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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AI 시대, 다정함이 힘이다
이동엽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4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사람 만나는 게 반갑기보다 피곤할 때가 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순간이 부쩍 느는 것 같더라고요. 친절하게 대했는데 만만하게 보이고, 다정하게 굴었는데 돌아오는 건 피로뿐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는 사람도 생기는데, 그 거리 두는 스스로가 또 마음에 걸리기도 해요. AI 시대에 다정함이라니, 좀 뜬금없다 싶으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책입니다.
이동엽 작가의 "AI 시대, 다정함이 힘이다"는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왜 여전히 사람 때문에 흔들리고, 관계에서 지치는지를 묻는 책이에요. 그리고 그 답으로 다정함의 가치를 꺼내 놓는데, 여기서 말하는 다정함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좋은 사람"의 이미지와는 좀 달라요.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태도, 그게 이 책이 말하는 진짜 다정함이에요.
손바닥만 한 핸드북 사이즈에 두께도 얇아서 읽는 데 부담이 전혀 없었어요. 문장이 짧고 쉬워서 술술 넘어가는데, 가끔 한 문장에서 딱 멈추게 돼요. 버스나 지하철 같은 짧은 이동 시간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라서, 바쁜 직장인에게 잘 맞는 호흡이더라고요. 정독하면서 공부하는 류의 책은 아니에요. "다정함은 이런 거다"를 심리학자와 철학자의 관점에서 여러 방향으로 풀어주는 방식이라 부담 없이 따라가게 돼요.

2장 "다정함이라고 믿어왔던 착각들"에서 가장 오래 멈췄어요. "참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관계 밖으로 밀어낸다. 다정한 사람은 자기 마음도 관계 안에 올려놓는다." 이 두 문장을 읽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해온 게 다정함이 아니라 그냥 참는 거였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다정함과 친절은 같은 말이 아니다"라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마음에서 나오지 않은 친절은 시간이 갈수록 사람을 소모시킨다는 말이, 직장에서 이유 없이 피곤했던 이유를 정확히 짚어주는 느낌이었거든요.

3장에서는 시선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바뀌어요.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는 조심스럽지만, 자신에게는 가혹하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뜨끔했어요. 일이 안 풀리면 상황보다 먼저 나를 탓하고, "왜 이것밖에 못 했어"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게 책임감인 줄 알았거든요. 저자는 그게 반성이 아니라 자기 처벌에 가깝다고 말해요. 노력과 학대는 다르고, 자기를 미워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결국 상황을 바꿀 힘을 빼앗아 간다고요.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 잘못을 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공격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라는 문장에서 오래 머물렀어요.
다정함이라는 단어 하나를 칼 로저스, 아들러, 카를 융, 쇼펜하우어, 니체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같은 주제인데 이렇게 여러 결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좀 신기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5장의 "다정한 사람은 다시 더 빨리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다정함이 약해지는 태도가 아니라, 회복에 쓰는 힘을 아끼는 태도라는 거예요. 넘어진 자신을 적으로 보지 않고 다시 데리고 가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표현이, 요즘 무기력한 저한테 필요한 말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부록이 정말 좋았어요. "다정한 사람들이 쓰는 단단한 말"이라는 제목으로,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장들이 쭉 정리되어 있거든요.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인다",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게", "내 기준에서는 여기까지야" 같은 말들인데,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상대방이 진짜 다정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들이에요. 경계를 세우되 다정한 말, 자기 자신에게 쓰는 다정한 말까지 나뉘어 있어서 일종의 관계 꿀팁 모음 같았어요.
관계에서 오는 피로가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맞추다 지친 분,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는 분, 거리 두는 스스로가 야속한 분. 이 책이 답을 다 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를 줄 수 있을 거예요.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이 문장이 맴돌았어요. 다정함은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라고요. 그 한 문장이 요즘 지쳐 있던 마음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어요.

다정함은 성격이 아니라 선택이고, 그 선택은 결국 나한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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