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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플라멩코'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있다. 같은 유럽 중에도 '자유'로 상징되는 나라. 그는 왜 스페인에 가고 싶었고, 광장에서 플라멩코를 추고싶었을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있었다는 말인가? 남자라서? 양육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양육비 한 푼을 안줬고, 그런 마음의 바탕에는 ' 나없이 고생 좀 하고, 나 소중한 거 알아라'는 철없는 마음이라니.
소설 내내 툭하면 화가 올라오는 남훈이 너무 싫었다.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인색하기가 제일 쉬운 법이다. 사태를 이지경으로 만들고 죽을고비 넘겼다고 딸을 찾겠다는 설정이 와닿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은 자고로 자기 그릇만큼만 이해할 수 있다.
34년만의 재회가 너무 쉬웠다. 다행히(?) 오랫만에 만난 딸은 낯선 아빠를 아프게 후벼팠고, 자신의 슬픔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장 솔직했고 가장 뜨거웠다. 처음엔 굳이 뭘 저렇게까지? 라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순간, 아빠가 필요했던 시간에 대한 원망을 떠올리니 너무나 당연했다.
이 소설의 끝에서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될 거라는 띠지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못되게도 남훈이 딸이 자신을 만나주고 여행을 함께했다는 사실로 그간의 무심과 잘못을 쉽게 잊지 말기를, 선아에게도 미안해하고 그리고 부디 건강하게 속죄하며 살기를 바랬다. 굳이 스페인을 끌어다쓴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그저 작가의 취향일수도. 무엇보다 나는 이 소설에서 끝까지 부모보다 자식의 입장이었다는 것, 나는 아직 그정도 사람이라는 자각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