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아빠 물구나무 세상보기
김완진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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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진 공룡이 귀엽다. 인형같은 공룡, 친구같은 공룡이다. 공룡은 아이에게 친구이고 아빠이다. 일요일 오후 소파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처량하다. 그리고 그런 아빠 옆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우리 아이도 처량하다. 아이는 쉬는 날 잠만 자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서 무엇을 볼까? 나는 무엇을 봤을까. 40-50대 중년들이 어렸을 적 봤던 아빠의 모습이 보통 이런 모습들이었을 것이다. 그 때는 토요일도 근무하고, 야근도 하고, 정말 회사를 위해, 가정을 위해 일만 하던 아빠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 때는 아빠에게 쉬는 날 놀러가자고 말하는 것도 어색할 때였으니까. 다들 살아가는 게 버겁고 쉼은 없는 때였으니까.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이렇게, 쉬는 날이면 잠만 잘 수 밖에 없는 아빠들이 존재할 것이다. 아빠가 생존을 위해 투쟁할 때, 때로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보며 아쉬워하고 미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 속에는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 아빠를 의지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엄마 잔소리 떠밀려 나가다시피 뒷산으로 가야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아이는 아빠를 의지하고, 아빠를 친구로 바라본다. 아이에게 아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룡이고, 더 많이 보고 싶고, 더 많이 커져 버려서 듬직한 공룡이 되었으면 하는 존재이다.

공룡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만, 공룡은 이내 사라지고, 공룡을 닮은 아빠만 보인다. 아빠는 또 공룡으로 아이앞에 나타날 것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그 공룡이 점점 작아지고, 어느 순간에는 공룡이 아니라, 도마뱀으로 변할 날도 있긴 하겠지만... 아이에게 아빠는 언제나 공룡으로 남는 존재이길 바란다.

내용은 약간 애매하다. 아빠와 공룡의 상관성에 약간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동화니 너무 플롯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다. 그림은 아름답다. 졸고 있는 아빠의 모습, 산으로 산택가는 모습, 그리고 공룡과 뒹굴거리며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포근하다.

아빠들은 때로 일때문에, 아니면 다른 것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가정을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정에 충실한 아빠가 되면, 아빠는 아이에게 영원한 공룡, 공룡인형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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