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
이시다 쇼 지음, 박정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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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

p.18 "진짜 고양이?"
"물론입니다. 효과가 아주 좋아요. 예부터 고양이는 백약의 으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설픈 약보다 고양이가더 잘듣는다는 의미죠."

p.220 고양이는 제멋대로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만, 인간이 훨씬 제멋대로죠.

p.250 도모카는 탱크의 하얀 손을 쥐었다. 앞쪽은 뭉실뭉실한 주먹 같다. 뒤집으면 핑크빛 볼록살. 볼록살에 살짝 손가락을 문질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감촉. 부드럽고, 탄력적인 실리콘. 아니, 젤리 과자 같다.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p.352 지토세를 입양한 날 스다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때, 각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각오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외롭고, 슬퍼서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괴로운 이별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지토세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라진 뒤에도 붙잡고 있었다.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 보내 줘야 한다. 반려인은 항상 떠나보내는 처지다.

방문하는 모두가 한 번에 찾는 법이 없는 교토의 바둑판 같은 길에서 헤매고 헤매다 만나게 되는 고코로 병원에는 어딘가 쌀쌀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 간호사와, 고민을 말하면 말할수록 묘한 의사가 있다.
고코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직장, 성격 등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지만 기존의 다른 병원을 가보았지만 해결을 못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찾은 사람도, 알음알음 건네들어 찾아오게 된 사람도 모든 처방은 딱 하나다.

“고양이를 처방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의사 내 고민을 듣기는 듣는 거야? 보통 병원의 의사들과는 다른 전혀 공감해 주는 태도가 아닌 시니컬하고 무감각한 태도, 간호사의 무뚝뚝한 태도에 얼떨결에 처방받은 고양이와, 관련된 물품을 받고 쫓겨나듯 나오게 된 환자들은 황당함과 곤란함으로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어느새 각자가 처방받은 고양으로부터 약보다 더 빨리 약효가 나타난다.

책에 나오는 고민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해봤을, 겪어봤었을 고민들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고민들은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너무나 괴로워 더 나아가 마음의 병이 신체의 병까지 될 정도로 갉아먹는 경우도 있다.
사실 고양이는 직접적으로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다만 고양이를 데려오고 동봉된 설명서를 읽고 이름을 불러주고, 환경을 조성하고 의식주를 챙기면서 책임감이 생기고,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만 봤을 뿐인데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느새 스며든다.
때때로 가장 쉬운 길인데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들도 고양이를 통해 배우며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너무나 놀랍다.

책에서 고양이를 묘사하는 부분은 고양이를 키우는, 키우지 않는 사람들 모두 상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해서 실제로 집사인 나 역시도 놀랐다.

[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를 번역해 주시는 번역가 박정임 님께서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도 번역하셨는데 그 책도 정말 재밌게 읽었기에 섬세하게 번역한 책을 또 접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영광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고 책이 줄여드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는데 <2권에서 계속>!!!이라는 마지막 멘트가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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