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탈역사 - 예술의 종말에 관한 단토와의 대화
아서 C. 단토.데메트리오 파파로니 지음, 박준영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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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탈역사는 post historic age를 말한다. 왜 post를 탈이라는 한자로 번역했을까? 그럼 포스트 모더니즘은 탈 모더니즘이 되나?

post는 후, 뒤라는 의미라고 영어사전에 나오고, 탈은 벗어나다, 벗다, 전부, 기뻐하다, 느리다 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post와 탈은 그 접점이 없어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post historic age는 앞으로는 historic age라 불릴만한, 즉, 어떤 이즘이나 주의 등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post modernism의 post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를 탈로 번역한 것은 일본의 영향인지, 중국의 영향인지를 모르지만,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라 본다. 그러니 탈역사라는 말 자체가 주는 어색함이 웃긴다. 역사는 우리와 함께 하는데 역사를 벗어나다니...

저자가 말하는 ism시대의 종말은 이미 예견된 바였고, 잘은 모르지만, 이미 이 전에 누군가에 의해 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세기 이후 예술 분야에서 더 이상 주의나 ism은 힘들다는 게 당시의 정설아니었던가? 근데 왜 이 당연한 것을 단토가 주장한 게 맞나? 관련해서 아는 게 없으니 헷갈리다.

이 책은 파파로니와 단토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것이다. 책을 보면 나온지 얼마 되지 않는다. 단토가 죽은 지 올해 십년 밖에 안 됐다고 한다. 미술사를 공부하긴 했지만, 단토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아직 현대의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공부하면 현대 미술사에서 언젠가 한번은 더 만나게 될 것 같다.

책만을 두고 말하자면 어렵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예술을 사랑한다는 사람 조차, 현대 미술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웬만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도 다가가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한편으로는 작은 작품 하나로 이렇게 풍부하게 말이 오갈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얼마나 대단한 언어술사들인가.

내가 생각하는 에술과는 별개의 예술서이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한번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읽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왜 종말을 말하는지, 왜 post를 말하는지 궁금하다. 읽다보면 그 부분에 대한 답도 얻지 않을까 싶다.

어렵지만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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