곤했던 이유를 정확히 짚어주는 느낌이었거든요.

3장에서는 시선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바뀌어요.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는 조심스럽지만, 자신에게는 가혹하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뜨끔했어요. 일이 안 풀리면 상황보다 먼저 나를 탓하고, "왜 이것밖에 못 했어"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게 책임감인 줄 알았거든요. 저자는 그게 반성이 아니라 자기 처벌에 가깝다고 말해요. 노력과 학대는 다르고, 자기를 미워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결국 상황을 바꿀 힘을 빼앗아 간다고요.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 잘못을 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공격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라는 문장에서 오래 머물렀어요. 다정함이라는 단어 하나를 칼 로저스, 아들러, 카를 융, 쇼펜하우어, 니체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같은 주제인데 이렇게 여러 결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좀 신기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5장의 "다정한 사람은 다시 더 빨리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다정함이 약해지는 태도가 아니라, 회복에 쓰는 힘을 아끼는 태도라는 거예요. 넘어진 자신을 적으로 보지 않고 다시 데리고 가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표현이, 요즘 무기력한 저한테 필요한 말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부록이 정말 좋았어요. "다정한 사람들이 쓰는 단단한 말"이라는 제목으로,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장들이 쭉 정리되어 있거든요.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인다",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게", "내 기준에서는 여기까지야" 같은 말들인데,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상대방이 진짜 다정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들이에요. 경계를 세우되 다정한 말, 자기 자신에게 쓰는 다정한 말까지 나뉘어 있어서 일종의 관계 꿀팁 모음 같았어요. 관계에서 오는 피로가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맞추다 지친 분,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는 분, 거리 두는 스스로가 야속한 분. 이 책이 답을 다 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를 줄 수 있을 거예요.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이 문장이 맴돌았어요. 다정함은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라고요. 그 한 문장이 요즘 지쳐 있던 마음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어요.

다정함은 성격이 아니라 선택이고, 그 선택은 결국 나한테서 시작된다. #AI시대다정함이힘이다 #메이트북스 #이동엽 #독서기록 #서평 #북리뷰 #BOOKULOVE #북유럽 #다정함 #인간관계 #자기존중 #관계피로 #마음챙김 #직장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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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진화 -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
아테나 액티피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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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BOOK U LOVE 카페 활동을 하면서 평소라면 손이 안 갔을 책들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데요, 

이번에 만난 《암세포의 진화》(아테나 액티피스 저, 열린책들)가 딱 그런 책이었어요. 

제목만 보면 무겁고 어려울 것 같지만, 부제가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 암 투병 중인 분이 계셔서 암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펼쳐 봤습니다.


읽기 전에는 암에 대한 의학 지식을 나열하는 책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혀 아니었어요. 

아테나 액티피스는 암을 병원이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더라고요.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로 진화한 순간부터 암은 필연적이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데, 

공룡 시대에도 암은 있었대요. 수억 년 전부터 함께해 온 존재라니, 단순히 현대인의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어요. "암은 말 그대로 진화의 실체화다,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진화 그 자체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한참을 멈추고 다시 읽었어요.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속도감 있게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에요. 

중간중간 교과서적인 설명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어요. 

하지만 상황에 대한 비유라든가 암세포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 나올 때면 확실히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2장의 "나쁜 룸메이트" 비유였어요. 할당된 일은 안 하고, 어지른 건 안 치우고, 지적하면 안 듣는 룸메이트. 처음에는 냉장고 음식을 마음대로 먹더니,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빨랫감을 쌓아 두고, 급기야 게으른 친구들을 무한정 초대해서 룸메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요. 

저자는 이걸 B급 영화에 비길 수 있다고 했는데, 읽으면서 진짜 웃음이 나왔어요. 

우리가 누군가한테 "진짜 암적인 존재야"라고 할 때 쓰는 그 표현이 딱 떠오르거든요. 

늘 민폐만 끼치고, 같이 살면서 피곤하고 지치게 만드는 그런 존재. 

비유가 너무 정확해서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비유의 진짜 핵심은 그다음이었어요. "까다로운 룸메이트처럼, 

암은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암과 더 효과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심지어 암을 함께 살아가기 한결 쉬운 병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암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박멸이 아니라 공존이라는 관점.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됐어요.

책에는 다세포 생물이 유지되려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규칙이 나와요. 


통제를 벗어난 분열을 하지 말 것, 위험하면 스스로 파괴할 것, 자원을 공유할 것, 자기 일을 할 것, 

환경을 관리할 것. 저자는 이걸 "다세포성 작전집"이라고 불렀는데, 암세포는 이 규칙을 하나씩 

어기는 존재더라고요. 이렇게 다섯 줄로 정리되니까 암이라는 게 뭔지 훨씬 선명하게 와닿았어요. 

자기 일은 안 하고, 자원은 독차지하고, 친구는 마구 불러들이는 그 나쁜 룸메이트가 결국 이 규칙을 

전부 어기는 셈이었던 거예요.



읽으면서 계속 흥미로웠던 건 치료에 대한 관점이었어요. 보통 암하면 "전쟁"을 떠올리잖아요. 

투병, 싸움, 승리, 패배 같은 단어들이요. 그런데 저자는 그 전쟁 비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요. 

공격적인 고용량 치료가 오히려 저항력 있는 암세포만 살려서 더 강한 암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불사조가 잿더미에서 되살아나듯, 치료에서 살아남은 세포가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는 비유가 머릿속에 계속 남더라고요. 게다가 "공격적 마음가짐으로 암에 접근하는 것은 암 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전쟁 비유가 환자와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부분이라 많이 와닿았어요.


그래서 저자는 그리스 신화의 두 전쟁의 신을 빌려와요. 무차별 공격을 하는 아레스의 방식보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서 최소한의 힘으로 이기는 아테나의 방식이 암 치료에 더 적합하다고요. "(내 이름이 아테나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괄호가 붙어 있어서 웃겼는데, 설득력은 확실했어요.

그래서인지 제6장에서 소개하는 대안적 치료 전략들이 더 흥미롭게 읽혔어요. 암세포에게 가짜 약을 줘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드는 "에르자츠드로그" 전략이 있고, 놀랍게도 베이킹 소다로 종양 주변의 산성 환경을 중성화시켜서 전이를 줄인 실험도 있더라고요. 일상에서 흔히 보는 베이킹 소다가 암 연구에 등장한다니 읽으면서 눈이 커졌어요. 또 암세포끼리 서로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그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정족수 억제제라는 개념도 나와요.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 모이지 못하게 하고, 소통하지 못하게 하고, 헛힘을 쓰게 만드는 전략들. 읽으면서 "이런 발상이 가능하구나" 싶었어요.


우리 몸에는 TP53이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일종의 화재 감지기 역할을 한대요. 암세포가 될 위험이 있는 세포를 찾아내서 경보를 울리는 건데, 문제는 가끔 가짜 경보도 울린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가짜 경보를 감수하더라도 민감하게 유지하는 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는 논리가 화재 감지기 비유로 설명되니까 바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한편으로 암을 막으려는 과잉 반응이 조기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암 억제와 노화가 맞교환 관계라니 생각할수록 아이러니했어요.


책이 꽤 두꺼운 만큼, 한 번에 쭉 읽어 내려가기보다는 관심 가는 챕터부터 골라서 나눠 읽는 게 훨씬 낫더라고요. 저도 전체를 한 번에 읽었다기보다는 궁금한 부분 중심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읽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읽으니까 각 챕터의 내용이 더 또렷하게 남았어요. 지루한 부분을 건너뛰고 비유가 풍부한 부분부터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이에요. 암을 감기처럼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암이라는 주제가 무겁긴 하지만, 이 책은 의외로 담담하게 읽혀요. 

공포를 주기보다는 이해를 도와주는 느낌이랄까요. "암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암은 생명의 기원을 엿보는 창이자 대규모 협력이 치한 문제다. 

다세포성의 본성이자 진화 과정 그 자체다."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읽고 책을 덮었는데, 

암이라는 존재가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이나 지인 중 암 투병 중인 분이 있어 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

"암은 왜 생기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궁금했던 분

의학서보다는 읽기 편한 과학 교양서를 찾는 분

두꺼운 책을 천천히 나눠 읽는 걸 즐기는 분

진화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렌즈로 세상을 보고 싶은 분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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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격차 - 미래를 보는 인문 고전 99선
장은조 지음 / 아이콤마(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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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도 힘들게 읽던 책! 읽다가 다시 서랍에 책장에 들어가던 책! 라면받침대가 되던 두터운 고전문학 

고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솔직히 조금 멀게 느껴지잖아요.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손이 가지 않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이 책은 우선 두께감이 있습니다. 

99권의 고전을 한 권에 담았으니 당연한 건데, 그 두께를 보면서 오히려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많은 고전을 대체 어떤 방식으로 정리했을까 하고요.


장은조 작가의 《고전격차 — 미래를 보는 인문 고전 99선》. (주)아이콤마에서 나온 책이에요. 저자는 오랫동안 고등학교에서 사회 교과와 논술을 가르쳐 오신 분인데, 그래서인지 99권의 고전을 풀어내는 방식이 딱딱하지 않아요. 책은 크게 9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신화에서 철학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기원부터, 좋은 삶의 철학, 권력과 사회계약, 자본의 문명사, 문학, 과학혁명, 역사와 문화, 한국적 사유의 맥락, 그리고 미래의 고전까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고 있어서 목차만 훑어봐도 꽤 흥미롭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간 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파트였어요. 

플라톤과 함께 서양 철학의 두 기둥으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과 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인데요.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참 와닿더라고요. 한 번의 좋은 행동이 아니라 꾸준한 덕의 실천이 진짜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뜻이에요.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참된 우정은 이익이나 쾌락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덕과 인격을 존중하는 관계라고요. 균형 잡힌 삶, 실천적 지혜, 공동체적 책임. 지금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다 보니 이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가 조금은 인색해진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래도 종종 뉴스에서 감동 사연이나 선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아직 작은 희망은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파트도 꽤 흥미로웠어요. 니체는 도덕을 두 가지 계보로 나눕니다. 

하나는 주인 도덕으로, 힘과 권력을 가진 계층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선을 정의한 것. 

다른 하나는 노예 도덕으로, 약자가 억압 속에서 겸손과 순종, 자기 희생을 미덕으로 만든 것이에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니체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건, 인간은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니체에 관련된 책을 따로 읽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사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게 고전격차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기존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라는 메시지가, 40대 후반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꽤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책의 말미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띄었어요. 99선의 마지막 챕터인 '미래의 고전'에 한강 작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이 단순히 오래된 고전만 나열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거든요. 책에서는 한강 작가의 문체에 대해 언어의 미학적 밀도가 높아 서정시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녀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이었다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한 소년과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이고, 《채식주의자》나 《희랍어 시간》 같은 작품들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서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페이지 번호가 일반적인 책들처럼 가장자리 모서리에 있지 않고, 페이지 정중앙에 인쇄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페이지 번호가 없는 줄 알고 잠깐 당황했는데, 자세히 보니 중앙에 있더라고요. 두께감이 있는 책이라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아갈 일이 많은데, 이 부분만 알아두시면 훨씬 수월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는 많은 고전이 있지만, 솔직히 우리는 그걸 다 읽을 시간이 부족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 책은 그런 고전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과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오리지널 고전을 찾아보고 싶은 동기를 만들어 줍니다. 책 머릿말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완독보다는 부분 독서부터 시작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는 능동적인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어려울 수 있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문구와 원하는 페이지부터 읽어보는 것도 이 책에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논어 같은 무거운 고전보다는 좋아하는 작가나 철학자의 이야기부터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고전을 읽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동서양 고전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 권으로 파악하고 싶은 분, 논술이나 인문학 공부의 길잡이가 필요한 학생이나 학부모님, 혹은 시간이 부족한 일상 속에서 고전의 핵심만이라도 접해보고 싶은 분까지. 99권의 고전, 한 번에 다 읽을 필요 없습니다. 오늘 한 권, 마음에 닿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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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리추얼의 기적 -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40일의 변화
박지현 지음 / 프롬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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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추얼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듣잖아요. 모닝 루틴, 미라클 모닝, 저녁 루틴. 머리로는 이해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하루를 주도적으로 시작하면 좋다는 거. 그런데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면 이게 참 어렵습니다. 5분만 더, 10분만 더 자고 싶은 게 평범한 직장인의 솔직한 아침이니까요. 그런 저에게 이 책이 왔어요. 활동하고 있는 독서 카페 'BOOK U LOVE'를 통해 접하게 된 책입니다.



박지현 작가의 《하루 10분 리추얼의 기적》. 프롬북스에서 나온 책이에요. 읽기 전에는 솔직히 걱정이 좀 됐습니다. 리추얼 관련 자기계발서가 워낙 많다 보니, 뻔한 이야기를 또 반복하는 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부담이 없었어요. 마치 강의장에서 강사가 앞에 서서 편하게 설명해 주는 듯한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라, 술술 잘 읽혀 내려가더라고요. 어렵고 무거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옆에서 말 걸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건 하루를 숫자로 쪼개는 부분이었어요. 하루는 24시간, 1,440분, 86,400초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이렇게 쪼개서 보면 하루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순간과 선택이 이어지는 점들의 흐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 수많은 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10분은 아마 눈을 떴을 때 시작하는 10분이 아닐까 싶어요. 아침은 하루를 지휘하고 결정하는 출발점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요. 작가가 말하는 아침 리추얼에 공감이 갔고, 아침에 일어나서 10분에서 15분 정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책에서는 영화 《듄》의 대사도 인용돼요.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가져오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이 대사처럼 나도 나만의 주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나는 아직 젊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다. 나는 뭐든 도전할 수 있다.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지 않게, 스스로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자기 주문을 하나쯤 갖는 것도 꽤 괜찮은 리추얼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을 한 번씩은 겪게 되잖아요. 경제적인 문제든, 직장 문제든, 경조사 문제든, 집안에 환자가 있는 경우든. 책에서는 그런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잠깐 멈추고 나의 감정을 글로 써서 객관적으로 직면해 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정리되더라고요. 책에서 설명해 준 대로 한 번씩 따라해 봤는데, 감정을 추스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됐어요.

세계 3대 소프라노 조수미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샤워 후 바로 머리를 말리고, 맨발로 다니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에 간 적이 3번 정도밖에 없을 정도라고 하니, 그 철저함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그리고 늘 거울 앞에서 나와 대화하는 리추얼을 한다고요. 거창한 게 아니에요. 아침에 세수하면서 거울 속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 밤에 자기 전에 오늘 하루에 대한 감정의 균형을 잡아보는 것.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하루의 결을 바꾸는 거라는 게 이 책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 "모든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문장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되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모두 내 마음 같지 않거든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유연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이 책이 그런 마음의 전환을 한 번 더 짚어준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살짝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어요. 책에서 안부를 묻는 한 문장, 오래된 사람에게 "잘 지내?" 한마디를 건네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살다 보니 여러 가지 경조사를 겪으면서 인간관계도 많이 필터링이 되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연락하지 않고 연락이 오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고, 이제는 그게 익숙해져 버린 시대이다 보니 이 부분은 조금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작은 의식이 큰 하루를 바꾼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잘 전달되는 책이었어요. 불멍, 물멍, 풀멍, 하늘멍. 하루에 한 번 정도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이야기도 좋았고요. 스마트폰 시대에 잠깐이라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침 리추얼, 낮의 리추얼, 저녁 리추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하나에 집중하는 것. 그런 것들이 쌓여서 작년보다 더 나은 올해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매일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분, 리추얼이라는 개념은 알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무겁지 않은 자기계발서를 찾고 있는 분, 일상에 지쳐서 나만의 작은 쉼표가 필요한 분,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을 오랫동안 갖지 못했던 분까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되어주는 책이에요.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 거창할 필요 없이 아침 10분, 자기 전 10분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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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곤충책 - 가장 쉬운 곤충 안내서, 최신 개정판
한영식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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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작년 여름, 퇴근길에 골목 어귀 아스팔트와 인도 사이에서 사슴벌레 한 마리를 만났어요. 

어릴 때 시골에서나 보던 녀석이 도심 한복판에 떡하니 앉아 있길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그날 바로 쿠팡에서 사육 상자와 곤충 젤리를 주문했고, 

그렇게 예상치 못한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겠다 싶어서 가볍게 시작한 건데, 

키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더라고요. 젤리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낮에는 왜 이렇게 안 움직이는지, 밤만 되면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왜 나는 건지. 궁금한 게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한영식 작가의 《쉬운 곤충책》이에요. 올해 3월에 최신 개정판이 새로 나왔더라고요. 

책머리에 보면 많은 사진을 찍어서 766종의 곤충을 계절별, 무리별로 골라 실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실제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말이 실감이 나요. 766종을 골라 실었다는 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진을 찍었다는 뜻일 테니, 한 장 한 장에 들어간 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책 안에 들어있는 깜짝 스티커도 넘 이뻐요^^)

사실상 한 권짜리 곤충 백과사전이나 다름없는 셈이에요.

책을 읽다 보니 사진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대체 누가 찍은 건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네이버에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 봤는데, 강원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곤충생태교육연구소 '한숲'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신 곤충 연구가였어요. 사진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저자가 궁금해지고, 저자를 알게 되니까 책이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순서였습니다.



구성도 꽤 알찬 편이에요. 보통 도감이라 하면 분류별로 쭉 나열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크게 나눠져 있어요. 그 안에서 다시 딱정벌레목, 나비목, 벌목 같은 순서로 정리돼 있고요. 그래서 지금처럼 3월이면 "봄에 만나는 곤충" 파트를 먼저 펼쳐보게 되고, 여름이 오면 또 그 계절 파트를 들춰보게 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꺼내 읽을 이유가 생기는 구조라 꽤 오래 곁에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계절마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책이라는 게, 도감으로서는 정말 좋은 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사진이 정말 좋았어요. 곤충 도감에서 사진 퀄리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암컷과 수컷의 차이, 애벌레 모습, 짝짓기 장면까지 선명하게 담겨 있어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곤충 사진이라고 하면 흐릿하거나 작게 찍힌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확대하지 않아도 곤충의 세밀한 부분까지 또렷하게 보여서 보는 맛이 있었어요.


특히 나비와 나방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게 놀라웠어요. 

사실 나방은 손으로 만지기도 어렵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좀 징그럽잖아요. 

실제로 한 마리 한 마리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책을 통해 이렇게나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여름밤 창문에 부딪히던 나방들이 전부 똑같아 보였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때 그 나방도 다 저마다 이름이 있었겠구나 싶더라고요.


어릴 때 집에 백과사전 한 세트쯤은 꽂혀 있었던 기억이 있으실 거예요. 저희 집에는 곤충에 관한 건 없었거든요. 있었다면 벌레를 무서워하기만 하지 않고 좀 더 가까이 들여다봤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 빈자리를 딱 채워주는 느낌이었어요. 어른인 제가 읽어도 흥미로웠고, 옆에서 같이 들여다보던 아이는 사진 하나하나에 난리가 났습니다. 아이 손에 쥐여주면 혼자서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교육용으로도 이만한 게 없겠다 싶었어요.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아이가 곤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부모님, 

산책이나 캠핑을 좋아하는데 길에서 만나는 곤충이 늘 궁금했던 분, 

곤충 박람회나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아이와 함께 복습할 거리를 찾고 계신 분, 

혹은 저처럼 우연히 곤충을 키우게 되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진 어른까지. 

어렵지 않으면서도 내용이 충실해서 누구든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는 책이에요.


곧 본격적인 봄이 찾아오잖아요. 

이 책 한 권 곁에 두면, 올봄 산책길에 만나는 곤충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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