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격차 - 미래를 보는 인문 고전 99선
장은조 지음 / 아이콤마(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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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도 힘들게 읽던 책! 읽다가 다시 서랍에 책장에 들어가던 책! 라면받침대가 되던 두터운 고전문학 

고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솔직히 조금 멀게 느껴지잖아요.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손이 가지 않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이 책은 우선 두께감이 있습니다. 

99권의 고전을 한 권에 담았으니 당연한 건데, 그 두께를 보면서 오히려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많은 고전을 대체 어떤 방식으로 정리했을까 하고요.


장은조 작가의 《고전격차 — 미래를 보는 인문 고전 99선》. (주)아이콤마에서 나온 책이에요. 저자는 오랫동안 고등학교에서 사회 교과와 논술을 가르쳐 오신 분인데, 그래서인지 99권의 고전을 풀어내는 방식이 딱딱하지 않아요. 책은 크게 9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신화에서 철학으로 이어지는 사유의 기원부터, 좋은 삶의 철학, 권력과 사회계약, 자본의 문명사, 문학, 과학혁명, 역사와 문화, 한국적 사유의 맥락, 그리고 미래의 고전까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고 있어서 목차만 훑어봐도 꽤 흥미롭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간 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파트였어요. 

플라톤과 함께 서양 철학의 두 기둥으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과 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인데요.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참 와닿더라고요. 한 번의 좋은 행동이 아니라 꾸준한 덕의 실천이 진짜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뜻이에요.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참된 우정은 이익이나 쾌락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덕과 인격을 존중하는 관계라고요. 균형 잡힌 삶, 실천적 지혜, 공동체적 책임. 지금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다 보니 이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가 조금은 인색해진 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래도 종종 뉴스에서 감동 사연이나 선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아직 작은 희망은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파트도 꽤 흥미로웠어요. 니체는 도덕을 두 가지 계보로 나눕니다. 

하나는 주인 도덕으로, 힘과 권력을 가진 계층이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선을 정의한 것. 

다른 하나는 노예 도덕으로, 약자가 억압 속에서 겸손과 순종, 자기 희생을 미덕으로 만든 것이에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니체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건, 인간은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니체에 관련된 책을 따로 읽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사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게 고전격차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기존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라는 메시지가, 40대 후반을 살아가는 저에게도 꽤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책의 말미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띄었어요. 99선의 마지막 챕터인 '미래의 고전'에 한강 작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이 단순히 오래된 고전만 나열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거든요. 책에서는 한강 작가의 문체에 대해 언어의 미학적 밀도가 높아 서정시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녀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이었다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한 소년과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이고, 《채식주의자》나 《희랍어 시간》 같은 작품들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서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페이지 번호가 일반적인 책들처럼 가장자리 모서리에 있지 않고, 페이지 정중앙에 인쇄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페이지 번호가 없는 줄 알고 잠깐 당황했는데, 자세히 보니 중앙에 있더라고요. 두께감이 있는 책이라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아갈 일이 많은데, 이 부분만 알아두시면 훨씬 수월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는 많은 고전이 있지만, 솔직히 우리는 그걸 다 읽을 시간이 부족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 책은 그런 고전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과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오리지널 고전을 찾아보고 싶은 동기를 만들어 줍니다. 책 머릿말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완독보다는 부분 독서부터 시작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는 능동적인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어려울 수 있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문구와 원하는 페이지부터 읽어보는 것도 이 책에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논어 같은 무거운 고전보다는 좋아하는 작가나 철학자의 이야기부터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고전을 읽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동서양 고전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 권으로 파악하고 싶은 분, 논술이나 인문학 공부의 길잡이가 필요한 학생이나 학부모님, 혹은 시간이 부족한 일상 속에서 고전의 핵심만이라도 접해보고 싶은 분까지. 99권의 고전, 한 번에 다 읽을 필요 없습니다. 오늘 한 권, 마음에 닿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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