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 삶의 태도를 단단하게 만드는 명문장 필사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필사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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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책장 앞에 서면, 두꺼운 책보다는 천천히 한 장씩 넘길 수 있는 책에 손이 먼저 갑니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책이 김한수 작가님의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예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알게 된 책인데, 표지부터가 좀 달랐습니다. 옅은 올리브빛 베이지 바탕에 아치형 창처럼 들어앉은 정원 그림이 있고, 그 안에서 누군가 나무를 돌보거나 풀밭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여요. 서정적이면서 단아하다는 말이 가장 가깝겠다 싶었습니다.


손에 쥐어 보니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인데, 페이지를 넘기는 결이 묵직해요. 종이 색감과 여백이 넉넉해서 ‘빨리 읽으세요’가 아니라 ‘천천히 머무세요’라고 말해주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스타에 올려두고 싶은 감성도 분명 있고, 무엇보다 한 문장씩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을 나란히 두고 따라 쓸 수 있게 제본된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영문으로 옮겨 적고, 다시 한국어로 옮겨 적는 동안 마음이 두 번 가라앉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필사 관련 책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건, 아마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속도도 따라가지 않아도 되어서일 거예요. 메신저 알림이 끊이지 않는 평일을 보내다 보면 제 시간이라는 게 정말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 펜을 들고 한 글자씩 옮겨 적는 일이 작은 힐링이 됩니다.


이 책은 그 시간에 던질 질문을 함께 건네줘요. 표지에 적힌 한 줄에서 작가님은 ‘명문장을 필사하는 일은 문장을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다듬는 질문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되는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필사를 단순한 옮겨 쓰기가 아니라 ‘질문하는 행위’로 다시 정의해 주는 문장이라 오래 머물게 됐어요.


본문에서 가장 마음에 머문 건 21쪽의 평정심 꼭지였습니다. ‘감정은 나의 일부이지 나의 주인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단정하게 놓여 있어요. 회의 자리에서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거나, 퇴근길 운전대에서 갑자기 피로가 쏟아질 때 떠올리고 싶은 말입니다. 같은 챕터 끝에 ‘오늘 나는 어떤 감정에 나를 맡기고 있었는가’라는 자기 점검의 질문이 따라오는데, 그 한 줄이 하루를 되돌아보게 만들더라고요.

51쪽의 꾸준함 꼭지도 직장인의 마음에 가까이 와닿았습니다. ‘삶을 바꾸는 것은 항상 눈에 띄지 않는 쪽이다’라는 문장이요. 일도, 운동도, 관계도 그렇잖아요. 큰 결심 한 번보다 평범한 날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결국 사람을 바꿉니다. 작가님은 ‘한 번의 열정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날들이 나를 만든다’라고 적어두었는데, 마흔 후반에 읽으니 그 말이 더 실감 났어요.


147쪽 ‘늦어도 괜찮다는 허락’ 꼭지에서는 ‘늦음은 실패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박자일 뿐이다’라는 문장에 한참 머물렀습니다. 또래의 승진 소식이 들리고, 후배의 이직 소식이 따라오고, 자녀 친구 엄마들의 교육 정보가 단톡방을 채우는 시기잖아요. 마흔을 넘기면 자꾸 다른 사람의 박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이 페이지 끝의 질문 ‘오늘 나는 누구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었는가’가 묵직하게 남았어요. A. A. 밀른의 문장도 같은 결로 다가왔습니다. ‘강은 알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결국, 언젠가 그곳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곰돌이 푸를 쓴 작가의 문장이라는 점이 책의 따뜻한 정서와 잘 어울렸어요.

201쪽 ‘쉼을 허락하는 태도’ 꼭지는 표시를 해두고 자주 펼쳐 볼 것 같습니다. ‘쉼은 삶을 오래 쓰기 위한 기술이다’라는 문장이 정말 좋았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성실하다’는 평가에 갇혀서 자기 자신을 너무 쉽게 써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그런 시기에 ‘마음이 단단한 사람은 자신을 소모품처럼 쓰지 않는다’는 문장은 위로이자 경고처럼 들렸어요. 쉬는 것에도 허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가님은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했는가’라고 묻습니다.


이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제가 가장 좋았던 건, 작가님이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각 꼭지 끝에 짧은 질문 한 줄을 두고 자리를 비워두는데, 그 빈자리가 결국 독자의 몫입니다. 책 후반의 한 문장이 그 태도를 잘 보여줘요. 135쪽 마무리 한 문장 필사에 적힌, ‘단단한 삶이란 나만 무너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자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다’라는 문장. 단단함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곁의 사람과 함께 만드는 자리라는 정의가,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 남았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앞에서부터 뒤까지 한 번 자연스럽게 훑어봤는데,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놓아두고 하루에 한 장 정도씩 매일 필사해 가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결의 책입니다. 가지고 있는 다른 필사책들과 함께 책상 한켠에 두고 매일 꺼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거창한 다짐 없이도 펜을 드는 일이 그 자체로 작은 의식이 되니까요. ​ 이 책은 특히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먼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자기 시간이 자꾸 미뤄지는 마흔 전후의 직장인들에게요. 거창한 자기계발서 대신, 출근 전 십 분이나 잠들기 전 십 분에 한 문장씩 옮겨 적기에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필사를 시작해 보고 싶은데 어떤 책으로 첫걸음을 떼야 할지 망설이고 계신 분들께도 권하고 싶어요. 영문과 한글이 함께 있고, 여백이 넉넉해서 첫 필사책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

오월의 햇살이 점점 길어지고, 베란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이런 계절에는 단정한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하루에 한 문장씩만 옮겨 적어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펜 끝에서 문장이 천천히 흘러가는 동안, 바쁜 평일에 잠시 미뤄두었던 ‘제 속도’가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곁에 두게 해주는 필사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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