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위대한 자유 아포리즘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포리즘은 항상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어리숙한 자에게는 장점이 더 많고, 비판적인 자에게는 단점이 더 많다. 아포리즘이 갖는 치명적인 단점은 명백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때로 아포리즘에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편리성 때문이다. 편리성은 얼마나 철학적으로 불쾌하고 편협한 말인가. 철학에 접근하는 자들에게 아포리즘은 가장 쉽게 맛볼 수 있는 독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포리즘은 조심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긴 글에서, 장문의 글에서, 복잡하고 난해한 글 중에서 뽑아낸 몇 개의 글들이 갖는 강렬함은 그 본연의 글 속에 있을 때 그 가치를 갖는다. 곰에게서 빼낸 웅담은 어디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지만, 글 중에서 빼낸 글은 본래의 글을 잃으면 발가벗겨진 내 대로에 내팽겨진 사랑스런 연인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이 아쉽다. 홍성광은 니체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내가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분이신데, 왜 이 책을 번역해서 냈는지 의문이다. 일단 뒤의 니체에 대한 해석은 별개로 하고, (그건 원래 이 책의 일부가 아니니까), 이 책을 번역했다는 것은 이 책이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 강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런 류의 니체 관련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무분별하게, 아무 근거없이, 깊은 성찰없이 내뱉는 니체의 아포리즘을 자기의 느낌대로 적어서 내 놓은 책들. 이런 책들은 이미 시중에 널렸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니체를 알고자 하는 자에게 약이 되겠는게, 아니면 오히려 독이 되겠는가.

이 책에서 느껴지는 니체의 모습은 한마디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이다. 살 만큼 산 노인이 인생에 대해 논하는 글들같다. 하지만 우리는 니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죽고, 어떻게 자신의 사상을 치열하게 이루어 냈는지, 그래서 이 시대의 예언자로 등극했는지 알고 있다. 니체가 갖는 사상의 위대성을 세상을 오래산 노철학자의 사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도전하고 고민하게 하고, 자신의 기존 사상을 엎어버릴 만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망치로 맞는 것처럼 내 뇌를 내리치는 그 힘이다. 그 힘 때문에 니체가 우리가에 의미가 있는 셈이다. 니체에게서 우리가 바라야 하는 모습의 진정한 원형은 도전과 혁신이다. 현대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불가능을 위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에너지다.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합은 같지만, 그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보급해 주는 이 시대의 영구기관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니체를 할아버지로 만들어 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가장 존경하는 분이 이런 아포리즘을 책으로 낸 것도, 이미 아포리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분일텐데 왜 이런 책을 본인이 직접 냈는지, 본인이 아니라도 몇 년 동안 니체의 책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낼 수 있는 이런 책을 왜 냈는지 궁금하다. 공자가 사자소학을 낼 필요가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