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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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색과 패션의 이야기이지만, 얼마전 읽은 책은 색과 예술과의 책이었다. 우리는 가시광선이라는 매우 한계적인 스펙트럼 속에서 색을 인지하며 살고 있다. 무지개색을 일곱가지라 말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의 색이 포함되어 있다. 경계가 있지 않고 수많은 색들이 어울려지며 농담 속에서 본연의 색을 드러내고 있다.

패션과 색의 관계는 예술과 색의 관계와도 일맥상통한다. 왜냐하면 고대, 중세의 회화 속에서 당시의 패션과 유행하던 색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색은 패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풍부하고 다양한 색 속에 살고 있지만, 중세 까지만 해도 한정된 색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근대 화학기술의 발달로 염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색들로 아주 저렴하게 옷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화학기술이 결국 의약품의 발전까지 주도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엘 회사 등은 이전에 염색회사들이었다.

옷은 옷대로, 내가 좋아하는 대로 입으면 좋겠지만, 그 색 속에 내포되어 있는 문화적, 종교적 관습과 규율 때문에, 우리는 모든 색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누군가는 색으로 자신의 사상을 나타내고, 어떤 회사는 색으로 자신의 회사를 이미징화 하면서, 색은 때로 자본화, 관념화, 종교화 되어 간다. 패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책 중 우리에게 익숙한 검정, 보라, 녹, 노랑, 주황, 갈, 빨강, 분홍, 흰 색을 중심으로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 색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종교적, 관념적 특징들을 보다보면 왠지 더 모르게 색에 대한 경건함과 엄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색에 대한 관념은 경험적이다. 경험을 통해 익힌 것이다. 절대적인 색, 완전한 색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색들을 통해 나 자신에게 능동적으로 다가오는 색을 알고, 거기에 흠뻑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존 사상이나 관습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색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우리가 색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다양한 색들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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