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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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의학, 사회와 경제 그리고 권력

미래 가능성의 핵, 난자

28일마다 세계가 흔들리고 전복된다!

 

* * *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여성 상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SF소설이다. 사람들은 현실세계와 더불어 가상세계 '레알월드'를 살아가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이동수단 '비톨'이 상용화 되었다. 미래의 초고도 과학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대명제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에이즈 치료법이 개발되고 질병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듯이 보였던 인류에게 ONS(장기 괴사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이 퍼져나간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새로운 장기를 이식해야만 하는데, 그 주된 재료가 "난자"다. 난자의 가치는 급속도로 상승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레이(송여지)가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방문한 진료센터에서 시작된다.

 

1권 초반부는 지루한 감이 있었다. 인물소개와 동시에 용어설명도 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개가 느려졌다. 새로운 용어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개념이 드러날 때마다 설명을 해야 하는 필연성 때문이겠지만, 좀더 작중에 녹여내서 자연스럽게 전달했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전개를 멈추고, 세계관을 직접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초반부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래도 가독성이 좋아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스피드한 전개와 함께 액션 씬이 자주 나오는데 스릴있다. 초반의 SF적 세계관에 적응하고 나면 속도감있게 페이지를 넘기며 작품에 빠질 수 있다. 레이의 난자를 손에 넣기 위한 여러 집단의 충돌과 모략. 왜 이들이 하필이면 레이의 난자를 획득하기 위해 난리인 걸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다만, 신선하고 흥미로운 배경 속에서 눈에 띄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 주인공 레이(송여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상황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엇보다도 가진 능력이 없어서 활약하지 못한다.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 한가운데 있는... 레이의 직업은 만화나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애니메이터이다.ㅠㅠ- 오히려 조연들이 더 매력적이고, 더 자주 나온다. 주연과 조연의 비중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 인물에 대한 몰입보다는, 의도적으로 상황과 사건을 더 중시한 전개를 한 것 같은데 내겐 이점이 너무 아쉬웠다. 여러 사건에서 벌어지는 장면적 재미도 좋지만.. 그래도 몰입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원탑 주인공이 중심에 있었으면 인상 깊었을 것 같다.

 

책의 결말은 급마무리 된 것 같아 묘한 찝찝함이 남았는데, 에필로그를 보았을 때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마치 공포영화에서 후속작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같은 에필로그..) 후속작이 나와서 좀 더 이야기를 풀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에 급히 정리한 듯한 엔딩이라 어정쩡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영상화하면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는 것. 소설적으로는 내면묘사같은 게 좀 아쉽게 느껴졌지만, 장면적인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서 시각화 했을때 매력이 살아날 것 같다. 수소 연료라던지, EMP(전자기 펄스), 줄기세포 등.. 작중에서 여러 가지 개념이 등장하는데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자료조사를 한 듯싶다.

 

탄탄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상상력 넘치는 설정과 전개였지만, 독자를 휘어잡는 작품적 카리스마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SF의 불모지의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게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국내 SF장르도 사랑받아서 세계에 명성을 날릴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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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생각 Meta-Thinking - 생각 위의 생각
임영익 지음 / 리콘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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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생각, 생각 위의 생각이란 무엇일까? 궁금증에 책을 펼쳤다. 요즘은 무엇보다도 창의력을 중시하니까.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법을 엿보고 싶었다.



첫인상은 '제목과 외관이 전문적이고 딱딱하다'였다. 생각의 비밀을 담고 있고, 책소개에 뇌과학과도 연계된 내용이 나온다고 하기에, 제목처럼 내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웬걸! 책에 컬러 사진이나, 도형, 일러스트가 많이 포함되어 시각적으로 예시를 많이 들어서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책내용 5챕터- '이미지가 곧 생각이다' 편에서도 나오지만 역시 그냥 줄글보단 이미지화 시키는 게 기억에 오래남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또, 그냥 줄글 형식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대화 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자의 입장에서 읽어나가면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면 서로 어려워지기 마련인데, 어려운 내용을 비교적 쉽게 전달한 듯하다.

'이미지', '눈으로 보는 것'의 허점을 설명하면서 이런 예시들을 들어주는데 흥미로웠다. '이미지 수학'의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위 사진과 같은 시각적 함정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안내한다. 도형을 자유자재로 분할하고, 입체적으로 사고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뇌가 자극받아 개발된다고 한다. 책에서 4차원 도형과 위상수학(Topology)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나오는데 흥미가 생긴다. 계산하지 않는 수학이라니 ㅋㅋ 물론 어렵지만.

생각의 기법, 메카니즘, 어떻게 사고 할 것인가? 등등의 메타생각과 관련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기본 프레임(접근하는 관점)은 '수학'을 통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재밌기도 했지만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문과를 거쳐온 내게... 역시 어지러운 수학. 도형을 다루는 것 까지는 재밌게 잘 따라갔지만 후반들어서 각종 문제들이 튀어나오는데ㅠㅠ(마지막 챕터는 통째로 연습문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들과, 뇌를 훈련시키는 방법, 메타생각에 도움이 되는 관찰법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혼자 지속적으로 이 방법을 실천할지는 의문이라는것.(..) 책에서처럼, 일정수준에 다다를때까지 스승님이 옆에서 계속적으로 질의응답하고 훈련성과를 체크해준다면 모를까, 그냥 혼자서 하기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저자는 고1때부터 홀로 이런 방법들을 계발하고 연습했다는데..!)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현대의 지식정보 사회의 대표적인 산물들 앞에서 어째선지 점점더 생각은 단순해지고, 쉬운것만 찾게 되는 것 같다. 검색하기만 하면 즉각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관찰하는 눈을 키우고, 자신의 처음의 생각에 대해, 그 상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생각(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것. 생각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창의성의 기반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다면, '메타생각'을 읽어도 좋을 것같다.



ps. 이미 고정된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책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기존의 생각을 빠르게 변환하여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데 보다 유연한 중고등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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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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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표지가 예뻐서 읽게 되었다. 나무와, 소녀의 뒷모습과, 토끼 인형. 슬픈 느낌이다. 쓸쓸하면서 외로운 방황하는 슬픔.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표지를 잘 뽑은 것 같다. 책의 내용과도 비슷한 느낌이니까.

 

 

일본문학들은 가늘고, 선같으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실같으면서 바늘같은 구석이 있다. 담백하고 가벼운 간결한 문장이 쉽게 읽히면서 감수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가끔 이런 책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처럼 하늘이 우중중하게 비가 오는 날. 가라앉는 기분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센티멘털한 날.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기묘하다. 열세 살, 오니시 아오이는 두 사람을 죽였다 고백한다. 그리고 절실하게 깨달은 건 살인자랑 정말로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거. 누가 그렇게 가르쳐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 여름, 우연히 곁에 있었던 건 그 아이. 살인자, 미야노시타 시즈카뿐이였다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여중생 오니시 아오이. 쾌활하고 친구들 사이에선 분위기 메이커지만, 집에선 기가 죽어 말도 못하고 쩔쩔매는 소녀이다. 섬마을에서 엄마와, 폭력적인 의붓 아버지와 같이 산다. 오니시의 내부에는 의붓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괴로움과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마음이 뒤엉켜 있다. 소녀는 '학교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 그 괴리에서 어느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그런 오니시에게 다른 여자애들과 수다 떨며 보내는 시간, 다나카 소타와 함께 드래곤 클로저라는 게임을 하는 순간은 마음의 도피처다. 그러나 여자애들과는 약간의 오해 때문에, 다나카 소타에겐 여자친구가 생겨버려서, 오니시는 갈 곳이 없어진다. 길가에 아무 걱정없어 보이는 흰 염소를 때리며 엉엉 울던 오니시에게, 미야노시타 시즈카가 다가온다. 공통분모가 있는 오니시와 시즈카는 빠르게 친해진다.

 

 

술 마시고 행패부리며, 폭력적인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오니시는, 시즈카와 같이 살인을 공모한다. 반쯤은 장난으로 의붓아버지만 다니는 뒷문쪽 계단에 유채기름을 바르고, 나무공이를 놓아두는 것. 그러나 정작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사소한 악의였다. 살의가 아닌 악의. 시즈카와 오니시만 알고 있는 비밀. 아무에게 말하지 못하는 그래서 자꾸 죄책감에 젖어버리는.

 

 

"이번엔 아오이가 나를 도와줘야 해." 라고 시즈카는 속삭였다. 오니시가 섬뜩함과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그 뱀같은 말에 오니시는 한동안 시즈카를 피해다닌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증거조차 남지 않은 그 사건 이후. 오니시는 변해간다. 점점 쉽게 화를 내고 뚜껑이 열려버리는 얘가 되었다.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섬세한 유리같은 감성을 가진 나이의 사춘기 소녀가 가지고 있는 비밀. 무엇이 이 소녀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 의문이 드는 이야기다. 미야노시타 시즈카는 특이한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이상한 소녀지만, 결국은 그냥 소녀일 뿐이다. 친구가 필요했던,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해 줄 친구. 그래서 자신과 같은 책을 잃고 울어버리는 오니시 아오이에게 거짓말 해서라도 관심을 끌어보려 하는 것이다.

 

 

 

 

감성적인 문장들이 좋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다만, 결말부분은 진정 허무하다. 이건 마치 (상)권만 읽고, (하)권은 안읽었을 때의 느낌. 뒷이야기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단권으로 완결이다. "그래서 이 소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뒷이야기는 머나먼 미궁과 독자의 상상으로 남겨두는 열린 결말. (흔히 이것을... 기-승-전-병 이라고 한다.ㅠㅠ) 작가 입장에선 임팩트 있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아우, 아쉽다. -그렇다. 이건 마치 영화 <노잉 (2009)>의 결말처럼.. 창대한 시작, 아쉬운 마무리.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그래도, 특유의 느낌 때문에 재독을 할 것 같은 책이다. 작가인 사쿠라바 가즈키의 대표작은 라이트노벨인 고식 GOSICK 인데, 고식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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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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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극대화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몰입도 있고, 속도감 있고. 전 무지하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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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화 구두 세트 - 전4권
박윤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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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네이트 웹툰에 연재되었던 만화라는데, 이번에 SBS 플러스에서 미니드라마로 제작된다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봤다. 총 4권인데, 뭔가 너무 빨리 읽고 끝난 느낌(..). 한권에 약 30분 정도 소요되서 총 독서시간은 2시간. 만화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뭔가 내용이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걸. 짧다는 느낌이.. 아쉬운 느낌이.. 있다.

 

<여자만화 구두>는 첫사랑(짝사랑?)의 상처를 가진 여자 신지후와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오태수의 이야기다. 여주인공 지후는 28살이지만 연애경험도 없고, 순수하고, 여리다. 스무살부터 8년동안 한사람으로 인해 가슴앓이하고. 근데! 현실에도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게 너무 착하고 답답하고 순진해서 보는데 쫌 오글거린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지후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지후의 상사 오태수 30살.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수 있는 나이.

 

"나이 서른에 사랑 같은 거 할 수 있을 거 같냐?"

"왜 인마, 하면 되지."

"야, 솔직히 까놓고, 조건 안 보고 누구 좋아할 수 있어? 순수하게."

 

사람만 보고 사랑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는데, 지후를 보면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게 뚜렷하게 전달돼서 당혹스럽다. 태수와는 너무 다른 지후. 그녀의 감정의 파동이 그에게 전달된 것일까? 구두가 만들어 준 인연일까. 둘은 연인이 되었다.

 

지후에게 생애 첫 연애, 시작.

태수는 마지막 연애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연애해보려고."

"마지막…? 니가?"

"지후씨랑 헤어지면 바로 선봐서 결혼할 거다. 왜."

 

태수는 일반적인 로맨스소설이나 순정만화의 남주가 아니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로설남주와 달리 태수는 위로 누나가 셋 있는, 그냥 회사 대리) 그래서 '와, 되게 멋있다'란 생각보단 '와, 되게 현실적이다' 이런 느낌이다. 작중에 유일하게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이 있다면 그건 여주인공 지후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꾸밈이 없고, 착하고, 헌신적이고, 순수하고, 플러스로 청순한 미모의 여인. 현실에 드문 인물이고 그래서 좀 오글거리지만, 이 만화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여자라면, 이런 모습이 마음 속에 몇프로쯤은 있을 것이기에. 거기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몰입을 하게 하는 것 같다.

​​

시간나면 드라마로 제작된 것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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