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근후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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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까? 무엇을 기대하면서 여생을 살아갈까?

이 책은 90에 삶을 살면서 자신이 경험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가는 일종의 에세이다.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인생에 대한 저자의 추억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한 인간의 삶에 대한 편린들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

책의 내용은 깊지 않다.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으면서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만의 치열한 철학적인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주제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책의 가치를 논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그리고 지성인으로서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이 느끼고 체험하는 그리고 절망하고 초월하는 삶에 대한 좀 더 치열하고 본질적인 고찰을 보기 원했던 나에게는 그래서 아쉬움이 드는 것 어쩔 수 없다. 이는 개인적인 욕심인 것 같다. 누구나 다 죽음 앞에 치열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는 것. 이건 개인적으로는 절망으로 보인다. 성찰이 인간의 삶에 변곡점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책은 가볍게 읽히고 읽는 재미가 있다. 읽다보면 2시간 정도면 모두 읽을 수 있을 정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어린이도 고독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저자의 생각. 맞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고 어린이도 고독하다. 하지만 어린이는 고독이 뭔지 모른다. 그래서 그 감정을 제대로 잃지 못하고, 그것을 슬픔이나 다른 감정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고독하다는 건 인간만의 특권이다. 고독이 슬프지만 아름답고, 고통스럽지만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 중 하나가 노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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