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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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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살결심 #문유석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개인주의자 선언이 벌써 10년이던가. '미스 함무라비'를 재미있게 보았고, 그 이후로 많은 법정물을 보게되었던 것도 같다. 법정드라마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아무래도 공정함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복잡해서 그 결과물 또한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공명정대한 어떤 시스템을 기대하는 것일텐데, 법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그 어느 때보다 법관들의 이름을 꿰고있는 요즘이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직원의 이름을 기억하듯이, 우리는 연일 법관의 이름이 거론되는 뉴스를 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
평생 법관으로 살려했던 문유석 판사가 퇴직을 결심한 이유를 1부에 적고 있는데, 그 이유가 납득이 되면서도 씁쓸하고 화가 났다. 엘리트들의 나이스함을 포함하여 내가 믿었던 것들이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막막함이란 단지 시험 점수가 엉망인 것과는 다른 문제다. 물론 어릴 때부터 책읽기가 좋고 글쓰기가 재밌는 사람이지만, 법관의 일이 여전히 보람있었다면 판사일 하면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책에 적고 있듯이 판사로서 글을 쓰는 마음과 전업작가로서 글을 쓰는 마음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에게도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에는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쓰는 한 인간의 구질함이 있다. 멋지게 그만두고 나왔는데 갈수록 예전이 그리워지는 삶이 있다. 조급하고 주절한 마음을 버티고 견뎌 드디어 정신을 차리겠다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글은 일종의 선언, 출사표처럼 느껴졌다. 나이 50에 시작하는 두번째 인생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담겨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의 균형, 하고싶은 일만 하려면 머스크 정도의 똘끼와 재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아득하다. 개인이 되어 나로 사는데 왕도는 또 없어서 결국 해보고 망해보는 수밖에 없구나. 이왕이면 부지런히.

12월에 새 드라마가 방영되는 모양이다. '사'짜 전문 배우 정경호가 의사, 노무사에 이어 이제 변호사인가보다. 프로보노에 관한 드라마는 종종 있었지만 전직 판사가 이야기하는 법정물의 한끗을 기대하는 겨울의 시작이다.

☘️ 결국 프리랜서로서 두번째 삶을 시작해보고서야 깨달은 첫번째 이치는, 자유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를 제대로 누리려면 스스로를 구속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어려우니까 학교나 직장 같은 조직의 규율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외부의 규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규율이 필요하다. 자유에는 자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의 주인이 되고 싶으면, 스스로 시간에 고삐를 매고 올라타야 한다. 97

☘️ 사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누군가를 화려하게 띄웠다가 비참하게 몰락시키는 일 아닐까. 그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끼는지도. 224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문학동네 #서평단 #책추천 #프로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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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절한 미술책
페런 깁슨 외 지음, 박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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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절한미술책 #페런깁슨 #어멘다렌쇼 #길다윌리엄스

미술관에 가면 뭔가를 느껴보려고 하지만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 난감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귀에 오디오가이드를 꼽고 뭔가를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 똑같아요. 다 몰라요.

비난이 비판보다 쉽고 평론은 창작보다 쉽기 때문에 뭔가를 제대로 알아내기는 얼마나 번거로운지. 정답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 헤매다가 마주하는 내 얼굴에 어떤 즐거움이 있는가. 그게 내 것이 아니어서 나는 그걸 찾아도 망설인다. 이거... 맞나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정답은 니껀데. 내가 발화한 그 이야기가 내 답이라고 외치는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 답을 찾는데는 손품 눈품 발품 밖에는 방법이 없지않나 싶고. 똑똑한 AI가 옆집에 사는 시대에도. 감상까지 기계에게 맡기지 말라고, 맡기고 뭘할 참이냐고 묻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평론가들이 이런 책을 발간하기도 하는 것이구나싶다. 인류애적 관점에서.

사조 이전에 나에게 말을 거는 그림 한 점을 찾는 즐거움을 만끽해야지.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단 #도서제공 #을유문화사 #미술입문서 #곰브리치서양미술사 #시각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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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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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 #공현진

세상이 살기좋은 곳이라고 떠드는 사람은 책만 읽는 바보이거나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절망을 아이스크림 하나와 맞바꾸며 버티고 또 견딘다. 인간은 이상하고 복잡한데 그걸 단순하게 이해하고 싶어서 수시로 인지부조화를 느끼며 우리는 그것을 좌절이라 부른다.

공현진의 소설 8편 속에서 무방비로 나를 만난다. 지금의 내 상황이 특수해서 이 문장이 나에게 와서 박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3인칭인척 다시 읽어도 결국 긁히고 마는 그 문장들에서 반성과 위로가 겹친다. 있는 척 잘난 척 하느라 소진된 마음들이 숨어드는 따뜻한 자리를 만들고 싶다. 어차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멸망할 때 멸망하더라도 '내 그럴줄 알았지'를 견딜 마법의 주문을 오늘은 꼭 찾아내고 싶은 간절함이 피어나는 뜨거운 여름이다.

#도서제공 #서평단 #문학과지성사 #선자씨의기적의공부법 #권능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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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기술과학 - 개정판 Why 플러스 초등과학학습만화 10
아사히 신문 출판사 지음, 히로세 야유무 그림, 고시바 마사토시 감수 / 예림당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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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너무 짱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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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배경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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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자매 #록산판이페런
- 나치의 심장부에서 살리고 사랑하고 살아남다

홀로코스트는 몇 번을 들어도 적응이 안된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취급할 수 있다는게. 독일과 맞닿아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나치와 직접 대면하고 살았던 야니와 린테의 실화는 무겁고 두껍지만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집에 사람 한 명씩은 모두 숨겨주던 사람들의 공포를 무엇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야니와 린테 자매는 그래도 끝까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아니 그랬으니 끝까지 버틸 수 있었으리라. 혼자였다면, 각자 다른 곳으로 수용되었다면 살아갈 의지를 내보지 못했겠지.
수용소와 은신생활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서 '안네의 일기'가 떠오를 때쯤 실제로 린테와 야니 자매는 안네 프랑크 자매를 아우슈비츠에서 만난다. 그래서 기억에서 가물가물한 안네의 마지막을 알게 되기도 했다.
모진 시간이다. 발가벗겨져 머리를 밀리고 운동장을 뛰며 감시자 앞에 살덩이로 놓여질 때 존엄은 가당치않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행운이 필요한 것인지 가늠해본다. 아이히만이 겹쳐지며 인간이 무서워진다. 살가죽이 피와 살로 차는만큼 인격을 갖추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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