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우는 고전 12권 - 고전이 가르쳐준 리더의 자기 경영 법칙, 나의 존엄 리더의 서재 1
노진화 지음 / 진성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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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미색 바탕에 세피아 한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표지였습니다. 쌓아 올린 책 더미 위에 혼천의와 지구본이 놓이고, 그 둘레를 궤도선이 돌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강한 색이나 큰 약속 같은 것이 없어서, 오히려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표지였어요. 고서 느낌의 테두리 안에 붓글씨 같은 굵은 제목이 앉아 있는 모양새가 이 책의 태도를 미리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나를 세우는 고전 12권>은 노진화 저자가 카프카부터 스타인벡까지 열두 편의 고전을 오늘의 자기경영 언어로 옮긴 책입니다. 20년간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기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이 곳곳에서 드러나요. 작가와 시대는 필요한 만큼만, 줄거리는 뼈대만 남기고, 곧장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넘어옵니다. 고전 해설서를 기대하고 펼치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습니다.


첫 장이 카프카의 <변신>입니다. 벌레로 변한 아침에 그레고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걱정이 기차를 놓쳤다는 사실이었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저자는 산업화기 유럽의 공장과 기차,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속 톱니바퀴로 시야를 넓혔다가, 다시 소설 안쪽으로 돌아옵니다. 그러고는 소설에서 이런 대목을 끌어옵니다.


"나의 양친 때문에 참고 있으나,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래전에 벌써 그만두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빚이 족쇄가 되어 그만두겠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던 사람의 말입니다. 저자는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씁니다. 그 문장 앞에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이 장에서 오래 남은 건 소외를 정의하는 방식이었어요. 소외의 가장 잔인한 형태는 추방이 아니라 봉인이라는 것.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레고르는 가족의 명단에서 지워지고, 그가 없어도 집안의 일상은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방문 밖이 오히려 분주해진다는 서술이 특히 서늘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화살을 바깥으로만 돌리지 않습니다. 가장 깊은 소외는 내면에 있고, 타인의 잣대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쓸모로만 평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고 못을 박아요. 조직이 사람을 벌레로 만들기 전에 제가 먼저 저를 벌레로 만든다는 문장이 이 장의 마침점입니다. 장 끝에 놓인 '리더의 노트'도 같은 자리를 짚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숫자로 점수 매겨진다고 느끼는 순간 딱 그 숫자만큼만 일하게 되고, 효율로만 사람을 재는 조직이 결국 가장 비효율적이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요. 관리자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이 짧은 박스에서 한 번 멈추게 될 겁니다.


다섯 번째 장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입니다. 1941년에 미국 비자를 받고도 늙은 부모를 두고 갈 수 없어 떠나지 않았다는 한 문단이 이 장 전체의 무게를 지탱합니다. 이듬해 가족과 함께 끌려가 네 곳의 수용소에서 3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부모와 아내와 형을 잃었어요. 수감번호 119104번.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고, 벌거벗은 실존만 남았다고 책은 적습니다.


이 대목을 읽다 보면 앞 장의 그레고르가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쓸모가 다한 자리에서 사람이 어떻게 치워지는지를 두 텍스트가 다른 각도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프랭클이 목격한 것은 붕괴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한 번 지급되는 빵 한 조각을 더 약한 이에게 양보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 굶주린 몸으로 막사 한쪽에서 노래하고 시를 읊던 밤의 기록이 함께 남아 있어요. 저자는 그것을 오락이 아니라 인간임을 확인하는 의식이었다고 읽습니다. 해방 이후에 대한 서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풀려난 생존자들이 먼저 마주한 것은 기쁨이 아니라 환멸이었고, 돌아갈 집에는 가족이 없었으며, 세상은 이제 그만 잊고 살라고 말했다는 것. 세상의 무관심이 가장 잔인한 폭력이었다는 문장이 담담해서 더 아팠어요.


복수하려는 생존자들 앞에서 프랭클이 남긴 말이 이 장의 정점입니다.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견뎌온 것인데, 이제 와서 짐승이 될 수는 없다."


여기 붙은 '리더의 노트'가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한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힘내자는 구호가 아니라,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고 먹고 마시며 옆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저자는 씁니다. 어떤 처방보다 실행하기 어려운 조언이지요.


열 번째 장의 <동물농장>은 결이 또 다릅니다. 저자의 관심은 권력을 쥔 돼지들보다 그 아래 있던 이들에게 가 있어요. 특히 말 복서입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풍차 건설에 매진했고, 다른 동물들이 지쳐 쓰러질 때도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한마디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존재. 그의 좌우명은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였고, 성실함만이 그의 언어였습니다. 그리고 늙어 일할 수 없게 되자 도살장으로 팔려갑니다. 마차에는 도축업자라고 적혀 있었고요. 선전 담당 스퀼러의 발표는 이랬습니다.


"복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


동물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 말을 믿었습니다. 저자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이 대개 불복이 아니라 복종이라고 정리하고, 무지와 냉소와 방관이 결합될 때 권력자가 더 큰 자유를 얻는다고 덧붙여요. 밀그램 실험을 2017년에 폴란드 연구팀이 다시 해봤더니 참가자의 약 90퍼센트가 마지막 단계까지 버튼을 눌렀다는 대목에서는 이 이야기를 옛날이야기로 밀어둘 수 없게 됩니다. 배급 축소를 조정이라 부르고 굶주림을 희생으로 포장하는 언어의 기술을 짚는 부분도 오래 남았습니다. 실패한 결정이 원래 그럴 계획이었다로 고쳐 쓰이고 떠난 사람의 기여가 조용히 지워지는 풍경은, 어느 조직에나 조금씩 있으니까요.


다만 읽으면서 한 군데 걸리는 데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복서를 질문이 없는 인물로 그립니다. 의심이란 없었고 오직 성실함만이 그의 언어였다고요. 그런데 같은 장 안에, 복서가 스노볼은 외양간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다고 말했다가 무시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옵니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한 번은 입 밖에 냈던 셈이지요. 저자가 이 대목을 따로 짚지 않고 지나가는 게 아쉬웠어요. 물음이 아예 없던 사람과, 물었으나 묵살당한 뒤 다시는 묻지 않게 된 사람은 다르니까요. 후자 쪽이라면 그 침묵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물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여백을 남겨두는 게 이 책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남기겠다고 머리말에서부터 밝히고 있으니까요.


책 전체를 놓고 보면 열두 편이 저마다 다른 각도에서 같은 물음을 반복합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서 있는가. 그리고 저자가 내놓는 실마리는 거창하지 않아요.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따져 묻는 힘, 그 한 문장입니다. AI가 판단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금, 판단은 위임할 수 있어도 책임은 위임할 수 없다는 이 책의 문장이 유난히 또렷하게 읽히더군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만났습니다. 서평단 활동을 하다 보면 읽고 덮으면 끝인 도서도 있고, 읽는 속도가 자꾸 느려지는 도서도 있는데 이 한 권은 후자였어요. 각 장 끝의 '사유의 질문' 네 개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함과 성과를 빼고 나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같은 물음 앞에서는 답을 적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팀 단위로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고요. 고전을 처음 펼치는 분에게는 부담 없는 입구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이미 읽은 분이라면 익숙한 인물이 전혀 다른 각도로 서 있는 걸 보게 될 거예요. 무엇보다 요즘 자기 자리가 흔들린다고 느끼는 분들께 조용히 건네고 싶은 도서입니다.


내일이 입추라는데 더위는 아직 한창입니다. 이런 계절에는 두꺼운 책이 잘 넘어가지 않는데, 이 한 권은 장마다 끊어 읽기 좋게 짜여 있어 한 장씩 천천히 읽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독서였어요. 매미 소리가 잦아들 무렵이면 아마 두 번째 권이 나오지 않을까 기다려집니다.


쓸모로 자신을 증명해온 사람에게, 열두 편의 고전이 그 아래에서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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