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 삶의 태도를 단단하게 만드는 명문장 필사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필사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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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책장 앞에 서면, 두꺼운 책보다는 천천히 한 장씩 넘길 수 있는 책에 손이 먼저 갑니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책이 김한수 작가님의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예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알게 된 책인데, 표지부터가 좀 달랐습니다. 옅은 올리브빛 베이지 바탕에 아치형 창처럼 들어앉은 정원 그림이 있고, 그 안에서 누군가 나무를 돌보거나 풀밭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여요. 서정적이면서 단아하다는 말이 가장 가깝겠다 싶었습니다.


손에 쥐어 보니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인데, 페이지를 넘기는 결이 묵직해요. 종이 색감과 여백이 넉넉해서 ‘빨리 읽으세요’가 아니라 ‘천천히 머무세요’라고 말해주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스타에 올려두고 싶은 감성도 분명 있고, 무엇보다 한 문장씩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을 나란히 두고 따라 쓸 수 있게 제본된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영문으로 옮겨 적고, 다시 한국어로 옮겨 적는 동안 마음이 두 번 가라앉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필사 관련 책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건, 아마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속도도 따라가지 않아도 되어서일 거예요. 메신저 알림이 끊이지 않는 평일을 보내다 보면 제 시간이라는 게 정말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 펜을 들고 한 글자씩 옮겨 적는 일이 작은 힐링이 됩니다.


이 책은 그 시간에 던질 질문을 함께 건네줘요. 표지에 적힌 한 줄에서 작가님은 ‘명문장을 필사하는 일은 문장을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다듬는 질문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되는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필사를 단순한 옮겨 쓰기가 아니라 ‘질문하는 행위’로 다시 정의해 주는 문장이라 오래 머물게 됐어요.


본문에서 가장 마음에 머문 건 21쪽의 평정심 꼭지였습니다. ‘감정은 나의 일부이지 나의 주인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단정하게 놓여 있어요. 회의 자리에서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거나, 퇴근길 운전대에서 갑자기 피로가 쏟아질 때 떠올리고 싶은 말입니다. 같은 챕터 끝에 ‘오늘 나는 어떤 감정에 나를 맡기고 있었는가’라는 자기 점검의 질문이 따라오는데, 그 한 줄이 하루를 되돌아보게 만들더라고요.

51쪽의 꾸준함 꼭지도 직장인의 마음에 가까이 와닿았습니다. ‘삶을 바꾸는 것은 항상 눈에 띄지 않는 쪽이다’라는 문장이요. 일도, 운동도, 관계도 그렇잖아요. 큰 결심 한 번보다 평범한 날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결국 사람을 바꿉니다. 작가님은 ‘한 번의 열정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날들이 나를 만든다’라고 적어두었는데, 마흔 후반에 읽으니 그 말이 더 실감 났어요.


147쪽 ‘늦어도 괜찮다는 허락’ 꼭지에서는 ‘늦음은 실패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박자일 뿐이다’라는 문장에 한참 머물렀습니다. 또래의 승진 소식이 들리고, 후배의 이직 소식이 따라오고, 자녀 친구 엄마들의 교육 정보가 단톡방을 채우는 시기잖아요. 마흔을 넘기면 자꾸 다른 사람의 박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이 페이지 끝의 질문 ‘오늘 나는 누구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었는가’가 묵직하게 남았어요. A. A. 밀른의 문장도 같은 결로 다가왔습니다. ‘강은 알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결국, 언젠가 그곳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곰돌이 푸를 쓴 작가의 문장이라는 점이 책의 따뜻한 정서와 잘 어울렸어요.

201쪽 ‘쉼을 허락하는 태도’ 꼭지는 표시를 해두고 자주 펼쳐 볼 것 같습니다. ‘쉼은 삶을 오래 쓰기 위한 기술이다’라는 문장이 정말 좋았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성실하다’는 평가에 갇혀서 자기 자신을 너무 쉽게 써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그런 시기에 ‘마음이 단단한 사람은 자신을 소모품처럼 쓰지 않는다’는 문장은 위로이자 경고처럼 들렸어요. 쉬는 것에도 허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가님은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했는가’라고 묻습니다.


이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제가 가장 좋았던 건, 작가님이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각 꼭지 끝에 짧은 질문 한 줄을 두고 자리를 비워두는데, 그 빈자리가 결국 독자의 몫입니다. 책 후반의 한 문장이 그 태도를 잘 보여줘요. 135쪽 마무리 한 문장 필사에 적힌, ‘단단한 삶이란 나만 무너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자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다’라는 문장. 단단함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곁의 사람과 함께 만드는 자리라는 정의가,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 남았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앞에서부터 뒤까지 한 번 자연스럽게 훑어봤는데,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놓아두고 하루에 한 장 정도씩 매일 필사해 가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결의 책입니다. 가지고 있는 다른 필사책들과 함께 책상 한켠에 두고 매일 꺼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거창한 다짐 없이도 펜을 드는 일이 그 자체로 작은 의식이 되니까요. ​ 이 책은 특히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먼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자기 시간이 자꾸 미뤄지는 마흔 전후의 직장인들에게요. 거창한 자기계발서 대신, 출근 전 십 분이나 잠들기 전 십 분에 한 문장씩 옮겨 적기에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필사를 시작해 보고 싶은데 어떤 책으로 첫걸음을 떼야 할지 망설이고 계신 분들께도 권하고 싶어요. 영문과 한글이 함께 있고, 여백이 넉넉해서 첫 필사책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

오월의 햇살이 점점 길어지고,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이런 계절에는 단정한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하루에 한 문장씩만 옮겨 적어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펜 끝에서 문장이 천천히 흘러가는 동안, 바쁜 평일에 잠시 미뤄두었던 ‘제 속도’가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곁에 두게 해주는 필사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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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 서른에 다시 읽는 어린 왕자
김진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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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들었을 때, 표지의 노란 하늘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회색 배경 위에 어린 왕자의 모자 실루엣이 떠 있고, 그 위로 ‘Le Petit Prince’라는 글자가 얇게 놓여 있었어요. 북유럽 카페를 통해 이 책을 만났는데, 신청한 이유는 사실 단순해요.

어릴 적에 읽었던 <어린 왕자> 동화책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였거든요. 양과 모자, 장미 한 송이, 여우. 이 정도가 흩어진 조각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출간된 이 책을 통해 이번엔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 서른에 다시 읽는 어린 왕자>는 서울대 불어교육과 김진하 교수님이 오랫동안 프랑스 문학과 <어린 왕자>를 연구한 결과를 풀어낸 책입니다. 1부 ‘어른이 된다는 것’에서 6부 ‘만남과 이별이 가르쳐주는 것’까지, 스물일곱 개의 장면을 따라가며 사랑·관계·가치·고독·시간을 짚어 갑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익숙한 동화의 한 장면이 마흔 후반의 제 일상과 겹쳐 있었어요.

가장 마음에 오래 머문 장은 14장 ‘다섯 번째, 번아웃 점등인’이었습니다. 별이 점점 빠르게 돌아 1분에 한 번씩 가로등을 켜고 꺼야 하는 점등인의 모습이, 야근을 마치고도 다음 날의 회의 자료를 떠올리는 제 모습과 겹쳐 보였어요. 그런데 저자는 그 점등인을 비웃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지만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이 사람 하나뿐이야. 아마도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한 일에 종사하기 때문일 거야.”라는 문장을 길게 풀어내며, 점등인이 가로등을 켜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한 개의 별이 되고 한 송이 꽃이 된다고 말합니다. 154쪽의 “현대의 직장인이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몰두하며 여유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또 다른 점등인을 보는 듯하다.”라는 구절에서는 잠깐 책을 덮었어요. 한참 멍하니 그 문장을 들여다봤습니다.


21장 ‘기꺼이 길들겠다는 말’에서는 ‘길들임(apprivoiser)’이라는 단어를 라틴어 privatus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들여다봅니다. 사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의미, 그러니까 ‘많은 비슷한 존재 가운데 단 하나로 만든다’는 뜻이었어요. 저자는 몽당연필과 헌 구두를 예로 들어 길들임을 설명하는데, 오래 신어서 모양이 발에 맞게 자리 잡은 구두가 차가운 길바닥과 계단을 견디며 주인을 지탱한다는 비유 앞에서 한참 들여다봤어요. 신발장 앞에 놓인 제 낡은 구두가 떠올랐거든요. 209쪽의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길들이는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문장과 212쪽에서 ‘의례’가 없으면 모든 날이 비슷해진다고 말하는 대목은, 주말에 가족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평범한 식사 시간이 왜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길들임은 결국 이별과 짝을 이룬다는 214쪽의 “한번 길들면 진심이 된다. 몸의 행위가 마음의 싹을 틔우는 법이다”라는 문장도 오래 곱씹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에 다다라 6부 결말부에서 저자는 ‘마음의 신비’를 이야기합니다. 어린 왕자가 떠난 뒤, 그 별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모든 별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난다고요. 한 존재를 사랑하던 마음이 인접한 것들로 번지고, 마침내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확장된다는 흐름이 21장의 길들임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302쪽의 “그러나 어른들은 아무도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지 못할 것이다!”라는 문장에서는 살짝 멋쩍은 웃음이 나왔어요. 매일의 보고서와 숫자에 묶여 정작 중요한 것을 흘려보내고 있던 제 모습이 비쳤거든요. 그리고 303쪽의 마지막 문장, <어린 왕자>는 시를 읽듯이 읽어야 한다는 말이 책 한 권을 닫는 손에 잔잔하게 남았습니다. 풍부한 세계를 숫자로 요약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가, KPI 숫자에 익숙해진 저에게는 묘하게 따끔한 문장이었어요.

아쉬운 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장면마다 깊이 풀어내는 만큼 어떤 부분은 학술적인 결이 도드라져서, 가볍게 한두 챕터씩 천천히 읽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숨에 읽기보다는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한 장씩 펼치는 책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두 분에게 특히 권하고 싶어요. 먼저 하루를 점등인처럼 켜고 끄며 살아가는 40대 직장인에게요. 하루하루의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154쪽의 점등인 이야기가 조용한 위로가 되어 줍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 왕자>의 기억이 흐릿해진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동화로 만났던 장면들이 어른의 언어로 다시 번역되는 경험은, 잊고 지냈던 어릴 적 나와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어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 저녁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진 요즘입니다. 퇴근길 가로등 아래를 걸으며 이 책의 점등인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어요. 천천히 읽어 내려갈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한 저녁이 될 것 같아요.



어른이 된 우리에게 <어린 왕자>는 동화가 아니라, 시처럼 천천히 음미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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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 인류학적 오답 연구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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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여러 신간 사이에서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문학 앞에 ‘위험한’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게 호기심 가득하고 매력 있어 보였어요. 표지도 한몫했습니다. 분홍빛이 도는 배경 위에 저울, 뱀, 폭탄, 수갑, 후드를 쓴 형체 같은 아이콘이 흩뿌려져 있고, 그 위로 “인류는 단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다”라는 문장이 박혀 있는데, 음산하면서도 책장을 빨리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저자는 유튜브 채널 ‘다크모드’를 운영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평소 ‘쓸데없지만 살짝 어두운 지식’을 다루는 채널의 색깔이 책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다만 영상보다 호흡이 깁니다. 한 챕터 안에서 사건의 배경, 인물의 결정, 그 결정이 빚어낸 오답까지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문명은 발전의 기록’이라는 평소 생각이 슬쩍 흔들리고 있더라고요.


책은 형벌, 감옥, 완전범죄, 전쟁 무기라는 네 개의 큰 갈래로 묶여 있습니다. 부제가 ‘인류학적 오답 연구’인데, 읽다 보면 이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 챕터의 소제목부터가 ‘절차라는 이름의 면죄부’, ‘비명이 음악이 될 때’, ‘완벽해서 무서운 감옥’ 같은 식이라, 목차만 훑어도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짐작이 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PART 2의 ‘ADX 플로렌스 — 완벽해서 무서운 감옥’ 챕터에 가장 오래 머물렀어요. 미국 콜로라도 고원에 1994년 6천만 달러를 들여 세운 ‘슈퍼맥스’ 교도소 이야기인데, 수용 인원은 490명이지만 한 번도 가득 찬 적이 없고, 두 동은 인원이 줄어 폐쇄됐다고 합니다. 셀 크기는 2.1m × 3.7m, 콘크리트로 만든 침대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 양쪽에는 사람을 묶기 위한 4점 신체구속 장치가 설계 단계부터 내장되어 있다고 해요. 책에서 이 대목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자국 수감자에게 허락한 침대에는, 사람을 묶기 위한 장치가 설계 단계에서 내장되어 있다”라고 적어둔 문장이 한참 떠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음에 박힌 건 규율 부분이었어요. 하루 22시간에서 23시간을 방 안에서 보내고, 한 달에 한 번 행동 심사를 받습니다. 30일을 완벽하게 복종하면 다음 달의 통제가 아주 조금 풀리는데, 29일을 잘 견디고 마지막 하루에 사소한 위반 하나만 있어도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책은 이걸 두고 “시간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완벽한 복종이다”라고 적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회사의 한 해 평가가 떠올랐어요. 1년 내내 잘 굴러가다가 연말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던 어떤 해의 기억, 그리고 그 안에서 ‘잘 적응한 사람’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했는지 같은 것들이요.


ADX는 ‘설계 실패가 아니라 설계가 너무 성공해서 생긴 역설’이라는 책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 사이의 접촉을 전부 차단해 위험을 제어하려 했는데, 그 완벽함 때문에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콘크리트 방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2년에는 11명의 집단소송이 있었으며 2016년 합의로 정신질환 선별 절차가 개선되고 그룹 치료와 자살 방지 프로그램이 도입됐다고 해요. 완벽을 향해 갈수록 사람이 견딜 수 없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점이, 이상하게 일터의 장면들과 겹쳐 보였습니다. 매뉴얼이 촘촘해질수록 정작 사람의 자리는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ART 4의 ‘마지노선 — 지난 전쟁의 완벽한 정답’ 챕터도 같은 결로 읽혔어요. 1차 대전 참호의 교훈을 바탕으로 1930년대 프랑스가 동부 국경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거대한 방어선이지만, 정작 독일군은 그 옆 아르덴 숲을 돌아 진격했고 프랑스는 6주 만에 무너졌다고 합니다. 마지노선은 기술적으로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우회당했을 뿐이에요. 책은 이 대목에서 “마지노선이 남긴 것은 콘크리트였지, 정답이 아니었다”라고 정리합니다. 지난 전쟁의 정답을 다음 전쟁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순간, 완벽할수록 더 완벽하게 실패한다는 이야기였어요.


마흔 후반에 이 챕터를 읽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한때 분명히 통했던 일하는 방식과, 지금도 그게 여전히 정답일 거라 믿고 있던 제 안의 노하우가 떠올랐거든요. 마지노선이 무너진 건 콘크리트가 약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콘크리트 옆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PART 3에서는 1924년 시카고의 ‘레오폴드와 로엡’ 사건이 기억에 남았어요. 명문대 학생 두 명이 ‘완벽한 범죄’를 설계했지만, 현장에 떨어뜨린 한 쌍의 흔치 않은 안경 하나로 모든 게 드러납니다. 그들의 동기는 돈도 원한도 아니었고, 자신들은 절대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었다고 합니다. 책 전체를 떠받치는 문장이 이 챕터에서 한 번 더 분명해졌습니다. 내가 옳다고 가장 확신할 때, 가장 위험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읽으면서 살짝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소재 자체가 강하다 보니 잔혹한 묘사가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잠들기 직전에 펼치기가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제목 그대로 ‘잠 못 드는’ 책이라 어떤 의미에서는 정직한 셈이지만, 식사 직후나 늦은 밤보다는 낮 시간에 읽는 쪽을 권하고 싶었습니다. 또 한 챕터씩 짧고 강렬하게 떨어지는 구성이라 몰입은 좋은데, 몇몇 사건은 조금 더 깊은 배경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욕심도 들었어요.


그래도 다 읽고 나서 남은 감정은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인류가 저질러 온 오답들의 목록인데, 그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완벽하지 못한 것이 인간의 증거’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회사에서 작은 실수 하나에 며칠을 끙끙대던 제 자신에게도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었어요. 인류가 단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다면, 저 한 사람 정도 흔들리는 건 사실 그렇게 큰일도 아닌 거였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분은 두 부류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자극적인 소재나 강렬한 제목에 끌리는 분들, 공포 영화나 액션 장르를 강심장으로 잘 보시는 분들에게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오래된 매뉴얼과 완벽주의 사이에서 조금 지쳐 있는 직장인분들에게도 의외의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완벽이 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잔혹사라는 먼 길을 돌아 들려주는 책이거든요.


요즘 5월의 늦은 저녁은 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베란다 창문을 살짝 열어두면 풀 냄새가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그런 밤에 스탠드 하나 켜고 이 책을 한 챕터씩 끊어 읽다 보면, 바깥은 환한 봄인데 책 속만 깊은 밤 같아요. 그 온도차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완벽을 좇아온 인류의 오답 노트, 그래서 오늘의 나에게도 조용한 위안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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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클릭 쇼크 - 검색의 종말
네오랩스 지음 / PUB.365(삼육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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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들어 네이버 검색창보다 ChatGPT 입력창에 손이 먼저 가는 저를 발견할 때가 많아요. 모르는 단어 하나 찾을 때도 GPT 창부터 켜고, 보고서 초안이 막히면 또 거기에 물어보고 있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네이버 카페 ‘BOOK U LOVE’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로 클릭 쇼크: 검색의 종말>을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실용서 사이즈라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가볍게 펼치기 좋았어요.


책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마음이 잠깐 내려앉았어요. 한 베테랑 마케터가 자기가 공들여 1위에 올려놓은 검색 결과에서 더 이상 사람들이 클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이었거든요. 도서관에서 책장을 뒤져 답을 찾던 시대에서, 똑똑한 비서가 결론만 요약해 건네주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비유가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쌓아온 경험과 자료들이 어느 순간 검색 결과 너머로 밀려나는 기분이 들어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어요.


5장은 회사 회의실에서 그대로 벌어질 법한 장면들이라 자주 멈추게 됐습니다. 임원이 ‘신뢰·인용·전환’이라는 새 KPI를 던지자마자 부서마다 각자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AI에 넣고, 마케팅 보고서와 영업 보고서가 정반대 결론을 내놓는 금요일 오후 풍경. 그 비유가 어찌나 우리 회사 같던지 혼자 피식했어요. 우리 팀에서도 ‘AI 도입했으니 이제 빨라지겠지’ 했다가 오히려 책임 소재가 흐려지고, 누구도 최종 사인을 안 하려 하는 분위기가 떠올랐거든요. ‘쓰기-검증-승인’이라는 단순한 워크플로 제안이 오래 곱씹게 됐어요.


8장에서 재무팀 박상훈 과장이 겪는 혼란은 더 직접적이었어요. 클릭이 사라지니 기존의 성과 측정 도구가 ‘낡은 나침반’이 되어버렸다는 대목이 눈에 박혔습니다. ‘데이터 부채’라는 말도 마음에 남았어요. 예전에 우리 부서에서도 갱신 안 된 옛날 가격표가 그대로 남아 고객 항의를 받은 적이 있어서, 그 대목에선 괜히 뜨끔했습니다. 단순한 IT 이슈가 아니라 회사 신용을 깎아 먹는 ‘악성 부채’라는 표현이 한참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가장 오래 머문 곳은 12장이었습니다. 신예은 사원이 보낸 1초짜리 AI 사과 메일 이야기. 문장은 매끄럽지만 ‘AI 답변 오류 면책 조항’이 하단에 붙어 있어서 고객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는 장면이요. 모두가 정답만 말하는 기계가 되어 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어설퍼도 책임지는 사람을 찾게 된다는 통찰, 그리고 “완벽한 기계는 결코 인간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췄어요. 위기의 순간에 기계 뒤로 숨지 말라는 최강혁 이사의 말도, 결재라인 끝자락에 서 있는 저 같은 직장인에겐 한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책은 두 분께 특히 권하고 싶어요. 저처럼 검색·콘텐츠 쪽에서 오래 일해 온 40대 직장인이라면, 지금 발밑이 흔들리는 느낌을 막연한 불안 대신 구체적인 할 일 목록으로 바꿔 줄 거예요. 그리고 AI 도입을 막 시작했거나 고민 중인 팀장·관리자급 분들께도 권하고 싶어요. 도구를 들이는 일보다 사람들 사이의 약속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현장 드라마 형식이라 부담 없이 읽힙니다.



5월 햇살이 제법 따가워졌어요. 점심 먹고 회사 근처 벤치에 앉아 한 챕터씩 읽기 좋은 두께라, 머리 복잡한 시기에 동료 같은 책 한 권 곁에 둔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펼쳐 보시면 좋겠습니다.


검색이 끝난 자리에서 직장인은 무엇을 다시 붙잡아야 하는지 알려 주는, 담백한 현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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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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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파란색 책 표지에 끌려 이 책을 처음 만났어요. 손바닥보다 살짝 큰 핸드북 사이즈인데, 들어보면 묵직합니다.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 짬에 꺼내 읽기 좋았어요. 작은 판형에 담긴 무게감이, 책 내용과 묘하게 닮아 있었던 것 같아요.


<안부를 전하며>는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를 ‘안부’라는 한 단어로 묶어낸 책입니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았어요. 둘 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정신적 위기를 겪었고, 자기 시대로부터 한 번씩 추방당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었어요. 그들이 보낸 안부의 방향이었습니다.


1장은 헤세가 자비 출판한 자전적 소설 <헤르만 라우셔>를 한국에 처음 소개합니다. 1933년 발터 뵈머의 삽화가 함께 실린 초판본이에요. ‘11월의 밤, 튀빙겐의 어느 기억’에서 23세 청년 헤세는 폭풍이 몰아치는 밤거리를 친구들과 걸으며 빈 술병을 신학교 건물에 던집니다. 오래된 성은 “반쯤 졸고 있는 게으른 짐승”으로, 헐벗은 나무들은 “음울하되 꿋꿋한 노병들의 대열”로 묘사돼요. 사라진 청춘의 자리에 “엄격하고 부지런한 현재가 타오르고 있었다”는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어요. 40대 후반쯤 되면, 누구나 어느 시점부터는 ‘옛날이 되어버린 시절’을 등 뒤에 두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자리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지 가끔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장은 반 고흐가 동생 테오, 누이, 어머니, 고갱에게 보낸 편지들이에요. 물감 살 돈을 부탁하는 문장, 별이 빛나는 밤의 색을 묘사하는 문장이 친필 이미지와 함께 실려 있습니다. 편집자가 헌책방에서 발견한 헤세 서명본 일화도 같은 흐름에서 인상 깊었어요. 헤세의 사인본은 100만 원대, 피츠제럴드의 사인본은 6억 원이라고 합니다. 차이는 단순했어요. 헤세가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해요. “중고 책, 상태 C급, 파손품. 책이 파손품이 된 건, 제가 남긴 안부 때문이었습니다.” “다정했기에 저렴한 서명과 고독했기에 천문학적인 액수가 된 서명.” 이 두 문장이 책 전체를 한 페이지에 압축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책의 진짜 심장은 3장과 4장입니다.


3장 ‘반 고흐를 죽인 안부’는 928통의 편지를 전수 조사해 도출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해요. 동생 테오는 10년간 형의 생활비, 물감값, 식비, 술값까지 전부 부담했습니다. 1890년 1월, 테오에게 아들이 태어나요. 이름도 빈센트였습니다. 그해 7월 22일, 빈센트는 테오로부터 평소와 다른 편지 한 통을 받아요. 8년 동안 편지지 위쪽에 찍혀 있던 양각 로고가 사라진 편지였습니다. 그리고 5일 뒤, 빈센트는 스스로 총을 듭니다. 편집자는 이렇게 적어요. “테오에게 그것은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랑이, 빈센트를 죽였습니다.” 가난이 아니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사랑이 그를 무너뜨렸다는 해석이에요. 글이 아니라 종이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표현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4장 ‘헤르만 헤세를 살린 안부’는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어요. 헤세 또한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중 반전 활동으로 조국에서 배신자로 몰렸고, 첫째 부인 마리아의 정신병, 셋째 아들 마르틴과의 별거, 아버지의 죽음이 한꺼번에 닥쳤어요. 그를 붙잡아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1916년 처음 잡은 붓, 그리고 독자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쓰는 일이었어요. 평생 그가 남긴 편지는 4만 4천 통, 수채화는 3천 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1937년 8월, 헤세는 스물여섯 살이 된 아들 마르틴에게 350프랑을 동봉한 편지를 보내며 “다정하게 잘 맞추마”라고 적어요.


편집자는 두 챕터를 한 문장으로 묶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 안부는 ‘빛’이 되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에게 안부는 ‘숨’이 되었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것, 그 호흡이 62년 동안 멈추지 않았기에, 헤세는 85세까지 살았습니다.” 빛과 숨, 한 글자 차이가 두 사람의 운명을 갈랐다는 거예요. 반 고흐의 안부는 안쪽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 그림에게 타오르는 불꽃이었고, 헤세의 안부는 바깥으로 흘러나가 타인을 지켜주는 불꽃이었던 것 같아요. 헤세가 세상을 떠나고 6년 뒤인 1968년, 아들 마르틴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마지막 한 문장은, 안부의 호흡이 끊긴 자리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후반부 ‘번역에 대하여’와 ‘엮은이의 말’도 인상적이었어요. 편집자는 1900년대 독일어 초판본과 프랑스어판을 직접 대조했고,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해 교차 검토했다고 합니다. 928통 편지의 원본과 사진을 하이픈 하나, 사라진 로고 하나까지 눈으로 검증했다고 해요. “AI가 베토벤을 만들었다면, 저는 건축을 했습니다.”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사람의 시선이 책 곳곳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았어요. 박경리의 <토지>를 고증한 이어령의 정신을 잇겠다는 다짐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책의 핵심 발견은 독일 국제 헤르만 헤세 학회 150주년 기념 저널에 실릴 예정이라고 해요.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안부의 방향’이라는 개념이었어요. 마흔 후반쯤 되면, 안부를 묻는 일에 자기도 모르게 인색해지는 것 같아요. 카톡 한 줄, 이모티콘 하나로 마음을 대신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헤세가 매일같이 답장을 써 내려간 모습은, 성실한 다정함이 한 사람을 실제로 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차분히 보여줬어요. 반대로 반 고흐가 받은 ‘로고 없는 편지’ 한 장은, 사랑이 무거워질 때 가족 안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두 부류의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요. 하나는 저처럼 4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거창한 자기계발서나 처세서에 지친 시점에, 한 사람의 평생을 천천히 따라가며 안부의 무게를 다시 가늠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작은 판형이라 출퇴근 가방에 부담 없이 넣고 다닐 수 있다는 점도 직장인에게 큰 장점이에요. 다른 하나는 가족 안에서 사랑이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분들이에요. 부모를 부양하거나 자녀를 키우면서 ‘내 사랑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건 아닐까’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분들이라면, 3장과 4장이 깊이 와 닿을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결심 같은 건 남지 않아요. 다만 오늘 누군가에게 짧은 안부 한 줄을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조용히 생깁니다. 마침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어요. 카네이션 한 송이와 함께 전한 인사 뒤에, 평소 무뚝뚝하게 지나쳤던 부모님과 가족에게 다시 한 번 안부를 건네보고 싶어졌습니다. ‘잘 지내시죠’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숨 한 모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책이 제게 남긴 가장 따뜻한 선물이에요.



안부의 방향이 한 사람의 삶을 살리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헤세와 반 고흐의 편지로 증명해낸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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