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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평점 :
단편 소설을 읽는 재미는 특별하다.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글 속에 무언가를 넣고,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때로는 힘들고 난해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넣은 것가 다른 걸 찾기도 하지만, 아뭏튼 게임 같기도 한 글읽기라서 읽는 순간이 즐겁다. 거기다 문학상이라는 경쟁 속에서 수많은 다른 친구들과 겨뤄 여기까지, 책으로 소개까지 된 글들이니 더 읽는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가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대한 간단한 생각이다.
손보미의 대상수상작은 단편보다는 중편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많은 편이다. 짧지 않은 내용이지만, 나름 글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대상과 다른 우수상 작품들을 비교해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그 차이가 꽤 커 보인다. 지금까지 수상집을 꽤 봤지만 이번처럼 대상과 우수상과의 괴리감이 느껴지긴 처음이다. 왜 그럴까? 글이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가. 잘 모르겠다. 항상 새로운 소설, 뭔가 다른 소설에 대한 일종의 갈망이 있었던 나에게, 늘 이런 작품집은 현재의 소설에 대한 흐름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정표라 생각해서 읽게 되지만, 무언가 기존과 다른 소설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손보미의 글은 기존의 글들과 맥을 같이하며 견고한 틀이 느껴지면서도 새로운 흐름이 보이는 듯 해서 가능성이 옅보이는 것 같았지만, 다른 소설들은 이게 현재 한국 작가들의 수준인건지, 날 당황하게 하는 수준으로 읽혀서, 읽으면서 더 당황했다. 뭔가, 새로움이 아니라 경박함이 더 드러나는 느낌이다. 이전애 여성 작가들만의 자잘한 이야기들 속에서 깊이 탐미해가며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당시의 어떤 트랜드 같은 것에 대해 나름 회의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깊이마저 놓아버린 느낌이다. 수많은 읽을 거리들, 생각없이, 아무런 이성적 고민없이 읽을 것들이 넘쳐나는 현대에, 그래도 소설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소설만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소설이라는 이름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는 자존심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모두 날려버린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단편소설이 죽어가는 순간을 보는 느낌이다. 동상으로 반은 투명해진 다리로, 몇 개의 이 사이로 들락달락 하는 숨소리를 내며 나를 반기던 외삼촌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