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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평점 :

과학과 의학, 사회와 경제 그리고 권력
미래 가능성의 핵, 난자
28일마다 세계가 흔들리고 전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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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여성 상위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SF소설이다. 사람들은 현실세계와 더불어 가상세계 '레알월드'를 살아가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이동수단 '비톨'이 상용화 되었다. 미래의 초고도 과학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대명제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에이즈 치료법이 개발되고 질병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듯이 보였던 인류에게 ONS(장기 괴사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이 퍼져나간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새로운 장기를 이식해야만 하는데, 그 주된 재료가 "난자"다. 난자의 가치는 급속도로 상승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레이(송여지)가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방문한 진료센터에서 시작된다.
1권 초반부는 지루한 감이 있었다. 인물소개와 동시에 용어설명도 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개가 느려졌다. 새로운 용어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개념이 드러날 때마다 설명을 해야 하는 필연성 때문이겠지만, 좀더 작중에 녹여내서 자연스럽게 전달했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전개를 멈추고, 세계관을 직접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초반부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래도 가독성이 좋아서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스피드한 전개와 함께 액션 씬이 자주 나오는데 스릴있다. 초반의 SF적 세계관에 적응하고 나면 속도감있게 페이지를 넘기며 작품에 빠질 수 있다. 레이의 난자를 손에 넣기 위한 여러 집단의 충돌과 모략. 왜 이들이 하필이면 레이의 난자를 획득하기 위해 난리인 걸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다만, 신선하고 흥미로운 배경 속에서 눈에 띄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 주인공 레이(송여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상황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엇보다도 가진 능력이 없어서 활약하지 못한다.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 한가운데 있는... 레이의 직업은 만화나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애니메이터이다.ㅠㅠ- 오히려 조연들이 더 매력적이고, 더 자주 나온다. 주연과 조연의 비중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 인물에 대한 몰입보다는, 의도적으로 상황과 사건을 더 중시한 전개를 한 것 같은데 내겐 이점이 너무 아쉬웠다. 여러 사건에서 벌어지는 장면적 재미도 좋지만.. 그래도 몰입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원탑 주인공이 중심에 있었으면 인상 깊었을 것 같다.
책의 결말은 급마무리 된 것 같아 묘한 찝찝함이 남았는데, 에필로그를 보았을 때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마치 공포영화에서 후속작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같은 에필로그..) 후속작이 나와서 좀 더 이야기를 풀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에 급히 정리한 듯한 엔딩이라 어정쩡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영상화하면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는 것. 소설적으로는 내면묘사같은 게 좀 아쉽게 느껴졌지만, 장면적인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서 시각화 했을때 매력이 살아날 것 같다. 수소 연료라던지, EMP(전자기 펄스), 줄기세포 등.. 작중에서 여러 가지 개념이 등장하는데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자료조사를 한 듯싶다.
탄탄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상상력 넘치는 설정과 전개였지만, 독자를 휘어잡는 작품적 카리스마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SF의 불모지의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게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국내 SF장르도 사랑받아서 세계에 명성을 날릴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